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건
-
③ 같은 전략, 엇갈린 운명…사모펀드의 빛과 그림자
최근 홈플러스, BHC, 네파 등 사모펀드(PEF)가 인수한 국내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이 경영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사모펀드는 부실기업의 회생을 돕고 가치를 제고하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야기한다. 이를 심층 분석하고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해외에서도 사모펀드(PE)가 유통기업을 인수한 뒤 오히려 망가진 사례들이 있다. 유통업은 매장 경험 개선, 브랜드 이미지 관리, 온라인 커머스 전환 등 장기적 투자가 핵심이지만, 사모펀드는 대개 5년 이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하다보니 혁신을 추구하기 어려워 경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유통업은 마진(이익률)이 높지 않은 편이라 꾸준히 매출이 잘 나오는게 중요한데, 구조조정의 덫으로 경쟁력이 약화해 파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반면 ‘장기 투자·고객 중심’ 실천으로 유통기업을 더욱 성장시킨 사모펀드도 있어 이들의 경영방식의 차이점과 핵심을 짚어본다. ◆ 사모펀드 방만 경영, 글로벌 기업도 못 피해갔다 해외에서도 차입 매수(LBO) 방식으로 인수됐다가 파산 절차를 밟은 세계적 기업이 있다. 글로벌 장난감 판매회사인 토이저러스는 지난 2005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베인 캐피털, 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LBO 방식으로 66억 달러(약 8.8조원)에 인수됐으나, 막대한 부채에 시달린 뒤 2017년 파산했다. LBO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해 인수한 뒤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인수합병(M&A) 전략 중 하나다. 토이저러스는 인수가 이뤄진 뒤 한동안 보유금의 절반을 이자 상환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인수가 66억 달러 중 약 53억 달러가 부채로 조달된 탓이다. IB업계에 따르면 토이저러스가 지불해야하는 연간 이자비용만 4~5억 달러에 달했다. 토이저러스의 영업이익은 2015년 -4억800만 달러에서 2017년 –2억4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억6500만 달러에서 –3억3500만원으로 41% 반등했으나 순이자 비용은 –2300만 달러에서 –3100만 달러로 35% 늘며 부담이 지속됐다. 토이저러스의 매출은 2015년 10억5900만 달러에서 2017년 5억5700만 달러로 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은 -15%에서 -37.3%로 하향세를 나타냈다. 토이저러스는 2017년 파산 신청 후 다음해 약 1600개 매장 폐점 및 청산했다. 사모펀드 3사는 토이저러스 인수 후 파산되기까지 4억64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의 컨설팅 수수료와 이자를 챙겨갔으나 3만3000명의 직원은 퇴직금 없이 해고됐다. 토이저러스 파산 배경은 과다 부채와 투자 부족이 꼽힌다. 당시 미국 유통시장은 아마존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급부상으로 오프라인 업체들이 힘을 잃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이를 대응할 만한 투자금이 부족했다. 또 매장 혁신을 못해 노후화가 지속되면서 타사 대비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했다. 일각에서는 토이저러스가 사모펀드에 인수되지 않았다면 온라인 시장에 제대로 대응했을 가능성, 매장 리뉴얼 등 브랜드 혁신에 투자할 여유가 있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명품 백화점 니만 마커스도 사모펀드에 LBO 방식으로 인수된 후 2020년 파산보호 신청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아레스 매니지먼트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2013년 10월 TPG·워버그 핀커스로부터 니만 마커스를 6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가운데 75%인 45억 달러가 고금리 차입금으로 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에 인수되기 전 2013년 니만 마커스의 매출액은 46억5000만 달러였다. 인수 후 2015년 매출액은 51억 달러를 기록하며 매출의 정점을 찍었으나 2017년에는 매출이 8% 하락한 47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3년 4억4600만 달러에서 2016년 -2억6100만 달러, 2017년 -4억53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온라인 전환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오프라인 중심 전략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도 지속적인 부채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니만 마커스의 EBITDA(세금, 이자 비용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도 큰 타격을 입었다. EBITDA는 2013년 6억3500만 달러에서 2016년 7600만 달러까지 급락했으며 2017년에는 -1억2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EBITDA 비율은 2013년 13.7%에서 2017년 –2.6%로 내려갔다. 니만 마커스는 2020년 5월 파산 신청을 단행했고, 43개 매장 중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1만4000명의 직원은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구조조정 절차를 밟았다. 토이저러스와 니만 마커스의 공통점은 LBO 구조에서 따라붙는 과도한 부채로 정상적인 투자와 변화 여력이 차단됐다는 점이다. 