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1건
-
-
-
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사법 절차에서 구속은 예외적 수단으로 설계돼 있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에만 허용되는 강제 처분이다. 제도상 원칙은 분명하지만, 실제 수사 현장에서 이 원칙이 언제나 동일하게 작동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이른바 ‘별건수사’가 있다. 본래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을 수사 과정에서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 자체가 법률로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찰은 ‘별건수사’라는 표현에 선을 긋고,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혐의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했을 뿐이라는 설명을 유지해 왔다. 영장 역시 법원의 판단을 거쳐 발부된 만큼 절차적 정당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문제 제기가 이어져 온 지점은 이 같은 수사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는 과정이다. 본건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 혐의나 비교적 경미한 범죄 사실을 근거로 신병을 먼저 확보한 뒤 그 상태에서 본건 수사를 이어가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구속은 수사의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처럼 기능하게 되고, 수사의 방향과 목적이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구속 여부를 둘러싼 판단은 수사 단계에서 먼저 형성된다. 수사를 맡은 기관이 구속 필요성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검사가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한다. 최종 결정은 법원이 내리지만, 영장을 통해 어떤 혐의를 전면에 내세울지는 검사 판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별건 혐의가 영장 청구의 핵심 근거로 제시될 경우, 그 혐의의 비중은 수사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형사사법 제도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을 두고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일반 사건의 1차 수사권을 경찰에 두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역할을 두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이 제도는 아직 시행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현재 기준으로 구속영장 청구 권한과 기소 판단은 여전히 검찰이 맡고 있다. 수사의 중심이 경찰로 옮겨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구속 여부를 가르는 결정 과정에서는 검찰의 판단이 계속해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수사 관행은 사건이 무죄로 귀결됐을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사기록과 영장 청구서, 법원의 영장 결정문과 판결문에는 각각 판단의 이유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이 판단들이 사건의 진행 과정 속에서 어떻게 이어졌고, 어느 지점에서 판단의 무게가 달라졌는지를 한 번에 되짚는 절차는 분명하지 않다. 무죄가 확정된 뒤에도 수사 단계의 판단과 영장 청구, 법원의 결정 가운데 어느 지점에서 판단이 과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은 제한적으로만 이뤄진다. 무죄 판결은 최종 결론을 제시하지만, 수사 과정의 적절성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별건수사가 수사의 단서 확장이라는 설명에 부합했는지, 아니면 신병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판결 이후 자연스럽게 논의의 바깥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별건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사건마다 반복되지만, 판단의 경과는 흩어진 채 남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문제는 책임의 귀속으로 이어진다. 국가배상 제도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위법한 직무집행이 있었을 경우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법률상 국가는 공무원 개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수사나 영장 청구처럼 재량 판단이 개입된 영역에서는 고의나 중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그 결과 수사 방식이 논란이 되더라도 책임이 개인에게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개별 사건마다 법원의 판단을 거쳐 적법하게 절차가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별건수사가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합법 여부와는 별개로 수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의 목적은 혐의 입증이지, 구속 그 자체가 아니다. 별건수사가 신병 확보를 전제로 한 관행으로 굳어질 경우, 형사 절차의 균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별건수사가 어떤 맥락에서 활용돼 왔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되짚는 일은 검찰 권한과 책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
2026-02-02 17:18:20
-
-
금융당국 수장들 재산 공개…이억원 20억원·이찬진 385억원
[이코노믹데일리] 금융당국 수장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약 20억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약 385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은 본인과 배우자, 장남 명의로 총 384억8900만원을 신고했다. 보유 부동산으로는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의 서울 서초구 우면동 아파트 2채와 본인 명의의 서울 성동구·중구 소재 상가 등을 포함해 총 29억5200만원 상당의 건물을 보유했다. 이 중 아파트 한 채는 취임 후 처분했고, 계약금 2억원으로는 국내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강남 아파트 두 채 보유에 관해 질타가 이어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딸에게 증여하겠다고 했다가 '아빠 찬스'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매도로 입장을 바꿨다. 예금 재산은 본인 명의의 267억7700만원을 비롯해 배우자·장남까지 총 310억5200억원을 신고하면서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증권 재산은 본인 명의의 애플(100주)·테슬라(66주)·월트디즈니(25주) 등 미국 주식과 우리금융지주 회사채 등 13억6100만원이다. 