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광주광역시에 뿌리를 두고 성장해 온 중흥건설이 핵심 조직을 서울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형·중견 건설사의 역할과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의 이동 자체보다, 이를 불러온 지역 개발 환경과 정책 선택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광주 북구 신안동 본사는 유지하되 수주와 개발 등 핵심 기능을 단계적으로 서울로 옮길 계획이다. 명목상 본사는 지역에 남기지만 신규 사업 검토와 주요 의사결정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로써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 건설사들은 대부분 본사 또는 핵심 조직을 서울과 수도권에 두게 됐다.
광주 기반 건설사들은 한때 지방 건설사의 성장 모델로 평가받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광주 택지 개발과 주택 분양 호황이 이어졌고, 수도권 규제가 강했던 시기에는 지방에서 자체 개발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놓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구 감소와 주택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지역 중심 개발 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시 인구는 2020년 145만명에서 올해 139만명대로 줄었다. 인구가 14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21년 만이다. 청년층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가구 수 증가율도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주택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미분양은 빠르게 늘고 있다. 광주시 미분양 주택은 2021년 27가구에서 올해 8월 기준 1370가구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광주시의 개발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광주시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기부채납과 공공기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해 왔다. 광주시가 확보한 공공기여금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일부 개발 사업에서는 기부채납 비용이 토지 매입가에 근접하면서 사업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비용 부담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인구 감소와 수요 위축 국면에서도 과거와 같은 개발 방식이 유효한지 여부다. 공공기여 확대를 통해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는 전략은 성장 국면에서는 작동했지만,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민간 사업자의 부담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거점을 옮긴다고 해서 사업 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지방 공공택지 공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수도권 정비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지역을 떠나는 선택을 하는 것은 지방에서 신규 사업을 지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흥건설의 서울 이전은 특정 기업의 전략 변화로만 보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정책이 인구 구조 변화와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지, 민간 사업자와의 역할 분담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례로 읽힌다. 향후 광주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개발 정책을 조정해 나갈지에 따라 지역 건설 산업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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