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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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재개발, 엇갈린 책임… 오세훈의 신통기획과 민주당의 출구전략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자 정치권의 오래된 풍경이 되살아났다. 10·15 대책 이후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여당과 서울시는 서로를 향해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한쪽은 재개발·재건축이 막혀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하고, 다른 쪽은 전임 정부와 시장이 남긴 공급 공백을 문제 삼는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익숙한 장면이다. 문제는 이 공방이 해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개발·재건축이 지연되며 주택 공급이 부족해졌다는 진단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논쟁은 “누가 막았느냐”에 머문다. 선거를 앞둔 국면에서는 효과적인 질문일지 몰라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 부동산 문제는 단일 시점의 정책 실패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은 정치인의 임기와 맞지 않는 정책이다. 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지금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현직 시장이나 현 정부의 성과라기보다, 10여 년 전 내려진 결정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결과에 가깝다. 이 단순한 시간의 논리를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외면해 왔다. 지난 20년간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공급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2015년부터 2017년이다. 민주당 소속 시장 재임 시기였다. 그렇다고 이를 당시 시정의 성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물량의 출발점은 2000년대 초 뉴타운 정책에 있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 말기 공급이 급감한 것도 임기 말 정책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그 이전에 이어진 규제 강화와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가 누적된 결과다. 뉴타운 정책은 서울의 주거 환경을 빠르게 바꿨지만, 동시에 원주민 이탈과 세입자 문제라는 뚜렷한 부작용을 남겼다. 이 경험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강한 반작용을 불러왔고,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정비구역 해제와 규제 강화가 이어졌다. 그 선택은 단기적으로 갈등을 줄였을지 모르나, 공급이라는 문제를 미래로 미뤘다. 그 미뤄진 시간이 결국 공급 공백으로 돌아온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규제 완화를 내세우며 재개발·재건축에 다시 시동을 걸었을 때 상황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공사비는 급등했고,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그대로였다. 신속통합기획이 도입됐지만 착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값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 사이 정치권은 다시 책임 공방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신속통합기획의 실질 성과를 문제 삼고, 서울시는 과거의 공급 공백을 지적한다. 그러나 시장과 유권자가 묻는 질문은 다르다. “그래서 앞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방향이 또다시 흔들릴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집값 그 자체보다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서울 집값 문제를 둘러싼 정치의 태도는 솔직하지 못했다. 개발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공급의 필요를 외면했고, 공급 부족의 대가가 나타나자 책임을 돌렸다. 선거 때마다 정책은 바뀌고 사업은 멈췄다. 재개발·재건축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표 계산의 대상이 돼 왔다. 집값 앞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개발을 선택한다면 그 부작용을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하고, 규제를 선택한다면 미래의 가격 상승을 감수하겠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두 가지를 모두 피하려는 태도가 지금의 혼란을 만들었다. 서울 집값은 선거용 구호로 잡히지 않는다. 책임을 나누는 정치가 아니라, 책임을 떠안는 정치만이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 유권자가 이번 선거에서 보고 싶은 것은 ‘네 탓’이 아니라, 이 불편한 진실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 정치다.
