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은·수은, 아시아나항공 영구CB 매입...‘자충수’ 역공 당했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4-28 01:23:00

매각 속도전 목적…코로나 사태, HDC그룹 인수 부담 가중

[사진=아시아나항공]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새 지원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영구전환사채(CB)에 관심이 쏠린다. 매각 성사와 자금회수 의지를 내포하고 있지만 인수자인 HDC그룹에 시간적, 자금적 압박이 된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출자전환 방안도 제기되고 있지만 단기 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건 변경을 통해 인수자 부담을 낮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완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최근 1조7000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 지원안을 내놨다. 국책은행들이 지난해 4월 1조6000억원 공급한데 이어 추가 결정한 것이다. 당시는 영구채 인수 5000억원(1000억원은 2018년 인수), 한도 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LC(보증신용장) 3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중 영구채에 이목이 쏠렸다. 정확히 영구전환사채(CB)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수자가 확정되기 전 예상 몸값이 1조5000억~2조원으로 추정됐으며 최대 2조5000억원까지 관측됐다. HDC그룹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최고 가격’을 불렀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크게 하락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매각대상인 금호산업 등이 보유한 지분 33.47% 가치는 4000억원이며 경영프리미엄(통상 20~30%, 최대 50%)을 감안해도 6000억원이 최대치였다.

지분 가치를 월등히 상회하는 인수가격에는 신주발행 자금과 함께 영구CB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영구CB는 연 금리 7.2%다. 오는 2021년 5월부터는 연 9.5%로 상승하며 2022년부터는 국고채 3년물과 2년물 금리차가 추가된다. 2024년부터는 매년 0.5%포인트씩 금리가 가산된다. 영구CB 상환조건은 2021년 4월 혹은 최대주주 변경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책은행들이 영구채가 아닌 영구CB에 투자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2년 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반면 실패하면 주식전환 등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 행사를 통해 직접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사실상 국책은행들은 매각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주식 전환은 의미가 없다. 인수합병(M&A) 불발은 기업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수자 부재로 경영개선이 불가하다면 채권 형태로 보유시 이자 수령도 어려워질 수 있다. 산업은행의 영구 CB 인수는 ‘매각’으로 정해져 있었단 뜻이다.

인수자 입장에선 스텝업 조항(금리 가산) 때문에 영구CB가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자금을 최대한 빨리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복병으로 등장해 업황이 녹록치 않은 항공업에 타격을 가했다. HDC그룹이 계약금(25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길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이번 새 지원안 중 가장 주목이 되는 부분은 영구채 출자전환 여부다. 혹은 스텝업 조항 삭제와 동시에 금리는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단기 내 출자전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들이 영구채가 아닌 영구CB를 매입한 것은 주식전환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이 일부 있다”며 “매각이 성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는 것을 감안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그는 “매각이 실패하면 그 책임은 국책은행들이 떠안는다”며 “새 지원 방안은 HDC그룹으로 그 ‘책임’이 옮겨가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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