다만 국내 상장주식과 우리금융지주 회사채, 지엔에스티 비상장주식은 취임 후 전량 매각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본인, 배우자, 장남 명의로 보유한 개인투자조합 관련 채권을 비롯해 총 20억9000만원어치 채권도 재산에 포함됐다. 배우자 명의로 금 3㎏(4억4700만원)과 2.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목걸이 등 보석류(1억4100만원) 등도 신고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본인과 모친, 배우자, 장남, 장녀 명의로 총 20억1476억원을 신고했다. 지난해 8월 후보자 신분으로 공개한 재산 총액(19억9740만원)에서 소폭 늘었다. 이 위원장은 본인 명의로 보유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아파트(13억930억원)와 모친의 다세대주택 등 건물 재산이 총 13억81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지난 2013년 국외 파견 직전 재건축을 앞둔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매입했으나 실거주하지 않았고, 최근 재건축이 완료된 뒤 실거주 중이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40억원대에 이른다. 예금으로는 6억1600만원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한편 이찬진 원장은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현직 고위공무원 중 2위였다. 1위는 노재헌 외교부 주중화인민공화국 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약 530억4500만원), 3위는 김대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약 342억7700만원)이다. 이 밖에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총 19억4800만원, 박민우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 및 상가 등 총 60억4700만원을 재산 신고했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의 재산은 총 11억9600만원으로 등록됐다.
2026-01-30 12:26:41
-
-
-
-
-
기본·원칙·상식의 법대 위에서, 윤석열은 '역사의 죄인'이다
국가가 무너질 때는 전차가 아니라 말과 명령이 먼저 무너진다. 헌정 질서를 지탱하는 것은 군홧발이 아니라 절차이고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절제이며, 정권의 승리가 아니라 법치의 자존심이다. 그 자존심을 가장 높은 자리에서 먼저 훼손한 사람이 있다면 그 책임은 형법 조문을 넘어 역사에 남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고 ‘역사의 죄인’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감정의 욕설이 아니다. 국민 공동체가 오랫동안 공유해 온 기본과 원칙, 상식의 언어로 내리는 정치적·도덕적 평가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판단한 것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다. 공권력의 집행을 물리력으로 가로막고 국가 시스템을 개인의 방패처럼 사유화하려 한 행위가 법치에 남긴 상처였다. 이 한 건만으로도 결론은 충분하다.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법의 집행을 정면으로 거부하거나 지연시키고 제도를 자신의 방어막으로 삼는 순간 법치국가의 근간은 흔들린다. 그것은 개인의 범죄를 넘어 공동체의 규범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그래서 그 죄는 무겁다. 더 큰 문제는 이 첫 선고가 ‘예고편’에 가깝다는 점이다. 내달 19일에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미 결심 공판은 마무리됐고 특검은 사형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우리는 판결문이 나오기 전까지 법률적으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역사적 책임의 영역은 다르다. 민주주의에서 지도자는 ‘법정 유죄’ 이전에도 ‘공적 신뢰’에 의해 심판받는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헌정의 뿌리를 흔들었다는 의혹만으로도 지도자는 공동체 앞에 무거운 책임을 진다. 윤 전 대통령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정치적 실책이 아니다. 권력이 통제 장치를 무력화하고 절차를 무시하는 순간, 국가는 ‘법의 국가’에서 ‘사람의 국가’로 전락한다. 법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를 묶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그 권력자가 법을 비틀고 제도를 우회하며 국가 장치를 사병처럼 다뤘다면 그때부터 역사적 책임은 시작된다. 지도자의 일탈은 개인의 타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공무원 사회를 왜곡하고 수사·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갉아먹으며 결국 국민 사이의 공동 규칙을 파괴한다. “어차피 힘 있는 사람은 빠져나간다”는 냉소가 확산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내부에서부터 붕괴한다. 이 사태가 남긴 상처는 개인의 명예나 진영의 승패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쌓아온 ‘상식의 국가’라는 토대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한 산업국가이자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권력이 절차를 경시하고 물리력과 지시로 제도를 눌러버리는 순간 우리는 개발도상국적 권력 습성의 가장 낡은 어둠으로 되돌아간다. 그 후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다”고 합리화하는 순간 더 큰 재앙이 찾아온다. 역사는 늘 그렇게 경고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재판은 재판대로 원칙주의에 따라 끝까지 가야 한다. 여론의 속도나 정치적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법률과 증거, 절차에 의해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헌정의 복원이다. 둘째,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번 사태를 진영 사건으로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편이면 괜찮고, 상대편이면 악”이라는 언어는 민주주의를 다시 찢는다. 법치를 지키는 일은 어느 편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 조건이다. 윤석열을 ‘역사의 죄인’이라 부르는 이유는 특정 인물을 저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는 권력이 헌정 위에 서지 못하도록 못을 박기 위해서다. 우리는 법을 지켜야 하고, 절차를 존중해야 하며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교훈이자 내일의 안전장치다. 죄는 개인이 짓지만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묻고 반드시 기록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정의 판결이 어떤 결론에 이르든, 역사 앞에서의 책임은 이미 시작됐다.
