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ark0508@economidaily.com
기사 제보하기
최신기사
-
-
[소프트텔링ESG] 잠깐, 참치에 담긴 바다의 경고를 들어주세요
2024년 글로벌 통계에 따르면 통조림이나 가공 참치 기준으로 전 세계 1인당 보존(가공) 참치 소비량 평균은 약 0.7 kg입니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연간 약 2.8 kg으로,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소비국 중 하나입니다. 특히 스페인은 1인당 8.3 kg으로 가장 높은 소비량을 기록했습니다. 참치는 한국인의 식탁, 편의점, 가정, 그리고 반려동물 사료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인이 주로 소비하는 태평양 참치가 수은에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참치 한 점’이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지구 해양과 기후 시스템 전체와 연결된 경고일 수 있습니다. ◆참치와 해양…단절 없는 연결 고리 2025년 3월 발표된 국제해양생태계보전재단(ISSF)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상업용 참치 어획량의 약 87%는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상태(stocks at healthy abundance)’에서 나오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총 어획량은 2023년 기준 약 520만t으로, 최근 몇 년 간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계는 단순 어획량 안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한 국제 공동 연구에서는 아시아권 공장과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수은이 대기를 타고 태평양까지 이동하고, 해양 생태계와 식탁 위 참치에 축적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독립적인 해양연구기관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로라 모타 박사 연구팀과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연구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강동진 박사 연구팀은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이동해 해양 생태계에 축적되는 경로를 규명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습니다. 이들 합동 연구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선을 이용해 대한해협부터 벵골만에 이르는 서태평양해역과 필리핀해에서 하와이 근해까지 중앙태평양에서 플랑크톤을 채집해 수은 안정 동위원소를 분석했습니다. 합동 연구팀은 수은 안전 동위원소가 배출원마다 고유한 지문을 갖는다는 특징을 이용해 플랑크톤 속 수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유입돼 생물체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바다로 유입되는 수은 경로를 분석한 결과 육지에 가까운 해역에서도 최소 60% 이상의 수은이 강이 아닌 대기를 통해 유입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 인바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와 세계적 해양 커뮤니티 매체 ‘디퍼블루(DeeperBlue)’에 소개됐습니다. 이는 플랑크톤을 시작으로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 포식어까지 퍼지는 구조로, 참치뿐 아니라 인간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처럼 인간이 소비하는 참치에 수은에 오염됐다는 사실은 단순히 식생활 문제가 아니라, 해양 오염과 수은 축적이라는 글로벌 환경 문제의 일부입니다. ◆전 세계가 겪었던 수은 오염…또 다른 사례들 태평양 참치에서 확인된 수은 축적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다양한 사례가 보고돼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 미나마타만(1950~60년대)에서는 산업 폐수로 배출된 메틸수은이 어패류에 축적되며 지역 주민들에게 신경계 이상을 일으킨 ‘미나마타병’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수은 규제 논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북극권 이누이트 지역에서는 고래·물개 등 상위 포식 해양동물을 먹는 전통 식습관 때문에 수은 농도가 일반 인구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북유럽 내륙 호수에서도 대형 어류에서 적지 않은 양의 메틸수은이 검출되며, 수은 오염이 해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수은이 지구 어디에서든 배출되면 결국 해양 생태계와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 생선 속 수은, 어느 정도가 문제일까? 수은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해양에 들어가 미생물 작용을 거치면 신경계에 독성이 강한 '메틸수은'으로 전환됩니다. 메틸수은은 체내 배출이 느리고 지방조직과 뇌에 축적돼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감각 이상, 균형 장애 등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임산부나 영유아에게는 발달 지연, 학습 능력 저하 등 민감한 영향이 나타날 수 있어 국제기구들은 대형 포식어 섭취 빈도에 주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해양 오염이 높아질수록 대형 어종의 수은 농도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적 연결입니다. 이는 수은이 플랑크톤→소형 어류→상위 포식어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과정에서 단계별로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대형 어종일수록 개체별 수은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납니다. ◆해양 생태계의 두 얼굴—지속가능 vs 위기 일부 국제기관은 현재 참치 자원의 86~88%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2월 ISSF 보고에서는 “상업용 참치 어획의 88%가 건전한 자원 상태에서 나왔다”고 밝혔고, 2025년 3월판에서는 이 비율이 87%로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곧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해양 과학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산소 고갈 해역(Dead Zone)’과 ‘저산소 해양(low‑oxygen zones)’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구 온난화, 육상 오염 유입, 과잉 영양염류 배출 등이 맞물리면서 해양 물속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해역이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해역에서는 플랑크톤, 갑각류, 어류는 물론 해양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이는 단지 특정 어종의 위기가 아니라 해양 생물다양성과 인류 식량 안보 전반에 대한 구조적 위협입니다. ◆해양 자원, 소비 패턴, 그리고 ESG 참치 소비와 해양 위기의 연결이 더욱 명확해진 만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소비자의 선택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지속가능 수산물 인증(MSC) 확대, 대기 및 산업 배출 규제 강화, 양식 어업의 확대와 기술 고도화, 소비자의 식습관 변화와 다양한 어종 선택 등은 단순한 ‘윤리적 소비’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 보전과 식품 안전을 위한 필요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적인 양식이 전통적인 포획 어업을 넘어 글로벌 수산물 공급의 큰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유엔 식량농업 기구(FAO)의 지적도 있습니다. 소비자 선택과 식습관 변화도 필요합니다. 참치 소비 빈도 줄이기, 다양한 해산물과 어종 소비, 지속가능 인증 제품 선택 등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선택 참치 한 점이 들려주는 바다의 경고는 분명합니다. 수은 오염, 해양 산소 고갈, 무분별한 어획, 이 모든 것이 서로 엮이며 우리의 식탁과 지구 생태계, 그리고 미래 세대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현실도 있습니다. 해양관리협의회(MSC)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참치 어획의 대다수는 지속 가능한 상태이며 관리와 책임만 따라준다면 회복 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합니다. 결국 결정은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기업은 공급망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조금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 참치는 단순 생선이 아니라 지구와 바다를 위한 공동의 약속이 됩니다. 참치에 담긴 바다의 경고, 이제 듣고 행동할 때입니다.
