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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명암④] 산업은행의 오판? 한진해운 파산해 글로벌 외톨이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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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명암④] 산업은행의 오판? 한진해운 파산해 글로벌 외톨이 신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환 기자
2020-11-24 07:00:00

혈세 낭비 의식하고 소극적 대처…세계 7위 해운사 파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가속화 반작용 계기 해석

[사진=아이클릭아트]


 한진해운의 파산은 산업은행 역사상 가장 큰 실수로 꼽힌다. 해운업 불황으로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을 구하려고 현대상선과 합병을 시도했지만, 혈세 낭비를 의식한 정부의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세계 7위 규모의 해운사가 파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서두르는 것도 한진해운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정상기업에 부실기업 섞기 어렵다…세계 7위 해운사 파산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정상기업과 부실기업을 섞기 어렵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산은이 이런 입장을 뒤집고 부실 규모가 큰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맡긴 것은 최근 한국 해운업 경쟁력이 크게 하락하는 등 한진해운을 청산한 데 따른 부작용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2006년 고(故) 조수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부인 최은영과 두 딸에게 한진해운, 유수홀딩스 주식 총 407만1542주를 유산으로 상속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맞물려 해운 경기가 곤두박질쳤다.

한진해운의 2011년 당기순손실 규모는 7411억원이었다. 2012년 7008억원, 2013년엔 7120억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누적됐다. 부채비율도 2011년 389.7%, 2012년 697.2%, 2013년 1444.7%로 큰 폭으로 올랐다.

다급해진 최은영 당시 회장은 2014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자금을 지원받고 경영권을 넘겼다. 한진해운홀딩스의 해운지주사업 부문과 상표권 관리사업 부문을 합병해 기존 한진해운과 합병하고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았다.

당시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경영권 인수 전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2500억원을 빌려줬다. 조 회장 취임 이후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200억원가량의 영구채 매입 등으로 1조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세계 각국 업체들은 선박 발주 등을 통해 컨테이너 운반 경쟁을 벌이면서 운임은 갈수록 낮아졌다. 비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박 대형화 경쟁도 심해져 용선료(배를 빌린 이용대금) 부담도 커졌다. 한진해운의 용선료 규모는 2015년 1조1000억원, 2016년 9288억원을 기록했다.

◇ 운송 서비스 수출 순위 5위→11위로 추락 “항공업 실수 반복 안 된다”

결국 2016년 4월 한진해운 경영권을 채권단에 맡기고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용선료를 기존보다 30~40% 인하하고 사채권자 채무 조정을 진행했지만, 워낙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있어 협상이 더뎠다. 한진해운은 최소 6500억원 규모의 부채를 해결해야 했던 탓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며 거절했다.

2016년 8월 31일, 한진해운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파장은 컸다. 용선료를 체불해 선박이 가압류되거나 운항이 정지되면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신세가 됐다. 한진해운과 직‧간접적으로 선복을 공유한 29개 선사와 세계 곳곳의 항만청‧터미널운영사가 모두 피해를 봤다. 한국 해운산업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산업은행은 혈세 투입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신한은행 출신인 당시 이동걸 회장은 “기업구조조정에선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게 제 일관된 생각”이라며 “국민 혈세를 다루는 산업은행에서 개별 기업에 외상 채권을 갚아주는 일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의 해운 경쟁력은 급격히 위축됐다. 한국 운송 서비스 수출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7%에서 2019년 2.6%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운송 서비스 수출 순위도 세계 5위에서 11위로 하락했다.

뒤늦게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25년까지 해운 매출 51조원, 지배선대 1억톤,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20만 TEU를 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HMM 등 총 49개 선사에 4조2830억원을 지원했다.

일각에선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서두르는 것이 한진해운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해운업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면 가장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업종”이라며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을 현대상선에 합병했다면 해운업 분야 국가 경쟁력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이를 의식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서둘러 추진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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