이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이라도 장기적 성장 전략 없이는 살아남기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 사모펀드 순기능 빛 발했다 사모펀드라고 기업을 몰락시킨 사례만 있는건 아니다. 부실기업의 회생을 돕고 가치를 제고해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거나 IPO(상장)까지 간 경우도 있다. 미국 대표 저가 소매 업체인 달러 제너럴은 2007년 KKR에 약 77억 달러에 인수됐다. KKR은 달러 제너럴 인수 후 매장 리뉴얼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2009년 IPO에 성공했다. ‘미국판 다이소’라 불리는 달러 제너럴은 저소득층과 농촌 지역 소비자를 핵심 타겟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집중했다. 1달러 이하의 저가 생활용품을 주력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당시 달러 제너럴은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조차 공략 못 한 저소득층 시장을 정확히 찔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장 이후 주가는 6배 이상 성장했고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할인 소매업체 모델로 자리 잡았다. 달러 제너럴의 매출은 2016년 203억 달러에서 작년까지 387억 달러로 91%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억 달러에서 24억 달러로 26% 증가하며 순항 중이다. 미국 회원제 창고형 마트인 비제이스 홀세일 클럽 홀딩스(BJ’s Wholesale Club Holdings, BJ)도 사모펀드 손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BJ는 2011년 사모펀드인 레너드 그린&파트너스(LGP)와 CVC 캐피털 파트너스에 약 28억 달러로 차입매수 됐다. 인수 직후 BJ는 단기적으로 부채가 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재무적 압박을 겪으며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이는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한 6억9000만 달러의 신규 부채 발행과 공격적인 재무 정책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BJ는 LGP와 CVC 캐피털 파트너스의 디지털 전환, 구조 조정 등 장기적 성장 전략으로 2018년 재상장에 성공하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BJ는 2011년 인수합병 당시 190개 매장을 운영했다. 사모펀드의 투자와 사업 모델 혁신에 힘입어 매출액은 2016년 125억 달러에서 2024년 200억 달러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억8700만 달러에서 2024년 8억 달러로 4.27배 증가했으며, 작년에는 사상 최초로 EBITDA가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순이익은 2016년 2400만 달러에서 2024년 5억2400만 달러로 21배 증가했다. BJ는 사모펀드의 인수 초기 과도한 LBO로 인해 신용등급 하락과 이자 부담이 있었지만 BJ의 자본은 2018년 -10억3000만 달러에서 2021년 3억1900만 달러, 2024년 15억 달러까지 지속 상승했다. 또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경쟁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이어나가며 사모펀드 인수의 좋은 사례로 남았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 교수는 “평균적으로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서 고용도 늘리고 실적도 올리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러한 선순환을 만드는 사모펀드와 그렇지 않은 사모펀드의 양극화가 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사모펀드들은 내부에 기업 가치 제고 역량이 강화돼있고 관련 업계 전문가들을 경영진에 앉혀 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이라며 “한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킨 사모펀드가 다른 기업을 파산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은 사모펀드 내부의 경영 전략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5-04-29 17:32:50
-
위믹스 재상폐 여부 오늘 결정…국내 가상자산 업계 긴장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대표 K-코인 ‘위믹스’의 상장폐지 여부가 오늘(18일) 결정된다. 만약 상폐가 확정될 경우 위믹스는 국내 가상자산 업계 최초로 재상장 후 재상폐되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는 시장의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중대 분기점이자 향후 국내 프로젝트들의 상장 관리 기준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중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주요 원화 거래소들은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공지할 예정이다. 이는 거래소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가 예고한 ‘4월 3주차 내 결정’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위믹스의 재상폐 논란은 지난달 4일 발생한 해킹 사고로 촉발됐다. 위믹스 재단은 865만여 개(약 90억원 상당)의 위믹스 토큰이 외부 공격으로 탈취됐다고 밝혔지만 사건 발생 후 4일이나 지나서야 이를 공지해 ‘불성실 공시’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DAXA는 위믹스를 거래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입금을 중단시켰다. 