2025-12-04 06:00:00
-
-
-
-
-
-
[CEO들의 별의 순간] ㉓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 "보험은 사람의 미래를 지키는 일"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6·25전쟁이 정전되고 국가 재건이 한창이던 1958년의 서울. 대부분의 기업이 생존과 자본 축적에만 몰두하던 시절, 자원이 없는 국가의 대안은 교육과 자본이란 철학을 갖게 된 한 남자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보험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별의 순간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됐습니다. 그가 1958년 설립한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었습니다. ‘교육보험’이란 개념은 당시로서 파격적인 발상이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배움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보험을 통해 미래의 교육을 준비한다는 그의 생각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근본부터 다시 정의하는 시도였습니다. 1960년대 초반, 특히 1963년을 전후로 교육보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그의 철학은 비로소 사회적 공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보험을 ‘불행 대비 상품’이 아닌 ‘미래 설계 도구’로 본 시각은 당시로서는 매우 선구적이었습니다. 신용호 창업주는 1960~70년대 여러 강연과 임직원 교육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보험은 사고가 났을 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지켜주는 사회적 장치다.” 이 발언은 그의 경영 철학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으로 평가됩니다. 이 시기, 그는 보험을 고객과 회사 간의 계약을 넘어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안전망으로 바라봤습니다. 단기 수익보다 신뢰와 지속성을 중시한 그의 태도는 이후 교보생명의 경영 방향을 결정짓는 근간이 됐습니다. 1976년, 교보생명이 국내 최초로 종신보험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이었습니다. ‘평생을 책임지는 보험’이라는 개념은 그의 인간존중 경영을 구체화한 상징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고도 성장기였던 그 시절 수 많은 기업들이 외형 확장에 집중했지만 그는 속도를 조절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무리한 확장보다 장기적 신뢰를 우선시했고, 이윤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경영 철학을 고수했습니다. 1988년, 대한교육보험에서 ‘교보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기업의 정체성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이 시기 그는 “보험은 한 자리에서, 평생 고객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더욱 강조했고, 이는 1990년대 초반 교보의 핵심 운영 철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른바 ‘한 자리, 평생 고객’ 철학은 보험 설계사와 고객 간의 관계를 일회성이 아닌 평생 동반의 개념으로 승화시킨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그의 철학은 보험을 넘어 교육과 문화 영역으로 확장됐습니다. 1981년 교보문고 설립은 그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사람을 키우는 일은 결국 지식과 문화로부터 시작된다”며 독서 문화 확산과 국민 교양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기업을 단순한 경제 주체가 아닌 ‘사회적 기관’으로 바라봤고, 장학사업과 문화사업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신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보험회사 창업자가 아니라 ‘교육가이자 사상가에 가까운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게 한 배경이 됐습니다. 신용호 창업주의 리더십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말했습니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사람이 먼저다.” 이 철학은 교보생명의 ‘정도경영’과 ‘고객 중심 문화’로 이어졌고, 2003년 그의 별세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2020년대에 이른 지금도 교보생명은 국내 대표 생명보험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여전히 1958년, 한 사람이 던졌던 근본적인 질문이 살아 있습니다. 보험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여야 한다는 믿음. 그 철학은 반세기를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혼돈의 시기일수록 기업은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됩니다. 신용호 창업주의 별의 순간은 분명합니다. 이윤이란 숫자 너머에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내일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 그것이야말로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그의 삶은 말하고 있습니다. 신용호 창업주의 별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합니다. “보험은 사람을 돕는 일이다.”
2025-11-28 18:17:36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