2026-01-17 20:15:31
-
-
'주민 요청' 근거 없이 설계 변경·예산 증액… 종로구청 관급공사 절차 논란
[이코노믹데일리]서울 종로구 옥인동 47-16번지 일대에서 추진 중인 ‘옥인동 주민복합시설 및 공영주차장’ 건립 사업을 둘러싸고 종로구청(구청장 정문헌)의 행정 판단과 절차 전반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주민 편의시설로 계획됐던 공간이 골프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설계 변경과 예산 증액이 이뤄졌고, 이후 공사 관리 과정에서도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다. 8일 본지가 입수한 종로구청 명의의 정보공개 회신과 공식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22년 최초 설계 당시 주차장 상부 2층 복합시설에 지역 주민을 위한 헬스장(GX)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이후 설계가 변경되면서 건물 층고를 1.36m 높여 스크린 골프장 5면과 파크스크린 골프장 5면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이 과정에서 2층 공사비는 약 5억8000만원가량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청은 설계 변경 사유로 ‘주민 요청 반영’을 들고 있다.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했고, 여기에 더해 옥인동 사업의 설계 변경과 관련해 교남동 2025년도 신년인사회에서 제기된 주민 의견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회의록이나 민원 기록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수백억 원 규모의 관급 공사에서 설계 변경과 예산 증액이 이뤄졌음에도, 판단 과정을 확인할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할 공식 기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종로구청은 신년인사회 요청과 관련해 회의록이나 공청회 결과, 민원 접수 기록, 담당 공무원 정보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관급 공사에서 설계 변경과 예산 증액이 이뤄졌지만, 그 판단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다. 설계 변경 절차 역시 논란을 키운다. 종로구청은 2024년 9월 ‘스포츠센터 설계 변경 용역’을 발주했지만, 본지가 입수한 정보공개 자료에 포함된 변경 설계도면에는 이미 2024년 1월 해당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표기돼 있었다. 공식 용역 발주 이전에 설계 변경이 도면상 선반영된 셈이다. 구청과 설계사 측은 단순 오기재라고 해명했지만,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건축물 설계도면에서 변경 시점과 내용이 동시에 잘못 기재됐다는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사 현장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건설기술진흥법 제65조의2는 발주청이 발주한 공공 공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일요일 공사를 제한하고, 긴급 보수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발주청의 사전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로구청 명의의 문건을 보면, 해당 현장에서는 일요일 공사가 모두 13차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를 승인한 발주청의 사전 승인이나 결재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청 주차관리과가 발송한 답변서에는 일요일 공사가 법령상 제한 대상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공사가 계속 진행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답변서에는 일요일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요청이 여러 차례 전달됐지만 공사 일정이 유지됐고, 이 과정에서 “공사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이해를 구했다”는 설명이 함께 기재돼 있다. 법령에 따른 제한 규정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사전 승인 절차 없이 일요일 공사가 반복된 정황이 문서로 확인되면서, 현장 관리와 시정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행정 절차상의 공백은 추가로 확인된다. 본지가 입수한 도로점용허가 관련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공사는 2023년 12월 도로점용허가가 만료된 이후 약 8개월 동안 갱신 절차 없이 도로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공사 기간이 연장됐음에도 허가 공백이 발생한 셈으로, 공공 공사에서 기본적으로 관리돼야 할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특정공사 사전신고증명서 처리 과정도 석연치 않다. 정보공개로 확인된 자료를 보면, 해당 증명서는 2022년 6월 8일 최초 신청 당시 공사 종료일 역시 같은 날로 기재돼 있었다. 이후 공사 기간이 연장됐지만, 결재 문서번호와 결재일자는 최초 신청 시점과 동일한 상태에서 공사 기간만 수정된 형태로 남아 있다. 공사 기간이 바뀌었는데도 다시 결재를 거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설계 변경에 따른 변경 건축승인을 받기 전부터 변경된 설계가 현장에 적용됐다는 점도 논란이다. 종로구청의 공식 회신과 내용증명 답변서를 종합하면, 변경 건축승인이 이뤄지기 이전 시점부터 변경된 설계에 따라 공사가 진행됐다는 정황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은 3월 12일부터 착공에 들어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실제 공사가 언제 어떤 승인 절차를 거쳐 시작됐는지를 놓고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주민들은 약 4년간 소음과 분진을 감내하며 공사에 협조해 왔지만, 설계 변경 과정이나 시설 구성 변경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민 편의를 명분으로 추진된 공공 사업이 정작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종로구청은 설계 변경과 공사 진행 과정 전반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공공 재원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의사결정 과정과 관리 실태를 둘러싼 의문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행정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의 신뢰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종로구청의 보다 구체적인 설명과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026-01-08 15:59:42
