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건
-
기후변화가 부른 작황부진...커피‧코코아 이어 오렌지‧올리브까지 전 세계 기후인플레이션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국 가정의 아침 식사에 빠지지 않는 항목이 오렌지 주스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오렌지를 재배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오렌지 껍질이 두꺼워 까서 먹는 것이 힘들다 보니 수요가 별로 없었다고 해요. 고민하던 오렌지 회사들이 날린 회심의 한 방, 그것은 오렌지를 믹서에 주스를 갈아 만들어 마시는 광고였답니다. 그 후 오렌지 주스는 미국인들의 식탁에서 없으면 안 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는, 광고계에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오! 오렌지 생산이 줄었어요-헤이케인, 엘리뇨, 질병 등 복합 재앙의 결과 캘리포니아와 더불어 미국의 오렌지 최대 산지인 플로리다가 지난해 불어닥친 허리케인 ‘밀턴’을 비롯해 최근 허리케인 피해가 커진 데다 시트러스 녹병(citrus greening disease)의 복합 타격으로 2024/2025년 시즌 생산량이 10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전성기 대비 90% 감소한 수확량이 예상되고 있다네요. 허리케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과 대기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빈번해지고 빠르게 강해지며, 이로 인해 피해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허리케인 이르마(2017), 이안(2022), 헬렌·밀턴(2024) 등 연속된 강력한 허리케인은 오렌지 나무의 과일 낙과와 흠집, 나무 피해를 초래했다고 합니다. 특히 밀턴은 강풍과 폭우로 플로리다 주요 감귤 재배지를 강타해 생산량을 20~33% 감소시켰다고 해요. 세계 오렌지 생산 1위국인 브라질 또한 엘니뇨 영향, 녹병, 해충 피해가 겹쳐 오렌지 수확 감소 및 주스 가격 급등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이 많이 마시는 오렌지 주스 가격이 12온스(약 355 ml) 주스의 경우 2020년 2.30 달러에서 2025년 4.50로 거의 2배 상승했습니다. 허리케인, 질병, 기후 이상 등 복합 재앙이 오렌지 생산량과 경제성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오렌지 주스 가격이 급등하며 시장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정형적인 기후 인플레이션 (Climate Inflation)의 하나죠. 기후 변화는 농산물 시장에서 공급 충격→가격 급등→소비자 부담 증가의 전형적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남유럽 산불 매년 이어지더니…올리브 생산 감소 유럽으로 가볼까요? 한국인들도 건강을 생각해 즐겨 먹는 지중해의 건강식 올리브. 올리브 역시 기후 변화에 톡톡히 시달렸다고 하네요. 2022~2023년 겨울 지중해 전역에서 이례적으로 건조하고 뜨거운 겨울이 지속되며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 주요 산지의 올리브 수확량이 급감했답니다. 스페인은 2022~2023년 올리브 수확량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올리브유 가격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네요. 국제통화기금(IMF) 산정에 따르면 2023년 8월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t당 약 8900 달러에 도달하며 130% 상승했다고 합니다. 어쩐지 요즘 마트에서 보는 올리브유들이 전보다 비싸다 느꼈는데 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거더라고요. BBC 뉴스에 따르면 2024년 초순부터 중순까지 남유럽의 빈번한 화재가 더 큰 피해를 불러와 산불 영향으로 스페인 산지 가격이 1년 만에 이전 대비 70%까지 상승했다네요. 이탈리아에서도 장화 모양 이탈리아 반도에서 구두 뒤축 부분에 위치한 푸글리아 등 주요 올리브 산지에서는 산불과 함께 가뭄으로 매말라 약해진 올리브에 곤층이 옮기는 ‘자일레라 패스트리디오사’라는 긴 이름의 병균-걸리면 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 치명적인 전염병까지 돌고 올리브 파리 등 병해충이 겹치며 생산량이 더 줄었답니다. 이탈리아 일부 지역의 올리브 오일 가격은 20%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2년 전 대비 사실상 2배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2024/2025년은 스페인 올리브유 생산량이 전년 대비 48% 회복하고 유럽연합(EU) 전체 역시 5년 평균 대비 9% 초과 수준이라 올해는 다소 여유를 되찾았답니다. 다만 언제 또 기후가 변화를 부릴지 아무도 모르지요. 올리브유와 오렌지 주스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생필품이면서 가격·공급 변동성이 큰 품목이어서 우리 정부의 정책 대응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앞서 우리는 커피값 인상, 코코아 가격 상승을 통해 기후 인플레이션을 접한 바 있습니다. ◆별다방, 콩다방 커피값 올린 원두 가격…카카오 가격도 최고가 신기록 지난 2023년 이후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브라질·콜롬비아·베트남 등 주요 커피 생산국에서 커피 수확량을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커피 공급이 수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2024/2025년 커피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답니다. 