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5건
-
-
-
③ 콜마그룹 내분, 한국콜마는 안전할까
콜마그룹의 내분은 한국 기업사회가 반복해 온 가족 중심 지배구조의 불안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배구조, 경영권, 실적 그리고 주주가치까지 한국 재계 오래된 가족경영 문제를 다시 묻고 있다. 본지는 콜마그룹 내분을 통해 한국형 가족경영의 한계와 리스크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혈연을 중심으로 이어온 가족경영이 주주가치 우선 시대에서 과연 지속 가능한지 되짚는다. <편집자 주> [이코노믹데일리]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 기업 콜마BNH를 ‘생명과학 중심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재정하겠다고 선언하자, 동생 윤여원 대표 측이 즉각 반발하며 ‘2차 갈등’의 서막을 알렸다. 윤 부회장은 콜마BNH의 수년간 누적된 실적 부진과 기업가치 하락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지만, 윤 대표 측은 “지주사의 일방 발표”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내부 불협화음이 깊어지면서 콜마홀딩스가 자회사 혁신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한국콜마는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1위를 놓고 코스맥스와 경쟁 중인 가운데 내분이 장기화될 경우 K-뷰티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드리운다. 콜마BNH, 혼란 속 혁신 가능한가 콜마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가 지난 1일 자회사 콜마BNH를 건강기능식품 기업에서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전면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경영진인 윤여원 콜마BNH 대표가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콜마그룹은 화장품·의약품·건기식 3개 사업을 통해 성장해왔는데, 콜마BNH의 실적이 부진해 본연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이유다. 콜마홀딩스는 콜마BNH가 최근 5년간 실적, 시가총액, 주가 등 주요 경영 지표에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별도 기준 95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239억원으로 75% 급감했고, 영업이익률도 17.8%에서 5.1%로 감소했다. 시가총액도 2020년 8월 기준 2조1242억원에 달했지만 5년여 만인 올해 6월 기준 425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7만원대에 달했던 주가도 1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콜마홀딩스에 따르면 화장품 사업회사인 한국콜마가 영업이익을 77%, 의약품 사업회사 HK이노엔이 영업이익을 68% 늘리는 동안 건기식 부문만 영업이익이 60% 급감했다. 지주사는 실적 악화 원인으로 윤여원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비전 부재, 자체 브랜드 사업 실패가 실적을 끌어내렸단 지적이다. 콜마BNH가 2020년 6월 설립한 자체 브랜드 콜마생활건강(옛 셀티브코리아)은 현재 누적 적자가 100억원을 넘어서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또 콜마BNH의 완전 자회사인 에치엔지(HNG)는 윤 대표가 100% 주식을 보유했던 개인회사 케이비랩에 부당 인력을 지원한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콜마홀딩스는 콜마BNH의 경영 정상화와 쇄신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방침이다. 경영 쇄신의 핵심은 생명과학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과 연구개발(R&D) 중심 경쟁력 확보, 그리고 전문경영인 체제의 복원이라고 설명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리포지셔닝을 통해 콜마BNH가 생명과학 사업의 핵심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전면적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단기적 실적 회복을 넘어서, 시장 신뢰 회복과 그룹 미래 경쟁력 강화의 분기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콜마BNH는 지주사의 이러한 계획이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콜마BNH 관계자는 “이번 생명과학 전문기업 개편 발표는 윤동한 회장님, 윤여원 대표님의 뜻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지주사와 관련 내용에 대해 어떤 협의·논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생명과학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인력부터 설비 시설 등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이나 계획 제시가 없다”며 “지주사의 이번 발표와 관련한 입장문을 차주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쟁 리스크, 한국콜마에 불똥 튈까 남매·부자 간 분쟁이 지주사에서 자회사로, 자회사에서 핵심 계열사 간의 연쇄적 경영 혼란으로 번질 경우 한국콜마도 직간접적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콜마는 그룹사의 실적을 견인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한국콜마가 K-뷰티 인기를 주도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지만, 국내 뷰티 산업 전반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분쟁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화장품 ODM 업체 양대산맥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다. 국내 뷰티 인디브랜드 대부분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에 제품 생산과 개발을 맡기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1위 한국콜마와 2위 코스맥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나란히 8.1%를 기록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익성을 나타냈다. 한국콜마는 2022년 -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를 겪었지만, 2년 만에 순이익이 1334억원으로 크게 반등했다. 코스맥스 역시 같은해 –164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884억원의 순이익으로 회복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한국콜마는 장기적으로 평균 6%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해온 반면 코스맥스는 연도별 등락폭이 컸다. 그러나 작년 기준 양사가 나란히 수익성 정상궤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단순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연매출 차이는 3000억원 미만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 존재하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양사의 매출 외형은 ‘2조 클럽’ 내에서 경쟁하는 구조로 변화했으며 성장 폭도 비슷해 1위 자리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콜마는 콜마홀딩스가 지분 26.3%를 보유한 핵심 계열사이자 주력 법인으로, 지주사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경쟁력 및 경영 안정성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실적이 나란히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이제는 누가 더 뛰어난 전략을 가졌느냐가 1위 경쟁을 좌우할 것”이라며 “현재는 실적이 좋아 겉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룹 차원의 분쟁이 길어질 경우 고객사 신뢰도 글로벌 파트너십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25-07-04 17:15:00
