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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 절차에서 구속은 예외로 설정돼 있다.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역시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뚜렷한 경우에만 구속을 허용하고 있다. 재판을 받기 전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취지다. 현실의 수사는 이 원칙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건은 판결이 아니라 구속으로 시작됐고, 수사는 그 이후에 전개됐다. 구속이 예외가 아니라 출발점처럼 작동하는 장면은 오랜 시간 반복돼 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관행의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별건구속’을 지목해 왔다. 본래 수사 대상인 핵심 혐의로는 당장 구속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상대적으로 입증이 쉬운 다른 혐의를 적용해 신병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후 구속 상태를 유지한 채 수사는 본래 의심하던 사건으로 옮겨간다. 검찰은 별건구속이라는 표현 자체에 선을 그어왔다. 구속은 언제나 개별 범죄 혐의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며, 수사의 편의를 위해 신병을 확보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역시 영장 단계에서는 구속된 혐의 자체에 상당한 이유와 필요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 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속이 본래 사건과는 다른 수사를 염두에 두고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구속은 특정 사건의 수사를 위한 수단이다. 구속은 그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다. 이와 달리 별도의 사건을 염두에 두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은 적법절차 원칙과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누적돼 왔다. 별건구속이 법률상 명시적으로 허용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라기보다 오랜 관행의 문제로 다뤄져 왔다. 구속이 신병 확보의 문제라면, 기획수사는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의 문제에 가깝다. 검찰의 일반적 수사권은 상당 부분 경찰로 넘어갔고, 국회는 최근 검찰청을 폐지한 뒤 기소 기능과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각각 기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도는 바뀌는 길로 들어섰지만 부패·경제 범죄 등 일부 중대 사건에서는 여전히 강제 수사가 집중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건 수는 줄었지만 선택된 사건 하나하나의 무게는 더 커졌다는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기획수사의 성격도 달라졌다.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 인력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수사는 장기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초기 단계에서 설정된 문제의식이 이후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은 빠르게 축적되지만, 다른 방향의 자료가 충분히 검토되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구속이 가져오는 영향은 수사실에 머물지 않는다. 직장은 유지되기 어렵고, 가족의 일상은 흔들린다. 혐의가 알려지면서 사회적 평판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남는다. 이후 무죄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이미 흘러간 시간과 손실은 되돌릴 수 없다. 구속 자체가 사실상의 형벌처럼 작동해 왔다는 평가가 반복되는 이유다. 수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방식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피의사실 공표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구속 사실과 혐의 내용이 동시에 전해지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여론의 판단이 먼저 형성되고, 법원의 결론은 그 뒤에 도달하는 모습이 이어져 왔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초기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다. 국회가 검찰청 폐지와 기능 분리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누적돼 있다. 권한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오랜 수사 관행이 사법 신뢰를 잠식해 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도는 바뀌는 길로 들어섰다. 다만 구속을 둘러싼 관행과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까지 함께 정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답이 정해지지 않았다. 수사는 진실을 향한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구속은 그 출발선에 놓여 있었다. 제도 개편 이후에도 이 질문이 유효한 이유다.
2026-01-29 10: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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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 특별감사 중간결과에 대국민 사과…"뼈를 깎는 쇄신"
[이코노믹데일리]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 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인적 쇄신과 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전면 개혁 방안을 내놨다. 겸직 사임과 임원진 자진 사퇴, 개혁위원회 출범을 통해 농협의 신뢰 회복과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3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강 회장은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 이후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으로부터 엄중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음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앞으로 책임 있는 자세로 후속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으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으로 끝내지 않고,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종 감사 결과 확정 전 선제적 혁신을 통해 △인적 쇄신 △제도 개선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한 혁신 △정부 농정 대전환 정책 동참 등을 약속했다. 먼저 강 회장은 그간 관례에 따라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한다. 이와 함께 인사를 비롯한 경영 전반에 대해서는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에게 맡기고 본연의 책무인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만 매진하기로 했다. 전무이사,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도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아울러 이번에 제기된 사안 전반에 대해 미흡한 부분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사안은 선제적 개선에 나선다. 특히 해외 출장 시 일일 숙박비 250 달러(36만원)를 초과해 집행된 비용은 전액 환입 조치하고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전면 재정비한다. 그다음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정부 개혁에 적극 동참하고 자체 혁신을 추진한다. 농협개혁위원회는 중앙회장 선출방식과 지배구조, 농축협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의 선거제도 등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구조적 문제 중심으로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조합 경영 투명성 제고 등 자체 개혁방안을 마련한다. 강 회장은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개혁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농업계, 시민사회 등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해 감사 지적 사항과 함께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불합리한 제도 전반을 철저히 바로 잡겠다"며 "농식품부가 구성하는 농협개혁추진단과 긴밀히 소통해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에 적극 동참해 농협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스마트농업 확산, 청년농업인 육성,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등 농정핵심과제와 농협사업을 연계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나가고, '돈 버는 농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여, 농업인의 땀이 정당한 소득으로 보장되도록 농협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농업·농촌과 농업인의 삶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농식품부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강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 여파가 커진 바 있다. 농식품부는 강 회장이 다섯 차례의 해외 출장에서 모두 숙박비를 상한 초과하고,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을 추가로 받은 점 등을 적발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 관계가 확인된 65건에 대해서는 이달 중 감사 결과를 통보하고, 추가 감사 대상인 38건은 수사의뢰나 시정·개선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임원들에게 과도한 혜택이 집중된 부분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농협중앙회가 중앙회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임직원 형사 사건에 공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맡았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특별감사 최종 결과는 이의 신청 등 절차를 거쳐 3월쯤 나올 전망이다.
2026-01-13 11: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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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77년 만에 역사 속으로…'공소청·중수청' 신설 합의
[이코노믹데일리]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고위 당·정·대 협의를 열고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개편안에 합의했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두기로 했다. 이번 개편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7년간 유지돼온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체제를 바꾸는 조치다.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해 권한 집중을 완화하고, 형사사법 체계의 균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중수청은 기존 검찰 특수부 기능을 확장해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내란·외환 범죄 등 7대 중대범죄를 전담한다. 검찰에서 수행하던 상당수 특수 수사가 이관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인력도 함께 이동할 전망이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다만 헌법이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영장을 발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영장 청구권은 여전히 검사에게만 인정된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으로서 중수청이 영장을 청구할 경우 공소청 검사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두 기관 간 협조 체계가 필수적이다. 중수청을 어디에 둘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으나, 행정안전부 산하로 두는 방안이 최종 채택됐다. 민주당은 권한 분리를 위해 행안부 소속을 주장했고, 법무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권한 집중과 민주적 통제를 이유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으나, 협의 과정에서 절충이 이뤄졌다. 다만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여부와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수사기관 간 권한 충돌 가능성과 민주적 통제 장치 마련은 향후 세부 입법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9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관련 세부 법안을 조속히 제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번 합의는 검찰개혁 논의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 제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권한 배분의 세부 설계, 기관 간 조정, 통제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은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 개편의 성과는 정치적 합의에 그치지 않고,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후속 입법과 운영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9-07 18: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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