그 여파로 우리 동네며 회사 근처며 별다방, 콩다방 커피값이 다 올랐죠.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직장인의 아침을 위협하는 게 무서운 상사가 아니라 기후변화라니…. 아무튼 국제커피기구(ICO)는 2028년에야 커피 가격 상승의 완화가 가능하며 빠르면 2026년쯤 상승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경우 2024년과 2025년 들어 서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지가 연이은 가뭄과 병충해에 시달리며 카카오 가격이 2024년부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며 t당 1만2000 달러를 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시장 평균 신차 가격이 3만 달러 수준이니 코코아 3t이면 자동차가 한 대라네요! 그리 비싼 카카오 가격은 2025년 내내 지금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26년 이후 공급 회복과 함께 서서히 안정될 예정이고 완전 회복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랍니다. ◆국지적 작황 불황…호주에선 브로콜리, 영국‧스페인‧이탈리아에선 곡물, 채소 가격 급상승 이 밖에도 가뭄, 폭염, 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날씨 영향으로 지역별로 품귀 현상을 빚은 식품들이 있답니다. 호주에서는 2024년 말부터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홍수, 빅토리아·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가뭄이 브로콜리 작황에 큰 타격을 입혔답니다. 주요 슈퍼마켓에서 브로콜리 공급이 줄었고 생물 대비 냉동 브로콜리가 더 싸게 팔리는 사태가 벌어졌다네요. 생물 브로콜리 가격은 1kg당 약 9.90 달러(약 1만3365원)까지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데 한국의 경우 생물 브로콜리가 1kg당 3000~4000원이니 어느 정도 비싼지 느낌 팍팍 오시죠?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2024년 봄 기록적인 건조와 폭염으로 밀·보리·과일·채소 수확량이 크게 감소해 곡물, 채소 가격이 급상승했답니다. 2025년 6월 기준 영국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3.7% 상승했는데 식품 가격 기준 최고치로 오른 가격이라네요 인도와 태국에서는 가뭄, 엘니뇨 영향으로 쌀과 사탕수수 등의 작황이 나빠 설탕 가격이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특히 인도에서는 차(茶)와 콩, 기타 작물들이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20~30% 상승했다 하고요. 이처럼 커피·코코아·올리브유 등 전 세계인이 소비하는 작물과 농산물 생산에 큰 타격이 있던 지역의 물가 상승이 전 세계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상황입니다. 바로 기후변화의 불안정성이 이러한 기후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입니다. 이 영향은 식생활 비용 증가→인플레이션 압력→저소득층 식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2025-07-10 06:00:00
-
'294만명 광풍' 이후…무순위 청약, 무주택자만 노릴 수 있다
[이코노믹데일리] 청약홈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던 동탄 아파트 ‘294만명 광풍’ 이후, 무순위 청약 시장이 무주택자에게만 개방된다. 국토교통부는 10일부터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번 제도 개편은 동탄 등 수도권 인기 단지에 신청자가 몰리며 무순위 청약이 과열 현상을 빚은 지 4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다. 무순위 청약은 계약 포기나 미달로 남은 잔여 물량을 다시 공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당초 해당 지역 거주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가, 미분양 우려로 2023년 2월에 거주지 요건을 풀고 유주택자 신청도 허용했다. 하지만 기준 완화가 오히려 시장 과열을 부추기자, 다시 무주택자만 신청하도록 문턱을 높였다. 거주지 요건은 각 지자체장의 재량에 맡긴다. 미분양 위험이 있으면 전국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풀고,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는 외지인 청약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동구에서 무순위 청약이 나올 경우 강동구청장이 서울 또는 수도권 거주자로 제한할 수 있다. 반면, 청약 경쟁이 약한 지방에서는 거주지 제한을 두지 않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인기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의 무순위 청약 ‘줍줍’ 열기는 여전하다. 특히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이 제도 개편 후 첫 무순위 청약으로 주목된다. 현재 지자체와 사업 주체가 무순위 청약 일정 등을 협의 중이며, 예상 물량은 전용 39·49·59·84㎡ 4가구다. 이 아파트는 2023년 3월 청약 당시 59㎡가 9억7940만~10억6250만원, 84㎡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에 분양됐으나, 2년 3개월 만에 매매가격이 분양가 대비 10억원 넘게 올랐다. 2023년 3월 무순위 청약의 문을 유주택자에게까지 연 것은 둔촌주공 미분양 방어라는 해석까지 나왔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도 개편과 동시에 이날부터 청약 당첨자 및 가족의 실거주 여부 확인 절차도 강화된다. 위장전입 등으로 청약 가점을 높이던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 등·초본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병원·약국 이용내역 등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제출해 실제 거주를 증명해야 한다. 직계존속은 공고일 기준 3년치, 30세 이상 직계비속은 1년치 이용 내역이 필요하다.
