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9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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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사법 절차에서 변호사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마지막 방패다. 수사 단계에서는 진술과 증거 제출을 조율하고, 재판에서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리해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변호인의 조력은 법으로 보장돼 있다. 다만 그 조력이 어느 정도의 밀도로 제공되는지는 사건마다 다르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의 취지는 분명했다. 법률가 수를 늘려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매년 1500명 안팎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변호사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선택지는 늘었지만, 경쟁도 함께 심화됐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사건은 선택의 대상이 된다. 사건의 성격, 난이도, 예상 소요 시간, 수임 조건이 판단 요소가 된다.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사건이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고, 얼마나 깊이 관여되는지는 개별 사무실의 판단에 맡겨진다. 이 과정에서 법률 서비스는 공공성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시장의 영역이 된다. 형사 절차는 초반 대응이 중요하다. 진술 방향을 언제 어떻게 정하는지, 구속 여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이후 재판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 수사 초기부터 충분한 준비가 이뤄진 사건과 그렇지 못한 사건 사이에는 준비 과정에서 차이가 생긴다. 그 차이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이러한 차이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피고인에게는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한다. 다만 현실에서는 사건 수와 시간의 제약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제도의 취지와 현장의 여건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사선 시장에서는 이력과 평판이 곧 경쟁력이 된다. 수사기관이나 법원 근무 경력, 특정 분야에서의 성공 사례는 신뢰의 근거로 제시된다. 사건이 몰리는 곳은 다시 더 많은 사건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한 방어를 넘어 결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변호사의 직업윤리는 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경쟁이 격화된 환경 속에서 사건은 수임 대상이자 업무로 분류된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관여의 깊이는 사무실의 여건과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이 흔들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논리가 판단의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률 서비스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방어에 투입되는 조건까지 동일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변호사 수는 늘었지만 방어의 질이 균등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형사사법 절차는 수사와 재판, 그리고 방어가 이어지는 과정이다. 어느 한 단계에서 준비의 깊이가 달라지면 이후 절차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방어는 권리다. 그 권리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행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은 특정 직역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법조 전체의 신뢰를 되묻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2026-02-19 10: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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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은행들 이자장사 벗어나야"…소비자보호·지배구조 혁신 주문
[이코노믹데일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향해 "손쉬운 이자장사에 머무르지 말고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소비자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혁신을 주문했다. 12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찬진 원장을 비롯해 곽범준 은행부문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주요 시중·지방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은행권의 역할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과 불완전판매 논란을 언급하며, 은행권의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상품 설계·심사·판매의 전 과정을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재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익을 보거든 그보다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은행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이에 걸맞은 소비자보호 중심 KPI 체계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에 따라 감독 체계를 리스크 기반의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로 전면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정기 검사 시 '소비자보호 검사반'을 별도로 편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 체계도 개편해 상품 판매 전 과정을 사전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포용적 금융 환경 조성도 강조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재검토하고,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생계비 계좌',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장기분할 프로그램' 등 채무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를 적극 안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선(先)정산 대출 등 '연계 공급망 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은행별 포용금융 이행 현황을 종합 평가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 체계'를 도입해 포용금융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경영 문화로 정착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 원장은 우리 경제의 부동산 관련 대출 쏠림을 우려하며, 혁신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은 청년·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의 하향 안정화를 목표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한편, 글로벌 기준(바젤Ⅲ) 범위 내에서 주식·펀드 익스포저 등에 대한 위험가중치 적용을 합리화해 은행의 자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혁신도 주요 화두였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가 운영 중이며, 이사회 독립성 제고, CEO(최고 경영자) 선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미룰 이유가 없다"며 은행권이 필요한 사항은 즉시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선제적으로 고쳐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생산적 자금 공급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며, 소비자 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장들 역시 소비자 중심의 상품 판매 체계 구축과 독립성 있는 이사회, 책임 있는 성과보수 체계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채무자 편의성 제고를 위한 개인채무조정 절차 간소화 등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한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제기된 건의사항을 향후 감독·검사 업무에 반영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6-02-12 1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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