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기업‘S 토커] 신동빈의 진짜 시험대 ‘유통 재건·IPO’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견다희·김승현 기자
2020-01-28 07:00:00

부진 실적개선 위한 인사쇄신·구조조정에 조직슬림화

올해 호텔롯데 상장 추진…핵심키는 ‘기업가치 제고’

[사진=롯데 제공]

실적 개선·호텔롯데 기업공개(IPO)·미래 먹을거리 등 롯데그룹이 직면한 현안은 신동빈 리더십 앞에 놓인 숙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0여년 롯데 역사 중 지금 상황이 가장 큰 위기라며 지난해 말 돌입한 비상경영체제보다 강력한 ‘비상플랜’ 가동을 예고했다.

◆유통왕국 재건 위한 대대적 ‘물갈이’

롯데그룹은 △유통 △석유화학·건설 △식·음료 △관광·서비스 등 4개 축으로 움직인다. 지금의 롯데를 만들어 준 핵심은 유통이다. 유통사업은 업황 부진 등 유례없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갇히자 다른 영역 성장 역시 둔화하고 있다.

유통사업부문은 오프라인인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하이마트·롯데아울렛·편의점(세븐일레븐 등)에 더해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롯데홈쇼핑·롯데 e커머스 등을 갖추고 있다.

롯데가 여전히 국내 유통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온라인·모바일 위주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극심한 실적 하락을 기록하는 등 오프라인만으로는 성장 한계점에 달했다.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개척도 빛을 발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2017년 시작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사태 후유증은 더디게 회복 중이고,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일본 불매운동으로 입은 내상도 만만치 않아 전사적인 침체를 겪고 있다.

위기의식과 극복 의지는 올해 그룹 인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 회장은 비상경영체제와 함께 역대 최대 규모 쇄신인사·물갈이를 단행했다. 특히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부문도 인력재편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런 인사는 향후 ‘뉴롯데’ 행보에 대한 가늠자가 되고 있다.

‘재무통’으로 꼽히는 이봉철 신임 호텔&서비스비즈니스유닛(BU)장 인사는 호텔롯데 상장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존 이원준 유통BU장 대신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부회장 승진과 함께 BU장으로 올라서면서 이커머스업체 쿠팡 등이 공격적으로 나선 온라인·모바일 시장에서 주도권 싸움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태 부회장은 2018년에 계열사별 운영해온 온라인몰 통합 작업을 개시했다. 롯데백화점 대표 부임 이듬해에 착수한 프로젝트다. 대표에서 BU장이 된 만큼 온라인 전환·강화 작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강 부회장은 당시 5년간 3조원 투자, 2020년 매출 20조로 온라인업계 1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음료와 주류 각자 대표이사 체계에서 이영구 대표이사 체제로 통합됐다. 음료와 주류 유통·생산·판매 역량을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대대적인 인사 단행에 이어 조직 슬림화와 사업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롯데쇼핑은 최근 현장 강화와 결재체계 축소 등을 기본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롯데쇼핑은 기존 백화점 사업부 조직과 인력을 중심으로 한 법인 차원 헤드쿼터(HQ) 조직을 운영한다.

HQ는 백화점 사업부 업무 실행을 지원하면서 롯데쇼핑 법인 내 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사업부 간 시너지 강화 전략을 수립한다. 사업부 간 투자·예산 등도 관리하다. HQ 조직 인원은 기존보다 10% 정도 줄이고 대신 영업 조직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팀-부문-본부’이던 조직체계를 ‘팀-본부’와 ‘팀-부문’으로 축소했다. 마케팅본부와 디지털전략본부는 폐지하고, 마케팅부문·디자인실·엘롯데부문·프리미엄몰부문·디지털사업부문은 백화점 사업부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롯데쇼핑은 앞서 백화점과 마트·슈퍼·e커머스·롭스 사업 부문을 통합 법인으로 재편하고, 계열사를 법인 사업부로 전환했다. 각 사업부는 과거 대표이사 체제였지만 조직개편에 따라 사업부장 체제로 운영해 강 부회장이 총괄을 맡는다. 백화점 본사 인력 가운데 13%를 현장으로 보내 경영 효율화를 모색한다.

업계 1위라는 선도적 위치에 있는 계열사도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 아울러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춰 수익성이 큰 계열사를 중심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에서 디지털·혁신·게임체인저란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특히 신년사에서도 강조한 ‘게임체인저’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日기업 탈피 핵심 호텔롯데 IPO 현상황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 19일 별세하면서 후계자인 신동빈 회장 행보 하나하나에 시장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 체제를 굳힐 수 있는 최대 과제로 꼽힌다. 상장으로 일본 롯데그룹 지분을 줄이고 한국 롯데지주 체제에 편입하면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 탈피와 지배구조 개편을 한꺼번에 이뤄낼 수 있어서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가 지분의 99.28%를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 중이다. 롯데지주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 지분 11.7%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향력이 큰 상황이다. ‘롯데가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라는 논란이 불었던 이유기도 하다.

따라서 호텔롯데가 국내 유가시장에 상장할 경우 50여년간 이어지는 롯데그룹 국적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 동시에 신 회장은 그룹 내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미 호텔롯데는 올해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다.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면서 등장만으로도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지난해 말 롯데그룹이 송용덕 부회장을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다. 송용덕 부회장은 호텔롯데에서만 40여년을 근무했다. 지난 2015년 호텔롯데가 상장을 추진할 당시 이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 명예회장 별세로 차남인 신 회장이 자리 굳히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정확한 상장 시기와 IPO 진행 작업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일각에서는 2015년 처음 상장을 추진했을 당시 손잡았던 파트너들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호텔롯데는 대표 주간사로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메릴린치·시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다. 공동 주간사로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골드만삭스증권·노무라금융투자와 손을 잡았다.

◆추락한 기업가치 회복이 상장 관건

시장은 호텔롯데가 재상장에 신중한 이유로 크게 떨어진 기업가치를 꼽는다. 2015년 상장을 추진할 당시 호텔롯데가 지닌 기업가치는 약 13조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후 중국 사드보복 등으로 2017년 영업이익은 844억원 적자를 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2037억원을 기록하면서 1년 전보다 47%가량 증가하는 등 실적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선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과 롯데건설, 롯데렌탈,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등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 IPO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호텔롯데는 현재 롯데지주 지분 11.1% 외에도 롯데물산 31.1%와 롯데알미늄 38.2%, 롯데건설 43.1%, 롯데렌탈 25.7%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라며 “최근 면세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다시 추진될 호텔롯데 상장은 결국 롯데지주와 합병을 통해 국내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호텔 상장 과정에서 일부 구주 매출을 통해 사실상 일본 지배력을 낮추는 한편 안정적인 시장가격 형성 뒤 롯데지주 합병을 진행, 비용 지출 없이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계열사들에 대한 지주회사 내 편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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