-
국내 불황 뚫고 미래 먹거리 잡는다… 건설사, 신사업·해외 진출 전면확대
[이코노믹데일리] 건설업계가 불황 타개책으로 신사업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건설업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뚜렷한 업종인 만큼, 불황 시기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신사업 진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에너지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폭을 넓히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1일 코오롱글로벌은 골프·리조트·호텔 전문기업인 '엠오디(MOD)'와 자산관리 전문기업 '코오롱엘에스아이(LSI)'를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건설 비중이 높은 코오롱글로벌은 MOD와 LSI의 호텔, 리조트, 골프장 운영 사업을 통해 불황 시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코오롱글로벌은 합병 발표 후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기존 건설 역량과 MOD·LSI의 운영 역량을 결합해 부동산·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소 발전 및 관련 부대사업'을 신사업으로 정관에 추가했다. 기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꾸준히 육성해온 삼성물산은 이번 정관 변경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자체 개발한 '자동제어형 선재하 공법'을 활용해 수직 증축 리모델링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는 기존 아파트 단지를 이주 없이 지하 주차장을 증축할 수 있는 기술로, 주거 만족도가 높은 노후 단지에 적용될 예정이다. GS건설은 스마트 연어양식사업과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부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준공한 이후, 오는 2026년 4분기부터 연어 출하를 계획 중이다. 현대건설은 수소에너지사업과 UAM 사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UAM 사업에 참여해 연내 실증사업에서 버티포트(수직이착륙 기지) 설계와 시공을 담당할 예정이다. GS건설과 롯데건설도 각각 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 롯데이노베이트·롯데렌탈과 손잡고 UAM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서는 업체도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정원주 회장이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최고지도자와 대통령 등과 만나 가스전과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투르크메니스탄 국영화학공사와 1조원 규모의 미네랄 비료 플랜트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하반기에는 이라크, 나이지리아, 쿠웨이트 등에서 추가 수주를 추진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하반기 일본 법인을 설립해 현지 건설 및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이 확대되면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관련 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선구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상반기 건설 경기는 IMF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모든 지표가 급감하고 있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기업 도산과 성장률 둔화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새로운 수요를 찾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5-07-03 08:38:32
-
-
우리금융硏 "日 경제 회복, 금융완화·해외·부동산 '핵심'…국내 적용 참고해야"
[이코노믹데일리]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소멸 위기에 대한 일본의 대응 사례를 집중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금융의 구조적 과제와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연구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서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한국 금융의 미래를 모색한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실질적인 정책·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하기 위해 일본 경제 전반을 심층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연구소 측은 1년여에 걸친 연구와 일본 현지 기관 및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경제·금융 분야 대응 사례를 분석한 심층 연구서인 '일본 경제 대전환'을 발간하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도전에 대한 해법 제언에 나섰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겪은 노후 빈곤, 부의 고령화, 경제 활력 저하 등의 문제를 조명하고 이에 대한 일본 정부와 금융권의 대응 전략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생애주기별 자산관리, 주택 자산 활용, 고령친화 산업 성장, 간병·치매 보험의 진화, 대상속 시대에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위한 신탁 활용 등은 한국 사회에 즉각 적용 가능한 핵심 시사점으로 꼽힌다. 일본에선 신탁은행과 상업은행을 별도로 운영하며, 신탁은 일본 내에서 초고령화 시대의 만능 상품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국민들이 사적으로 연금자산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 노후대비 상품인 'iDeCo(개인형 확정거출연금)'와 임직원 간병비용 보장보험, 간병휴직 소득보상보험 등은 일본에서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적절한 위험 대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어 박정훈 소장은 "일본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를 통해 디플레이션(장기간 내수부진) 탈출 여건을 조성한 점 또한 한국 경제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은 아베노믹스 3가지 정책 대응(대규모 금융완화·적극적 재정정책·획기적 성장전략)을 통해 정부가 재정 위험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은행의 국채 대량 매입을 통해 장기채 금리를 안정시키고, 물가하락을 방지하는 식이다. 앞서 2013년 3월 일본은행(BOJ)은 30년간 이어진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정부는 재정 지출을 적극 확대해 명목 GDP 제고에 나섰다. 이와 함께 규제 개혁, 전략산업 육성, 4차 산업혁명 대응, 해외성장시장 확보 등을 추진했다. 