2025-06-10 07:44:01
-
-
스타벅스코리아, 매출 3조 넘어설 듯..수익성 확보는 과제
[이코노믹데일리]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이 3조원 돌파가 유력하단 관측이 나오면서 모기업 이마트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저조한 영업이익률과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281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485억원) 대비 6.2% 늘었다. 2023년 4분기(7811억원) 수준의 실적만 내도 연매출 3조원 달성에 무리 없어 보인다. 이는 2022년 부임한 손정현 대표이사가 상품(MD), 매장 전략을 재수립하는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는 프로모션 강화, 애플리케이션(앱) 기능 확대, 특화 매장 마련 등을 통해 고객 경험에 공들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0월 버디패스를 론칭하며 수익 안정화에 나섰다. 버디 패스는 월 구독료 7900원을 내면 매일 음료나 디저트 등의 3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스타벅스 최초 구독 서비스로, 배달비 무료 쿠폰도 지급한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버디 패스 이용자들은 가입 이후 11월 평균 구매 금액과 구매 건수가 구독 서비스 론칭 전인 9월 대비 각각 61%, 7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렌 오더 서비스도 개선했다. 예상 대기시간을 알려주며 주문을 취소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상품권 잔액을 적립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앱을 통해 더 빠르게 주문할 수 있는 나우 브루잉과 퀵 오더 서비스 및 구독 서비스 등을 개시하며 소비자 ‘락인(묶어두기)’에 주력했다. 스타벅스 앱 멤버십 회원 수는 현재 1300만명을 돌파했다. 동시에 스타벅스는 스페셜 스토어를 잇달아 선보이며 차별화된 경험 제공에 공들이고 있다. 스페셜 스토어는 더(THE)매장과 콘셉트 매장으로 구성됐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출점하거나 혹은 해당 지역에 어울리는 형태로 점포를 꾸미는 전략이다. 최근 스타벅스가 칵테일 음료 판매 시범 매장을 운영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 일환 중 하나다. 국내 운영 중인 스타벅스 매장은 작년 말 기준 2009개로, 한국은 스타벅스 매장 수 세계 3위가 됐다. 승승장구만 할 것 같은 스타벅스에게도 고민은 있다. 수익성이 과거 대비 뚜렷하게 저하됐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장기간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 퍼센트에 육박했지만 코로나와 유해물질 논란을 빚은 캐리백 사태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크게 꺾였다. 캐리백 사태가 회복된 이후에도 좀처럼 10%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벅스의 영업이익은 2021년 2393억원에서 2022년 122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0.1%에서 4.8%로 하락했다. 전체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4.6%, 2021년 45.7%, 2022년 48.8%, 2023년에는 49%에 달했다. 4년 만에 대략 5%p가량 원가비중이 커진 것이다. 국제 원두 가격과 운임비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다. 재고자산 관리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재고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거나 생산량이 늘어나는 등의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으나, 선제적으로 원재료를 비축하고 재고를 쌓아두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함께 증가하는 경우 기업의 유동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이란 재고 자산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재고를 떨어진 가격으로 평가함으로써 나타나는 손해를 일컫는다. 재무제표상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매출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들이 재고자산을 최대한 매출로 전환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다. 