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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설 예정인 건설사 CEO들, 책임 공방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코노믹데일리] 올해도 건설현장은 중대재해를 피하지 못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로 여섯 명이 숨졌고, 신안산선 터널이 무너져 또 한 명이 사망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현장에서도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사고의 충격은 컸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10대 건설사 현장 사망사고의 83%는 추락, 끼임, 매몰·붕괴였다. 광주 화정동 재개발 붕괴, 인천 영종도 제3연륙교 추락, 올해 신안산선 터널 붕괴까지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희생자의 70%는 60대 이상 고령 노동자이거나 경력 1년 미만의 미숙련자였다.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가 반복적으로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제도는 이미 최고 수위에 도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폐지론조차 힘을 얻지 못했고, 대통령은 안전보건 공시제를 언급했다. 국회는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10대 건설사에서만 113명이 숨졌고, 올해도 이미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규제는 강화됐지만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설사들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안전 관리비가 별도로 책정돼 반드시 안전에만 쓰이도록 제도가 바뀌었고, 절약해도 이익이 남지 않으며 사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회계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 죽지 않는 현장이다. 책임 공방도 반복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과 하도급은 서로를 지목한다. “사고는 불가피하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안전책임자를 격상하겠다고 약속한 기업들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사망사고는 줄지 않았다. 약속과 현실의 괴리만 커지고 있다. 국회는 오는 10월 13일 국정감사에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과 호반건설을 제외한 8개사 CEO를 증인으로 불러낸다. 사실상 건설사 청문회다. 이번 청문회가 또 하나의 이벤트로 끝난다면 국민적 실망은 불가피하다. 관건은 답변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투적 언급으로는 부족하다. 업종별 맞춤형 대책, 고령·미숙련 노동자 보호, 반복된 사고 원인에 기반한 지침 같은 구체적 해법이 필요하다. 건설사 CEO의 국감 출석은 낯설지 않다. 광주 학동 붕괴, 검단 아파트 붕괴 때도 최고 경영자가 불려 나왔다. 그러나 사고는 줄지 않았다. 이번에도 같은 그림이 반복된다면 법과 제도는 또 하나의 종이조각으로 남을 것이다. 노동자의 목숨을 지키는 일은 규제 강화나 청문회 자체가 아니다. 현장을 바꾸는 것, 그것만이 답이다.
2025-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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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취소는 피했지만'…정부, 중대재해 건설사 공공입찰 제한
[이코노믹데일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면허취소는 어렵고 영업정지만 가능하다”고 밝히자 중대재해 압박을 받아온 건설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 부처 전반에서 강도 높은 제재 방침이 쏟아지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공공 입찰 제한을 골자로 한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중대 사고를 낸 기업은 향후 공공공사 입찰 자체가 제한되고, 입·낙찰 단계에서 안전 평가 요소가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입찰 자격 심사 시 안전 전문 인력·기술 보유 여부, 안전관리비 확보 현황 등을 평가항목에 추가하고,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도 ‘중대재해 이력’은 감점 요인으로 신설한다. 특히 연간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기업은 공공 입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지금까지는 ‘동시 2인 이상 사망’의 경우에만 배제됐지만, 앞으로는 ‘연간 누적 다수 사망자’ 기준이 적용된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과징금 강화, CEO 책임 명문화, 안전 예산 확대 등 후속 규제를 준비 중이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최근 2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돈 아끼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최고경영진의 직접적인 안전 책임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체불 문제를 조사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강도 높은 제재가 예고된다. 업계는 규제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중복 규제가 산업 전반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토부 외에도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산업부, 해수부 등 여러 부처에서 중복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산발적 규제를 통합하고 국토부 중심의 규제 총괄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간 건설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 공공입찰 제한 조치가 업계 전반에 안전관리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질적 변화가 있으려면 적정 공사기간과 안전 확보 비용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면허취소는 피했지만 공공공사 입찰 제한이 시작된 만큼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가 새로운 기준과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2025-08-21 08: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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