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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축제]목련에 상춘객 마음 '사르르'... 태안 천리포수목원 목련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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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 기자
2024-04-18 05:00:00

전문 가드너가 해설해주는 국내 유일 목련 축제

목련축제 기간 비공개 구역 '산정목련원' 개방

사진한석진 기자
지난 11일 찾은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이곳 목련정원에서 관람객들이 목련꽃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한석진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봄기운 충만한 서해. 맨살만 드러냈던 숲도 기지개를 켜고,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며 저마다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꽃놀이하기 딱 좋은 시기다. 국내 유일의 목련 축제가 한창인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을 찾았다.
 
목련꽃향이 은은하게 번지고 있는 천리포수목원은 17일 현재 목련 축제로 들떠있다. 축제 주제는 ‘사르르목련’이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닮은 목련꽃을 표현한 말이다. 마음이 녹아내리는 봄의 달콤함과 함께 목련을 즐기라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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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 전경. [사진=한석진 기자]
 
◆아시아 최초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충남 태안 소재 천리포수목원은 대한민국 최초로 민간이 설립한 수목원이다.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 최초, 세계에서 12번째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자생식물을 포함해 전 세계 36개국 327개국 기관에서 들여온 1만56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살아간다.
 
그중 목련은 세계 식물학계에서도 인정받은 천리포수목원의 대표 나무다. 2024년 1월 기준 목련 926 분류군을 보유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매년 4월 목련 축제가 열릴 때면, 화려한 목련꽃 풍경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천리포수목원은 다른 수목원에 비해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인위적인 관리를 최소화하고 식물들이 자연의 섭리대로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해서다. 본래의 모습대로 자라길 바라는 차원에서 ‘가지치기’ 조차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사람을 위한 수목원이 아닌, 나무가 행복한 공간이 되길 원했던 설립자 민병갈(1921~2002) 박사의 바람에서다.
 
민 박사는 한국에 정착한 ‘귀화 미국인 1호’다. 그의 본명은 ‘칼 페리스 밀러’. 192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1945년 미 군정청 장교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한국에 매료된 그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우리 땅에 정착했다.
 
서해를 낀 천리포수목원은 다른 수목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
 
천리포해수욕장으로 난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면 바다와 섬을 품은 아름다운 식물들 사이에서 서해의 빼어난 풍광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걷는 동안 향긋한 나무 내음, 풀내음과 함께 알싸한 바다내음도 함께 맡을 수 있는 것은 천리포수목원이 주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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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찾은 천리포수목원에서 바라보는 천리포해수욕장 풍경, 정면에 낭새섬이 보인다. [사진=한석진 기자]
◆ 멸종 위기~해외 자생종 900여 목련 향연

수목원은 ‘밀러 가든’ ‘에코힐링센터’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 골’ 등 7개 지역으로 나눠 운영된다. ‘밀러 가든’과 ‘에코힐링센터’만 상시 개방하고, 교육ㆍ연구용 지역인 목련원과 목련산은 축제 기간에만 일반인에게 개방해 열린다고 한다.
 
설립자 이름을 따 지은 밀러가든에서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백목련, 자목련뿐 아니라 별 모양처럼 꽃잎이 많은 별목련 등 다양한 목련을 감상할 수 있다. 목련꽃향에 이끌려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강렬한 색의 목련꽃이 동시다발로 피어있는 불칸 목련이다.
 
황금비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은 "불칸 목련은 천리포수목원의 대표 아이콘으로 축제 기간인 4월이면 포토존으로 유명하다"며 "불칸이 지면 바로 옆에 있는 다렐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려 움직이는 포토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연못길을 따라 걸으면 곳곳에 다양한 색상의 동백꽃도 감상할 수 있다. 활짝 핀 연분홍색, 흰색, 붉은색 등의 동백꽃이 무성한 동백나무들을 지나면, 짙은 홍벚꽃을 만날 수 있는데, 이름은 종벚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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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찾은 천리포수목원 목련정원에서 황금비 홍보팀장이 목련꽃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한석진 기자]
◆ 1년에 단 24일만 개방 '비밀의 목련화원'

목련정원과 산정목련원은 1년 중 목련 축제 기간에만 공개된다. 특히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산정목련원은 50년간 출입을 통제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목련 축제 기간 중 사전에 예약한 사람에 한해서다.
 
목련원과 산정목련원의 규모는 총 2만여㎡(약 6천 평) 규모로 일반인 공개지역보다 오래되고 다양한 수종의 목련이 식재돼 있다고 한다.
 
목련정원에 들어서니 파릇파릇한 잔디 위로 수선화가 만개하고, 그 위로 ‘매그놀리아’, ‘스텔라타’, ‘엘리자베스’, ‘스위소렌’ 등 다양한 목련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민 배영은(42)씨는 “이렇게 종류가 많은 줄 몰랐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동네에서 보던 백목련이나 자목련 말고 색깔도 엄청 다양해서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가드너와 함께 걷는 비밀의 목련정원 △가드너와 함께 걷는 비밀의 산정목련원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비밀의 산정목련원 해설은 천리포수목원이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탐방객들은 약 3시간 동안 수목원을 직접 가꾸는 가드너와 함께 산정목련원을 둘러볼 수 있다.
 
황 팀장은 “목련정원 및 산정목련원 프로그램 사전 예매율이 80%를 넘었다”며 “특히 비밀의 산정목련원 해설은 축제 기간 중 주말 예약은 이미 매진이 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 목련축제. [사진=천리포수목원/자료사진]
◆김건호 원장 "오직 천리포, 바다와 꽃이 어우러진 특별한 추억"

축제 기간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우선 목련이 흐드러지게 핀 수목원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목련을 테마로 한 ‘듣는 목련’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민병갈기념관 1층 갤러리에는 (사)한국화진흥회의 기획전 ‘2024 Art in Bloom’이 열려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한 꽃 그림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듣는 목련’ 청음실을 마련해 봄을 주제로 한 음악을 상시로 감상할 수 있다.
 
화분에 수국을 심고, 직접 컵 받침을 만들어 목련차를 마실 수 있는 ‘트리&티(Tree&Tea) 체험 행사’도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사진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 목련축제 [사진=천리포수목원/자료사진]
또 유리온실 앞 잔디광장에는 폐품을 활용해 만들어진 친환경 놀이터가 설치돼 어린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따스한 색감의 크레파스로 관람객의 얼굴을 그려주는 ‘따끈따끈 드로잉’ 캐리커처도 만나볼 수 있다.
 
김건호 천리포수목원장은 “약 한 달간 이어지는 목련 축제는 오직 천리포수목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축제”라며 “바다와 꽃이 함께 있는 천리포수목원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련과 함께 다양한 봄꽃들이 어우러진 천리포수목원 목련축제는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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