따라서 최근 일본에서는 전문 업체가 대신 퇴직 통보를 해주는 서비스인 '퇴직대행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경제가 내수 회복과 기업 투자 확대가 이뤄지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또 근래 국내 금융그룹의 주가가 급등하며 만성적인 저평가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박정훈 소장은 "기반이 견고한 일본 금융그룹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됐다"며 "국내 금융그룹도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 금융그룹보다 앞서 성공적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완료한 일본 금융사로는 3대 금융그룹인 MUFG, SMFG, 미즈호가 있다. 2021년까지 정체됐던 이들 금융그룹의 주가는 2024년엔 2.6~3.0배 뛰었다. 같은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5 내외 수준에서 1에 가깝게 상승했다. 이런 배경엔 주주환원 확대도 있지만, 2021년부터 순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한 게 결정적이었는데, 특히 글로벌 사업이 실적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들 그룹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총영업이익은 2006년 1조2000억엔에서 2023년 6조1000억엔으로 다섯 배 급증했다. 전체 총영업이익 중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50%로 확대됐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부터 본격 글로벌 사업을 확장했다. 2019년 이후부터는 양동전략(동남아 소매금융, 미국 기업투자은행)을 강화하는 한편, 비은행 및 핀테크 투자도 추진하며 전략을 다양화하고 있다. 연구소는 일본 부동산 금융도 주목했다. 주택 건설에 집중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주거용의 2.7배에 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총액이 증가했지만, 부채 의존도는 낮다는 점이다. 박 소장은 "일본 내 부동산 개발·공급을 담당하는 시행사와 리츠 모두 자금 조달의 중심을 자기자본에 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며 "부동산 개발부터 이후 운용까지 긴 과정에서 '책임있는 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소위 '내 돈'이 투입되면 판단이 신중해지고, 부동산의 내재가치 제고에 집중하게 되는 반면 '빌린 돈'으로 빠르게 건축하고 매각 차익을 실현하려는 한국식 PF 모델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한단 것이다. 그는 "일본의 부동산 금융 생태계의 자기자본 확대 전략, 도쿄 도심 재개발 성공 사례 등을 통해 한국 부동산 PF 시장의 개선 방향과 프로젝트 리츠 도입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미즈호 등 일본의 메가뱅크들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전환활동 목적으로 탄소다배출 기업인 발전사에 고효율 LNG 발전 시설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전환금융'을 적극 공급해 금융배출량(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연구소는 한국도 단순한 녹색금융을 넘어 전환 중심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간담회에선 디지털 전환이 다소 늦었던 일본 금융권이 정부의 스타트업 유치 정책과 기업 투자를 통해 빠르게 전환을 이뤄낸 사례를 소개하며, 핀테크 기업 투자 및 일본 메가뱅크와의 격차 해소를 위한 한국 금융기관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에 대해서도 짚었다. 박 소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 경제와 금융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저희 연구소는 우리금융의 싱크탱크로서 적시성 있는 금융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고객과 시장에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 금융업 발전에도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금융은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시니어 고객 특화 금융상품 및 전용 콘텐츠 개발 등 시니어 통합 서비스 구축을 진행 중이며, 은행·증권·운용 등 그룹사 간 협업을 통해 신성장 기업 발굴 및 지원,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해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고령자·유병자 대상 상품개발과 돌봄·노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령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상품으로 유가족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025-06-18 14:14:52
-
'자진상폐 강행' 신성통상, 실적 하락·소액주주 갈등 자구책은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자발적 상장폐지에 물을 먹었던 신성통상이 다시 한번 공개매수에 나섰다. 신성통상은 상폐를 통해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승계 구도와 실적 부진이 맞물리며 상폐의 진정한 목적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탑텐을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의 부진을 타개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외부 견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액주주들도 이번 상폐 추진이 오너 2세를 위한 지분 정리에 방점을 찍은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성통상의 1대 주주와 2대 주주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이달 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주당 4100원에 발행주식총수의 16.13%(2317만8102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신성통상 지분은 가나안이 45.63%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에이션패션은 20.02%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은 총 18.21%를 가지고 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염 회장과 거의 장남 염상원 이사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들이다. 공개매수 조건에 따라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공개매수 청약주식을 70%대 30%의 비율로 안분해 매수한다. 단수주가 발생하는 경우 소수점 이하 절상해 가나안이 1주 더 매수할 예정이다. 앞서 신성통상은 지난해 6월 상폐를 목적으로 한 차례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공매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공개매수 결과 지분 5.89%만 추가로 확보하는 데 그쳤다. 당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77.98%에서 83.87%로 확대됐지만 상폐 요건인 95%엔 도달하지 못했다. 이번 공매가는 직전 거래일 종가인 3020원보다 35.8% 높게 책정됐다. 이번 공매를 통해 지분 11.13%를 매입하면 95%가 돼 자진 상폐가 가능하다. 만약 이번 공매에서 지난 목표한 지분(16.13%)을 모두 매수하면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과 염 회장 장남인 염상원 씨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100%가 된다. 