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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와 공정 만회 논란
[이코노믹데일리]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를 둘러싸고 시공사의 공정 만회 조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다만 공정 지연 상황에서 시공사가 선택할 수 있었던 대응이 과연 어디까지였는지를 두고, 공공 발주 현장의 공정 관리 방식 자체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공사는 계획 공정 대비 월간 공정 실적이 10% 이상 뒤처진 상태였다. 발주처인 광주시종합건설본부는 지난해 10월 말 시공사인 구일종합건설에 공정 지연에 따른 만회 대책을 요구했고, 시공사는 작업인원과 장비를 늘리고 철골 보강 작업을 동시 시공하는 방식으로 공정 회복에 나섰다. 이후 지난 11월 18일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구조물이 붕괴되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이 숨졌다. 건설본부가 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부진공정 만회대책 보고서’를 보면, 당시 누계 공정은 계획 대비 1.85%포인트가량 뒤처졌고, 월간 공정은 계획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데크공사, 내부 구조체, 지하 방수·조적 공사 등 주요 공정 대부분이 지연된 상태였다. 건설본부는 준공 예정일 내 공사 완료를 강조하며 현장 공정 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시공사는 공정 지연의 원인으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 하도급사 변경 과정에서의 인력 이탈, 현장대리인 공석 등을 들었다. 만회 방안으로는 작업인원 증원, 장비 추가 투입, 작업시간 연장과 휴일 작업, 공정 병행 시공 등을 제시했고, 발주처는 이를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공정 만회 자체보다도, 그 선택이 시공사의 자율적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사실상 불가피한 대응이었는지다. 발주처는 사고 이후 “공사 기간 단축을 압박한 적이 없다”며 “준공 기일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한 행정 절차”라고 밝혔다. 광주시 역시 치적 목적의 공기 단축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공정이 ‘부진’으로 분류되고, 만회 대책 제출을 요구받는 상황은 현장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공기 단축 지시가 없었더라도, 준공 기한 준수 요구와 공정 관리 강화가 반복될 경우 시공사로서는 공정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향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공 공사 현장에서 공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공기를 조정하거나 작업 속도를 늦추는 선택이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준공 지연에 따른 책임과 불이익을 고려하면, 공정 만회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시공사가 제시한 안전 대책은 현장 순찰 강화, 위험 요소 사전 제거, 도면 검토 철저 등 통상적인 관리 방안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인력과 장비를 동시에 늘리고 공정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안전 관리 체계가 그에 맞춰 조정됐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고 이후 발주처와 지자체, 시공사는 각각 공기 단축 압박과 책임 여부를 두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사고의 책임을 특정 주체의 일탈로만 좁히기보다는, 공정 지연 상황에서 현장이 어떤 선택을 하도록 설계돼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 만회가 가능했는지보다 중요한 질문은, 공정이 지연된 공공 공사에서 ‘속도를 늦추는 선택’이 실제로 허용되는 환경이었는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정리되지 않는 한 유사한 사고는 다른 현장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5-12-19 07: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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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이 더 위험한 나라… 대우건설 통계가 던지는 질문
[이코노믹데일리] 중대산업재해 자료가 처음으로 원청과 하청의 실명을 담아 공개되면서, 지난 3년간 산업현장의 반복된 위험이 어디에 집중돼 있었는지가 드러났다. 가장 많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대우건설이었다. 11건의 사고로 12명이 숨났다. 기록만 보면 단순한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현장의 상태와 구조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는 늘 ‘사망자 수’다. 더 눈에 띄는 사실은 사망자의 63.8퍼센트가 하청 노동자라는 점이다. 전체 사고의 62퍼센트 또한 하청에서 발생했다. 이는 대우건설을 포함한 대형 건설 현장의 위험이 ‘어디에 집중되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다치는 사람은 원청 직원이 아니라 하청 노동자다. 작업의 대부분을 맡지만 관리와 통제는 원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한국의 대형 건설사는 수십 개 하도급 업체와 다시 수백 명의 하청 노동자를 통해 공정을 진행한다. 현장의 위험을 세분화해 관리해야 할 실질적인 주체는 원청이다. 그러나 안전 예산과 교육, 장비 배치가 공정마다 고르게 투입되지 않는다면 위험은 자연스럽게 가장 아래층으로 몰리게 된다. 이번 통계는 바로 그 분배의 결과다. 논어에는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이라는 말이 있다. 근본이 바로 서야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산업현장의 근본은 안전이고, 안전의 근본은 사람이 다치지 않고 돌아오는 일이다. 이 근본을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점검되어야 할 곳은 원청이 아니라 현장의 가장 아래층, 즉 하청 구조다. 그곳이 견고해야 전체가 바로 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하청에서 사고가 나도 원청이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경우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이번 자료만으로 법적 책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 위반 여부와 별개로 왜 대우건설에서 가장 많은 사망 사고가 반복됐는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법이 정하는 책임 이전에, 기업이 스스로 점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 사회가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논의할 때마다 원청-하청의 관계는 항상 중심에 놓였지만, 실명 자료 없이 숫자만으로는 문제의 실체를 정확히 짚기 어려웠다. 이번 공개는 그 구조적 위험이 단순한 추측이나 인식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되는 현실임을 보여줬다. 정보의 투명성은 출발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원청의 관리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변화다. 대우건설이 중대재해 통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법적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 스스로가 답해야 할 과제를 분명히 남긴다. 한국이 더는 “하청이 더 위험한 나라”라는 이름을 갖지 않기 위해서는, 원청의 책임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근본을 세우는 일이고, 근본이 선 이후에 비로소 길이 열린다는 말의 의미가 산업현장에서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2025-11-19 15: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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