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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업무보고 생중계, 투명성과 정치의 경계
[이코노믹데일리] 대통령에게 이뤄지는 각 부처의 업무보고는 국정 운영의 출발점이자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절차다. 최근 이 과정의 생중계가 이뤄지면서 이를 둘러싼 평가 역시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투명성을 높인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행정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업무보고 생중계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투명성이다. 과거 업무보고는 제한된 공간에서 요약본이나 발언 일부만 전달되곤 했다. 생중계를 통해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 장관과 공직자의 준비 수준, 부처 간 인식 차이를 있는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행정부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형식적인 보고나 책임 회피성 발언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이 ‘보여지는 권력’이 될 때, 국민 신뢰는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참여 민주주의의 확대다. 국민은 단순한 결과 보고가 아니라 정책 형성의 초기 단계부터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 데에도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정치가 폐쇄적이라는 인식을 완화하는 데도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생중계가 만능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업무보고가 ‘행정의 장’이 아닌 ‘정치의 무대’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카메라가 켜지는 순간, 보고자는 국민이 아닌 여론을 의식하게 된다. 정책의 세밀한 문제점이나 미완의 대안은 숨기고,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 역시 즉흥적 질책이나 과도한 메시지를 던질 경우, 국정 운영보다 정치적 효과가 앞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즉흥적인 질책이나 강한 표현은 국민에게는 통쾌함을 줄 수 있지만, 행정 시스템 전체에는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공무원들이 ‘틀리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보신 행정으로 흐를 위험도 있다. 국정 운영은 속도와 결단 만큼이나 숙의와 조율이 필요한 영역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민감한 정보의 공개 여부다. 외교, 안보, 산업 전략과 같은 사안은 공개 자체가 국익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공개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국가 경쟁력이나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 있고, 공무원들이 솔직한 토론을 꺼리게 되는 부작용도 생긴다. 공개 회의와 비공개 회의의 적절한 구분은 행정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모든 회의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반드시 민주주의의 진전은 아니다. 공개와 비공개를 적절히 구분하는 것 역시 성숙한 행정의 조건이다. 업무보고 생중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무엇을 공개하고, 무엇을 비공개로 둘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생중계가 국정의 ‘쇼윈도’가 아니라 책임 행정의 도구로 기능하려면, 보여주기식 연출을 경계하고 제도의 취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투명성과 효율성, 두 가치의 균형이야말로 생중계 업무보고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다.
2025-12-19 08: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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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에 쏠린 재시공 요구... 과학적 판단과 행정적 판단의 경계
[이코노믹데일리] 신안산선 붕괴 사고 이후 광명시가 시공사 포스코이앤씨에 통로박스와 수로암거의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 안전을 내세운 강경 대응이지만,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론이 먼저 제시됐다는 점에서 기술적 판단인지 행정적 메시지인지에 대한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오리로 인근 통로박스는 통행이 전면 중단됐고, 지반 침하로 수로암거의 내구성 저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로 인해 시내버스 일부 노선이 장기간 우회 운행했고, 임시정류소 설치 등 추가 행정 조치가 이어졌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에 통로박스와 수로암거의 전면 재시공과 피해 주민 보상을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포함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고로 인한 시민 불안과 불편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전면 재시공 요구가 기술적 판단에 근거한 결론인지, 아니면 사고 이후 책임을 분명히 하려는 행정적 대응에 가까운 것인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통로박스나 수로암거와 같은 지하 시설물은 사고 발생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하부 지반 상태, 구조물 변형 정도, 잔존 내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보수·보강 또는 재시공 여부를 판단한다. 지반 침하가 확인됐다고 해서 곧바로 전면 재시공으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기술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이번 사안에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공식적으로 제시되기 이전에 전면 재시공 요구가 먼저 나왔다. 안전 확보라는 목표 자체는 분명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기술적 검증이 충분히 선행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안전 판단의 핵심 근거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시공을 전제로 한 요구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보수·보강과 전면 재시공을 구분하는 기술적 기준 역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구조물의 기능 상실 여부, 보강 이후 기대 수명, 유지관리 비용 대비 효과, 공사 과정에서의 추가 위험성 등은 통상 판단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이러한 기준이 체계적으로 제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대응이 기술적 판단보다는 행정적 대응에 앞서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시민 불안을 빠르게 해소하고 강경한 책임 추궁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반면 향후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경우 정책 신뢰와 법적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면 재시공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 역시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정밀안전진단을 통한 기술적 판단을 토대로 행정적 조치가 이어질 때 시민 안전과 정책 신뢰를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12-18 09: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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