공개매수자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 측은 “공개매수 응모율에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의 전부를 매수할 예정”이라며 “응모주식 수량이 공개매수 예정주식 수에 미달해 응모주식 전부를 매수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실패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신성통상은 “상폐를 통해 회사의 경영활동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해 경쟁력을 지속 유지·발전시키고자 한다”며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주식은 제3자에게 양도하기로 합의·계획한 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83.87%에 달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없지만, 자발적 상폐를 추진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신성통상이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상폐 절차를 밟아 외아들 중심의 기업 승계를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통상이 자진 상폐를 통해 비상장사가 된 이후 염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이션패션과 합병하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양사의 합병은 곧 전반적인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2세로의 후계구도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성통상의 부진한 실적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신성통상은 탑텐, 지오지아, 폴햄 등을 전개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매출이 탑텐에서 나온다. 지난해 탑텐의 총 매출은 약 97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탑텐을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이 실적을 받쳐주지 못해 성적표가 내리막을 걸었다. 신성통상의 제58기 3분기(작년 7월~올해 3월) 영업이익은 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63억원으로 24% 줄었고, 매출액은 1조915억원으로 0.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성통상의 총매출 중 패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패션 사업은 니트 등 수출 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 사업부와 브랜드 사업을 운영하는 패션사업부 등으로 나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내수 패션시장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으로 소비심리 회복 지연, 동종업계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저하와 매출신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적 개선을 위해 향후 제품 혁신,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중심 브랜 운영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브랜드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재 개발, 유통 효율화 등 전반적인 브랜드 전략을 정비하고 있다”며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활동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해 경쟁력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5-06-11 18:15:19
-
-
-
건설업계 '공사중단 시대' 진입…줄폐업에 신규 진입도 실종
[이코노믹데일리]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건설업 진입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폐업은 14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급등, 고금리, 미분양 적체 등 복합 악재가 겹치면서,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가시화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으로 새로 등록한 업체는 131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이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04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는 최저치다. 업계 진입 자체가 얼어붙은 셈이다. 문을 닫는 업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160건으로, 2011년 1분기(164건)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증가했다. 신규 진입은 사라지고, 퇴출만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외의 중견 건설사들 다수가 올해 초부터 연쇄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대흥건설(96위)은 지난달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공시했으며,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대저건설(103위), 안강건설(116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이화공영(134위) 등도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일부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 분양가 할인 등의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미분양 증가로 위기 타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 물량이 늘며 수익성과 현금흐름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건설 경기를 방어할만한 회복 신호도 찾기 어렵다. 자재비, 인건비 상승으로 주요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공급 부담에 부동산 시장도 위축되면서 내수 회복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100)으로 산정한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 9월에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대형 건설사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93%대로 상승했으며, 이는 업계 통상 기준(8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원가 압박으로 수익구조가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 SOC 사업 확대와 조기 예산 집행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 SOC 투자는 경기 선순환의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재정 여건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예산의 조기 집행은 단기적으로 시중 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어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2025-05-14 13:42:11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