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시성 '코로나 면책위' 추진에 속앓는 금융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병근 기자
2020-04-21 13:43:53

면책제도 개편안 예고된지 2주… 연합회 논의 전무

업권 "부실상품·본인평판·은행건전성 저하 부담"

당국 "규정 정비 끝냈다… 압박하면 방해하는 셈"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관련한 은행 등 금융회사 내부 면책위원회(가칭) 신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도개편을 예고한 지 2주가 흘렀어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지점 창구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재난 피해기업 지원과 관련, 은행 등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도입하기로 한 금융사별 '면책위원회(가칭)' 신설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면책위는 보다 신속하고 체감도 높은 대출 등의 업무가 이뤄지도록 금융사 내부징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지만 면책위가 구성된 금융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7일 금융사 내부 면책위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금융부문 면책제도 전면 개편방안'을 예고한 바 있다. 개편안은 이달 16일부터 본격 시행됐으나 예고일을 고려하면 이날 현재까지 2주가 흘렀는데도 면책위 구성에 대한 금융사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앞서 금융사의 내부 면책제도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금융업권별 협회 자율로 면책 관련 표준안을 제시하고, 개별 금융사가 여건에 따라 내규에 반영"할 것을 공표했다.

당국은 금융사 임직원 입장을 헤아려 금융위·금감원의 제재 뿐 아니라 금융사 내부징계 역시 적극적인 업무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국의 면책위와 금융사의 면책위를 함께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당국의 면책위 구성은 어느 정도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작 금융사에선 가시화 된 게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출 업무가 집중된 은행권은 면책위에 대한 요구가 다른 업권에 비해 큰 상황인데도 업권 협회인 전국은행연합회의 표준안과 관련한 협의는 없는 상태다.

사정이 이렇자 업무에 대한 부담은 일선 창구 직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업무를 과감히 처리하고 싶어도 내부 징계와 향후 부실을 우려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가 확진 환자수 감소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적 피해자들은 여전히 속출하고 있어 금융사 내부 면책위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마련할 표준안 역시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가동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표준안이라는 게 은행별 이사회에다 연합회의 각종 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하루 이틀 걸려 만들어지는 성격이 아니"라며 "면책의 의미가 대출 이후 부실이 불거졌을 때 시행되는 것일 테니 현재로선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지만 그래도 속도를 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조업에 비유했을 때 내가 만든 제품들이 다 불량품이라고 한다면 어떻겠냐"며 "본인이 취급한 대출이 부실상품이 될 수 있다는 자체가 부담이고, 자신에 대한 평판과 은행 건전성을 해친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당국은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감독규정에 대한 정비를 모두 마친데다 현재는 금융사가 대출 업무 등 피해지원에 주력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임직원들은 내부 징계 보다 당국의 제재를 받는 것에 더욱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단계별로 금융사 내부 면책위 구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은행의 경우 지금은 대출 업무 등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으니 당국이 압박하면 오히려 방해를 하는 셈이라 어느 정도 시간을 둘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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