2025-12-22 1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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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몰락의 기록–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격했다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 조갑제 선생은 수십 년간 한국 현대 정치사의 주요 국면을 기록하고 해석해온 인물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법치, 반공, 시장경제 등 전통 보수주의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한국 사회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조명해왔다. 그가 2025년 8월 출간한 ‘윤석열 몰락의 기록–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격했다’는 제목부터 충격적이다. 과거 윤석열을 ‘체제 수호의 희망’으로 간주했던 저자가, 이제는 그를 ‘체제의 위협자’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실정 비판이 아닌 철학적 배반과 이념적 파산 선언서에 가깝다. 그는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공화국의 적(敵)이 된 대통령을 대한민국이 헌법의 힘으로 어떻게 단죄했는지 그 과정을 다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대에서 절망으로–보수의 붕괴를 진단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진보적 이념정책에 대한 반발 속에서 등장했다. 그는 검사 시절 조국·추미애·이재명 등을 수사하며 보수 진영의 ‘정의 구현자’로 추앙받았고, 법치와 공정, 상식이란 메시지로 보수 유권자의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은 서릿발 같은 기개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히 박혔다. 조갑제 역시 그러한 기대를 공유한 대표적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조갑제는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라고 규정하며, 보수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리고 좌파의 유산을 수용하거나 방치한 대통령으로 기록한다. 그는 “윤석열은 문재인의 계승자”라는 급진적 결론을 내리고, 그 논리를 조목조목 펼친다. 이는 단순한 정권 실정 비판이 아닌, 체제 수호자에서 체제 위협자로의 정체성 전복에 대한 고발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해부 책의 전개는 윤 대통령의 주요 국정 운영 전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개된 일부 내용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갑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즉 인사 실패와 검찰 중심 제왕적 대통령제, 대북 정책의 기만성, 경제·사회 정책의 좌향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가장 많이 제기된 비판은 인사 문제였다. 검사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대거 중용되면서 권력의 편중이 심화됐고, 이는 국정 운영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해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갑제는 이러한 인사 구성이 ‘문재인의 코드 인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검찰 중심 권력 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민주적 통제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 등을 내세우며 강경한 대북 기조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조갑제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를 명확히 단절하지 못했으며, 실질적인 국가안보 전략 없이 외교적 수사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해양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안보적 직무유기’로 규정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시장경제를 강조했지만 실제 정책은 문재인 정권의 유산을 상당 부분 유지하거나 심지어 강화했다고 본다. 탈원전 정책의 잔존,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소극적 접근, 민노총과의 불분명한 관계 등이 그 근거다. 그는 이러한 정책이 보수정부가 갖춰야 할 기업 친화적, 자유시장 중심의 구조개혁 노선과 충돌한다고 판단한다. ◆ 대통령, 왜 헌법 수호자가 아니라 공격자가 됐나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조갑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를 단순한 국정 실패가 아닌, 헌법 체제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 훼손,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 경찰·언론 통제 등의 문제는 조갑제의 눈에 권력의 독점과 권위주의 회귀로 보인다. 그는 “문재인이 외부에서 체제를 흔들었다면, 윤석열은 내부에서 체제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실로 무거운 비판이며, 조갑제가 대통령의 행위를 체제 파괴적이라 규정하는 결정적 이유다. ◆조갑제의 철학적 기준…자비 없는 잣대 조갑제의 비판은 충동적이거나 감정적인 비난이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헌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하나의 기준에 따라 모든 정치 세력을 평가해왔다. 그 기준에 따르면,보수건 진보건 간에 체제 위협 세력은 적이며, 체제 수호 세력은 동지다. 따라서 그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던 기준과 같은 잣대로 윤석열 정부를 평가하고 있다. 그에게 윤석열의 실책은 단지 정책의 오류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에 대한 배신이다. 그런 점에서 조갑제는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극단적이라기보다는 정교한 이념적 원칙주의자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조갑제 특유의 강한 도식화와 일면적 시각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나 구조적 한계를 모두 ‘좌경화’나 ‘배신’이라는 틀에만 가두다 보면, 현실 정치의 복잡성과 타협의 필요성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특히 윤 정부가 실제로는 여러 보수적 개혁을 추진한 사례, 예컨대 노동시장 개혁 시도, 반중 외교 기조, 친미 안보라인 유지 등을 지나치게 폄훼하거나 평가절하한 부분도 보인다. 또한 조갑제의 비판은 때때로 개인화되며, ‘윤석열=위험한 대통령’이란 단정적 서술은 독자에 따라 불편함을 줄 수 있다. 현실의 정치는 이상적인 원칙과 항상 일치하지 않으며, 대통령 개인만으로 모든 정책 실패나 국가적 혼란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론: 보수의 자기비판인가, 파괴인가? ‘윤석열 몰락의 기록’은 단순한 정권 비판서가 아니다. 이 책은 보수가 자신에게 던지는 가장 냉정한 질문이다.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이 정말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인가?”, “권력은 왜 늘 체제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서, 조갑제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그는 지지했던 인물을 향해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는 용기를 보인다. 하지만 그 비판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불편함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공허하게 남기 때문이다. 조갑제는 해체를 말하지만, 그 해체 이후의 건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침묵한다. 음모론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보수는 재기할 것이라고 했지만 ‘어떻게’가 제시돼 있지 않다.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보수적 문제 의식이 얼마나 깊고 치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진귀한 문서다.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든 비판하든, 한국 정치의 현실을 통찰하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이다. 지은이: 조갑제 / 출판: 조갑제닷컴 / 출간: 2025년 8월 25일
2025-09-15 14:2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