-
일자리는 정책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일거리에서 자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줄곧 일자리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강조해 왔다. 고용은 민생이고 민생은 경제의 심장이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일자리는 정책 구호로 생기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자리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은 언제나 일거리다. 냉정하게 보자. 법조인, 언론인, 정치인, 공무원은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 내는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요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새로운 수요를 발견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따로 있다. 바로 창업가와 기업인이다. 일자리는 사업에서 나온다. 사업은 일거리의 축적이다. 누군가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이 반응할 때 일거리는 확장되고 고용은 뒤따른다. 이 단순한 경제의 원리가 정치의 언어 속에서 자주 왜곡된다. 미국과 독일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다.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기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주목해야 할 사례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아시아의 변화는 훨씬 더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간 세계 최대의 일자리 창출 실험장을 운영해 왔다. 중국 정부는 모든 기업을 자유롭게 방치하지도 모든 고용을 직접 책임지지도 않았다. 대신 명확한 전략 산업을 설정하고 해당 분야에서 민간 기업이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민영기업이 제조업과 플랫폼, 유통과 서비스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농촌 인구는 도시로 이동하며 대규모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완벽한 모델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중국의 고용 증가는 ‘공공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민간의 일거리 폭증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더 인상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일자리를 외치기보다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먼저 물었다. 외국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단순화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노동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했다. 그 결과 글로벌 제조 기업과 국내 기업이 함께 성장했고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보다 공장과 기업 현장으로 향했다. 베트남의 일자리는 정부 청사에서 생기지 않았다. 공장과 물류 창고, 연구소와 서비스 현장에서 자라났다.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국가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대신 일거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판을 깔았다. 규칙은 강했지만 방향은 분명했고 기업은 그 틀 안에서 속도를 냈다. 기업을 잠재적 범법자로만 보지 않았고 실패를 전면적으로 낙인찍지도 않았다.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는 여전히 일자리를 숫자로 관리하려는 유혹에 빠져 있다. 단기 고용 지표에 집착하고 공공 부문이 민간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려 한다.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세금이 마르면 사라진다. 반면 기업이 만든 일자리는 시장 경쟁 속에서 스스로 생존하며 확장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일거리가 생겨나고 있는가”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창업가와 기업인이 지금 이 나라에서 마음 놓고 뛰고 있는가.” 정도 언론의 시선으로 분명히 말한다. 공정과 정의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그러나 그 가치가 도전을 억누르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예측 가능해야 하고, 정책은 일관돼야 한다. 기업이 5년,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할 수 없는 나라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일자리는 대통령의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거리를 만드는 사람들, 즉 창업가와 기업인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미국과 독일이 보여 준 교훈은 하나다. 국가는 앞에서 끌어주기보다 뒤에서 밀어 주고 옆에서 지켜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것이 이재명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를 말하는 언론이 외면해서는 안 될 기본이자 상식이다.
2025-12-31 15:59: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