스타벅스의 연도별 재고자산은 △2019년 548억원 △2020년 513억원 △ 2021년 648억원 △2022년 1092억원 △2023년 889억원이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2019년 1억2000만원 △2020년 18억원 △2021년 34억원 △2020년 54억원 △2023년 64억원이다. 무려 4년간 평가손실이 약 63억원 불어났다. 이러한 배경 속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은 사실상 ‘판매관리비’라 할 수 있다. 매출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6%에서 이듬해 45%, 2021년에는 44%까지 내려왔다. 그러다 2022년을 기점으로 46%대로 다시 늘어난 상황이다. 판관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와 판촉비다. 스타벅스는 운영 효율화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일부 매장에 진동벨을 도입한 데 이어 키오스크 설치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계주문 시 인건비 등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진동벨은 대형 매장이거나 구조상 목소리가 닿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100여개 정도 일부 특수 매장에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운영 중”이라며 “키오스크 도입의 경우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2025-02-04 06:00:00
-
수학으로 빚은 AI 혁명,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기술 패권' 경쟁의 새 장을 열다
[이코노믹데일리]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전 세계 AI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딥시크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딥시크 V2'를 공개하며 오픈AI의 GPT-4에 필적하는 성능을 단 70분의 1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AI 선두 기업들마저 긴장시킬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딥시크의 등장은 텐센트,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 간의 AI 가격 경쟁에 불을 지피며 실리콘 밸리에서조차 '동방의 신비한 힘'으로 불릴 만큼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딥시크의 경이로운 성과 뒤에는 창업자인 량원펑(梁文锋)의 독창적인 비전과 혁신적인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중국은 영원히 추격자가 될 수 없다"며 "우리는 원천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평범한 가정의 '괴짜 천재', 퀀트 투자의 귀재를 넘어 AI 혁신의 선구자로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은 초등학교 교사 부모를 둔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괴짜 천재'였다. 그의 중학교 시절 담임교사인 룽씨는 "량원펑은 이미 중학교 때 고교 수학을 끝내고 대학 수준의 수학을 공부했다"며 "수학적 사고력이 매우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룽씨는 또한 "량원펑은 얌전했지만 책벌레는 아니었고 공부에 있어 자신만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었다"며 "공부와 휴식의 균형을 중요시하며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모든 과목을 잘 해내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2002년, 만 17세의 나이에 량원펑은 '가오카오(高考·중국의 수능)' 교내 수석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중국 공학 분야 명문인 저장대 전자정보공학과에 입학했다. 저장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0년 석사 논문을 통해 'AI 감시 카메라의 지능형 추적 알고리즘 개선'을 다루며 이후 중국 AI 분야의 핵심 이슈를 예견하기도 했다. 2015년, 량원펑은 퀀트 헤지펀드 회사인 하이플라이어(High-Flyer, 幻方量化)를 설립하여 중국 최대 퀀트 헤지펀드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학 모델을 활용하여 주가를 예측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퀀트 트레이딩 분야의 귀재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량원펑은 퀀트 투자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AGI 개발이라는 더 큰 꿈을 향해 도전을 이어갔다. ◆ '미친 듯한 야망'이 낳은 혁신적 AI 아키텍처 'MLA' 2024년, 량원펑은 모든 자원을 AI 연구에 쏟아붓기로 결심하며 "미친 듯이 야망을 품고 미친 듯이 진실해야 한다"는 신념을 천명했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딥시크 V2 개발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딥시크 혁신의 핵심 기술은 'MLA(Multi-head Latent Attention)'라는 새로운 AI 아키텍처에 있다. 기존 AI 모델이 모든 단어를 완벽하게 기록하려 했던 반면 MLA는 핵심 정보만을 압축하여 처리한다. 