특히 탈취된 토큰 대부분이 쿠코인, 바이비트, HTX 등 글로벌 거래소 7곳을 통해 매도된 것으로 추정돼 향후 시장 교란 및 추가 피해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위믹스 재단 측은 대응 시나리오 전면 점검, 키 교체, 보안 강화 등 후속 조치를 단행했고 바이백(자사 코인 매입)을 통해 가격 방어에 나서고 있다. 김석환 위믹스 재단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블록체인 사업은 위메이드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이라며 “보안 리스크를 계기로 더 강한 시스템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보안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생명줄인데 공지 지연은 시장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위믹스는 지난 2022년 유통량 허위 공시 논란으로 이미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에서 상폐된 전례가 있으며 이후 빗썸·코인원·코빗에서 재상장됐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위믹스의 운명을 넘어 국내 거래소들의 프로젝트 상장 기준과 DAXA의 영향력, 투자자 보호 기준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재상폐가 확정된다면 향후 유사 상황 발생 시 ‘사전 투명성 확보’가 국내 프로젝트 생존의 핵심 조건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2025-04-18 08:34:57
-
박관호 회장, 책임 경영 전면에 '칼날'…보안 강화 '정면돌파' vs. 신뢰 회복 '난항'
[이코노믹데일리] 가상자산 위믹스가 90억원대 해킹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위메이드 박관호 회장이 오너 경영 복귀 후 맞이한 첫 번째 대형 악재다. 2022년 유통량 허위 공시 논란으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라는 쓴맛을 봤던 위믹스는 장현국 전 대표의 뚝심 있는 노력으로 재상장에 성공하며 화려한 부활을 꿈꿨다. 하지만 이번 해킹 사태는 위믹스의 재도약에 다시금 먹구름을 드리우며 박 회장의 리더십과 위기 대응 능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 90억 증발, ‘플레이 브릿지 볼트’ 뚫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8일, 위믹스 재단이 운영하는 가상화폐 지갑 ‘플레이 브릿지 볼트’가 외부 해커의 침입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해커는 이 지갑에서 약 865만 4860개의 위믹스 코인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시세로 약 87억5000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였다. 플레이 브릿지는 위믹스 코인을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핵심 시스템으로 볼트는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금고 역할을 한다. 보안의 핵심 축이 뚫린 셈이다. 위믹스 재단 조사 결과, 해커는 고도의 해킹 기술을 동원하여 NFT 플랫폼 ‘나일’의 서비스 모니터링 시스템 인증키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무려 15차례에 걸쳐 비정상적인 거래를 시도했고 이 중 13번이 성공하며 볼트에 잠자고 있던 위믹스 코인이 순식간에 해커의 지갑 두 곳으로 분산 이체됐다. 탈취된 위믹스는 쿠코인, 비트마트 등 7개의 해외 거래소로 신속하게 옮겨져 대부분 현금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해커의 신원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위믹스 재단은 배후에 전문 해커 조직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 북한 해커 조직 ‘라자루스’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위믹스 측은 내·외부 보안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라자루스 연루 가능성은 낮다”며 선을 그었다. 김석환 위믹스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사고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2023년 7월 퇴사한 시스템 작업자가 공용 저장소에 업로드한 자료가 유력한 최초 유출 경로로 지목됐다. 김 대표는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해당 자료를 통해 인증 과정에 대한 해킹 가능성을 확인하고 추가 침해 시나리오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내부 시스템 관리의 허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해킹 발생 후 위믹스 측의 대응 과정은 논란을 낳았다. 사고 발생 사실을 즉각적으로 공지하지 않고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위믹스 재단은 추가 해킹 가능성과 시장의 혼란을 우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 닥사)는 위믹스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며 ‘늑장 공시’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김 대표는 “해킹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내부 시스템 침입으로 해킹이 발생한 것은 인지했으나 잠재적 취약점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기술적 조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실망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박관호 회장, ‘보안 강화’ & ‘긴급 수혈’ 투트랙 승부수 위기 상황 속에서 박관호 회장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보안 강화’다. 