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업 M&A,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3-09 11:11:00

완전경쟁시장, 압도적 시장점유율 주체 없어...IT 등 이종업종 간 경쟁도 심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베이코리아 매각, 온라인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롯데그룹 발표에 국내 이커머스 환경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보적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주체가 없는 국내 시장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업계 재편이 필수다. 그러나 누구도 쉽사리 나서기 어렵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그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이종산업 주자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고심은 깊어져가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0조원을 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거래액 기준 쿠팡은 17조원, 이베이코리아 16조원, 11번가 10조원 등으로 추정된다. 온라인시장이 확대되면서 여기에 속한 기업들도 괄목할만한 외형 성장을 거뒀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통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의 실적은 곤두박질했다. 양사 모두 변화를 지속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외형만 본다면 온라인 업체가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 난입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질적 성장은 제한됐다. 국내 유통 온라인 업계는 독보적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주체가 없어 유독 경쟁이 심하다. 미국은 아마존, 중국은 알리바바 등이 각각 50%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는 쿠팡, 이베이코리아, 11번가를 합쳐도 30%를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나서면 서로 출혈을 피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차지한 점유율도 뺏길 수 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이어지는 원활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헤아릴 수 없는 자금이 필요하다. 투자 대비 수익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베이코리아는 매각 가능성이 높다. 인수 후보로는 해당 업과 관련된 모든 업체가 거론될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온라인 강화를 내세운 롯데그룹도 인수 주체로 꼽힌다.

그러나 쿠팡, 11번가를 제외한 여타 주체들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어도 경쟁력, 수익성 등을 장담하기 어렵다. 자금력 측면에서는 대기업 그룹이 유리하겠지만 업체별 시장점유율이 파편화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다시 마케팅 비용 증가,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쿠팡,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세 주체가 합병한다면 그나마 긍정적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 다만 이들을 전부 끓어안기 위해서는 역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만약 세 주체 중 두 주체가 합병한다면 나머지 한 주체는 점유율은 물론 향후 M&A를 위한 협상력이 낮아진다. 해당 주체는 쫓기는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히려 빠르게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 유통 강자들이 힘을 합쳐도 해결 과제는 여전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검색, 메신저라는 강력한 수단과 데이터분석을 통해 이커머스시장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네이버 쇼핑 거래액은 20조원(네이버스토어, 네이버쇼핑 경유 트래픽 합산) 수준으로 쿠팡을 뛰어 넘었다. 온라인 쇼핑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 등 정보는 차치하더라도 IT기업이 가진 플랫폼 파급력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커머스는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점도 업계 재편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항공업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규제산업으로 업계 난입이 어렵다. 유통업과 마찬가지로 파편화돼 있는 제약 업계는 건보료를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 M&A 대상이 있다면 서로 차지하려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은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아 쉽게 진출이 가능한 반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업계 재편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어느 주체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커머스 업계는 워낙 경쟁이 심해 예전부터 서로 경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독점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기업이 없다보니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도 어렵고 견제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등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같은 유통업체는 물론 IT기업과도 싸워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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