이는 마치 사람이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문장과 단어에만 밑줄을 치며 집중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그 결과 딥시크 V2는 GPT-4와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기존에 GPU 10만 대가 필요했던 작업을 단 2000 대로 줄일 수 있는 놀라운 효율성을 달성했다. 심지어 게임용 GPU에서도 구동 가능할 정도로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오픈AI의 전 직원이었던 앤드류 카(Andrew Carr)는 "이 논문은 놀라운 통찰로 가득 차 있다"며 "AI 효율성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 오픈소스 전략과 '중국 국내파 20대 천재들' 딥시크는 기술 독점 대신 오픈소스 전략을 선택했다.모든 코드를 공개하며 오픈소스 생태계 확산에 앞장선 것이다.이는 기술 개발 후 비밀리에 사용료를 받는 기존 AI 플랫폼 업계의 관행과는 완전히 다른 이례적인 선택이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일반 개발자들도 일반 GPU 환경에서 GPT-4 수준의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게 되었다. 량원펑은 "오픈소스는 문화다. 나눌 수록 명예는 커진다."라는 철학을 밝히며 기술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 딥시크 혁신의 또 다른 주역은 20대 중국 국내파 천재들이다. 딥시크는 해외 유학파보다 창의성을 중시하며 베이징대와 저장대 출신의 신입들을 주축으로 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매일 논문 읽기, 코드 작성, 토론을 반복하며 딥시크 V2를 탄생시켰다. 량원펑은 "중국 인재는 과소평가되었다"며 "경험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6kr과의 인터뷰에서 량원펑은 자신의 리더십과 인재 전략에 대해 밝혔다. 그는 "경험보다는 직무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가진 인재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으로 AI 분야의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며 경력 1~2년 이하의 인재를 주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 대학 졸업생보다는 중국 명문 대학의 졸업생을 선호하며 학업 성취도와 ‘똑똑함’을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역량을 보기 위해 1등에 해당하는 즉 금메달급 인재만 채용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딥시크는 AI 모델 훈련 관련 경험이 없는 직원들도 다수 채용하며 심지어 일부는 컴퓨터 과학 전공이 아닌 경우도 있다. 물리학을 전공한 한 연구원은 "AI 업계는 워낙 첨단을 달리기에 레퍼런스가 없으며 모든 문제를 스스로 솔루션을 설계하고 실행하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딥시크는 고정된 팀 리더를 두지 않고 직급이나 위계가 아닌 프로젝트의 잠재력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며 개방적인 토론 문화를 적극 장려했다. 내부 경쟁을 금지하기 위해 수직적인 KPI 설정을 하지 않아 팀 간의 합의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기업의 성장에도 항상 팀 규모를 약 150명 수준으로 유지하며 민첩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적은 인원 덕분에 모든 리소스를 마케팅이나 부가 사업이 아닌 모델 학습에 집중할 수 있으며 인재들에게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 ◆ '중국 AI 굴기'의 선봉장 딥시크 량원펑의 리더십 량원펑의 궁극적인 목표는 AGI 개발을 통해 그동안 미국 기업이 주도해 온 '0에서 1을 창조하는' 역할을 중국이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딥시크는 현재 투자 유치 없이 모회사 환(Huan)의 지원으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공동 창업자인 잭 클락(Jack Clark)은 "딥시크는 드론, 전기차처럼 중국이 보여준 또 다른 도전"이라며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딥시크가 전 세계 AI 업계 이슈의 한가운데에 선 가운데 량원펑이 인터뷰나 공개 행보를 거의 하지 않자 그가 이달 중국 리창 총리 주재의 좌담회에 참석했던 사실 또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좌담회가 열린 날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날인 이달 20일 딥시크는 최신 모델인 R1을 공식 발표했다. 좌담회에서 그가 한 발언의 구체적 내용이 전해지지는 않았으나 이 자리에 그가 등장함으로써 처음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좌담회에서 리 총리가 핵심 기술과 첨단 기술에 대한 새로운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 등을 통해 중국이 'AI 굴기'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친 듯이 야망을 품고 미친 듯이 진실해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놀라운 혁신을 이뤄낸 량원펑. 작은 팀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딥시크의 행보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AI 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2025-02-03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