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I르포] 명동이 비었다…마스크·손소독제 매장만 ‘북적’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지나다니는 사람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거리 모습을 바꿨다. 평소 사람이 몰리는 서울 명동조차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산한 명동 거리…내국인도 방문 꺼리는 듯 

3일 오후, 명동 거리는 예전 인파로 붐비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알려지면서 내국인이 방문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노점상 상인은 “길을 다니는 사람이 평소와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감염 걱정은 없느냐고 묻자 “중국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 등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지만 시행일이 4일이어서 이미 들어온 중국인들 이동에는 제한이 없어서다.

인근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은 중국인마저 적었다. 럭셔리 화장품 C매장 직원은 “중국인 등 국내외 손님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앞으로 더 그럴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평소 중국인이 많이 찾는 M 명품매장 직원은 “중국 손님이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월요일인 점을 참작해도 전보다 적다”고 밝혔다.

같은 건물에 있는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역시 인적이 드물었다. 9층부터 12층까지 네 개 층 모두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손님이 크게 줄자 명동에 있는 가게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식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매출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화장품 매장도 한산···마스크 판매장만 붐벼

마스크를 파는 편의점과 약국 상황은 달랐다. 롯데면세점 9층에 있는 약국에는 관광객 30여명이 마스크를 사러 줄 서 있었다. 약국 직원은 “물량 확보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며 “물건이 많고 값이 저렴하다는 소문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이 약국은 ‘코리아 필터’94 마스크를 2000원에, KF99를 4000원에 각각 팔고 있었다. KF99는 재고가 있었지만, 외국 고객들은 KF94를 사기 위해 기다렸다.

벽 한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많은 고객님들을 위해 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오니 고객님들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으로 한글과 중국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가한 명동 역시 마스크를 파는 곳에는 사람이 몰렸다. 명동 입구에 있는 한 편의점 직원은 “중국 손님이 많으면 수백개씩 박스로 마스크를 사가 재고가 소진됐다”면서 “우리도 상품을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K-뷰티’ 덕에 평소 붐볐던 국내 화장품 매장 안도 썰렁했다. 손님 한 명 없이 매장직원만 있는 가게도 여러 곳 있었다. 다만 네이처리퍼플릭 매장에서는 손님 30여명이 있었다. 매장에는 ‘손소독제 3+1’ 9000원이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손소독제를 구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매장 직원은 “오늘 손소독제가 들어와 손님이 잠깐 많은 것”이라며 “손소독제를 다 팔고 나면 오늘 장사는 사실상 끝났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