위믹스 재단은 해킹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보안 시스템 전면 개편에 나섰다. 단순한 시스템 보수를 넘어 인프라를 ‘환골탈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침투 시나리오에 따른 모든 인증 로직을 교체하고 전체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대대적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24시간 서비스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하고 단일 볼트에 과도한 자산이 집중되지 않도록 복수 볼트 시스템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외부 보안 전문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블록체인 상 모든 거래 기록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온체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블록체인 트랜잭션 감시 시스템을 고도화하여 외부 위협에 대한 탐지 및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안용운 위메이드 CTO는 “NFT 브릿지 재오픈 시 모든 키를 교체하여 동일한 해킹 이슈 발생 가능성은 낮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오염되지 않은 소스 코드로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키, 경로, 인프라 등 모든 요소를 교체했다”고 강조했다. 보안 시스템 강화에 대한 위메이드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승부수는 ‘긴급 자금 수혈’이다. 위메이드는 해킹 사태로 흔들리는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발 빠르게 자금 투입 결정을 내렸다. 지난 6일 100억원 규모의 자사 코인 긴급 바이백을 발표한 데 이어 14일에는 2000만개의 위믹스를 추가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총 29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는 파격적인 행보다. 특히 박관호 회장이 2023년부터 개인 자금 300억원을 투입하여 위믹스를 지속적으로 매수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긴급 자금 투입은 오너 경영 복귀 후 책임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 위기 속 ‘전화위복’ 노리는 위믹스…미래는 ‘보안 신뢰’에 달렸다 위메이드 측은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된 이후 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박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한 후 위메이드는 2년 연속 적자를 끊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신작 게임 ‘레전드 오브 이미르’ 또한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한 발 빠른 대응 역시 오너 경영 체제 전환의 긍정적인 효과라는 분석이다. 긴급 자금 투입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바이백 발표 이후 위믹스 가격은 국내 거래소 빗썸 기준으로 13일 종가 715원에서 14일 853원, 15일 1011원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1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는 971원 선에서 거래되며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바이백 발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격 회복만으로는 ‘보안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보안’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 위믹스 앞에는 닥사의 ‘거래 유의 종목’ 지정 해제라는 또 다른 과제가 놓여있다. 닥사는 21일까지 위믹스 거래 유의 종목 지정 연장, 해제 또는 거래 지원 종료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닥사가 유의 종목 지정을 연장하거나 거래 지원 종료 결정을 내릴 경우 위믹스의 재도약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위믹스 재단은 닥사의 결정을 기다리며 소명 절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해킹 사태는 위믹스에게는 분명 뼈아픈 사건이지만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박관호 회장의 책임 경영 아래, 보안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다면 위믹스는 ‘보안 리스크’라는 꼬리표를 떼고 다시 한번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닥사의 결정 그리고 향후 보안 신뢰 회복 여부에 따라 위믹스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다. 김석환 대표는 “위믹스 생태계 성장 의지는 변함없으며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용운 CTO 역시 “이번 해킹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보안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여 더 나은 위믹스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위믹스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보안 신뢰’를 기반으로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가상자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5-03-18 10:2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