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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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그룹, '피지컬 AI'로 간다…로봇 투자 전면전 돌입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4대 그룹이 로봇 산업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에 이어 SK그룹까지 산업용 로봇과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제조 자동화부터 생활 서비스, 범용 인공지능까지 산업 지형의 주도권을 둘러싼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 각 그룹은 직접 인수 또는 전략적 제휴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술 변화에 발맞춰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업계 관계자는 “로봇 산업은 이제 더 이상 기술 실험의 단계가 아닌, 실제 수요 기반의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 대기업이 확보한 로봇-AI 결합 기술이 향후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 1일 계열사인 SK온을 통해 산업용 로봇 기업 유일로보틱스의 지분 23%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콜옵션은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가 유일로보틱스 최대주주인 김동헌 대표의 보유 지분을 주당 2만8000원에 5년 내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현재 SK온은 유일로보틱스 지분 13.4%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옵션이 실행되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직접 인수 가능성을 열어둔 유일로보틱스 외에도 SK는 전략적 제휴 방식의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산업용 로봇 제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씨메스에 지분 투자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2017년에는 물류 자동화 전문기업 에스엠코어를 인수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확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월에는 SK텔레콤의 로봇 연구 조직을 서울 을지로 본사로 이전해 그룹 차원의 기술 상용화 체계를 구축했다. 유일로보틱스는 국내에서 직교, 다관절, 협동로봇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드문 기업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출신 인재들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전담 연구소를 신설했고 모바일 듀얼 암 시스템 개발을 핵심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유일로보틱스의 기술은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온의 배터리 공장 자동화 시험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3년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말 2675억원을 투입해 지분 35.2%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오는 2029년까지 지분을 6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직접 인수 전략에 해당한다. 삼성은 오준호 KAIST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영입해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현재는 가정용 이족보행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1억 달러(약 1조36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에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는 약 200대의 자율이동로봇(AMR)과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배치돼 있다. 향후에는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도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로보틱스 기술을 자율주행차, 물류,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전략적 제휴와 직접 인수를 병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산업용 로봇 제조사 로보스타의 최대주주에 올라 제조 역량을 확보했고 자율주행 로봇 기업 로보티즈, 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 엔젤로보틱스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의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며 로봇 사업을 생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4대 그룹이 로봇 사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생성형 AI와 결합한 지능형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21년 332억 달러에서 2026년 741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와 AGI 기반의 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되면서 산업용에서 가정용까지 로봇 시장의 외연이 급격히 확장될 것”이라며 “4대 그룹이 선점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AI가 인간의 물리적 활동을 대신하는 ‘피지컬 AI’ 개념이 부상하면서 단순한 반복 작업을 넘어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업무까지 수행 가능한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 2025 기조연설에서 “AI가 물리적 세계에 작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 가운데 SK 최태원 회장도 현장에서 피지컬 AI에 대한 논의를 나눈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김정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은 “AI 기반의 휴머노이드는 산업뿐 아니라 생활, 방위, 물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구조”라며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전략은 초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2025-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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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선경실록' 복원… 故최종현 SK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 공개
[이코노믹데일리] 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경영 활동 일체가 담겨 이른바 '선경실록'으로 불리는 방대한 기록이 유고 27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SK는 그룹 수장고 등에 장기간 보관해 온 30~40여 년 전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 디지털로 변환, 영구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 2년 만인 지난달 말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자료에는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과정,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서 임직원과의 토론 장면, 국내외 저명 인사와의 대담 내용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로 약 5300건, 문서 3500여건, 사진 4800여건 등 총 1만7620건, 13만1647점이다. 복원된 최 선대회장의육성 녹음을 통해 당시 경제 상황과 한국 기업인들의 사업보국에 대한 의지, 크고 작은 위기를 돌파해 온 선대 경영인의 혜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최 선대회장은 1982년 신입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 학연, 파벌을 형성하면 안된다"며 한국의 관계지상주의를 깨자고 임기 내내 여러 차례 강조한다. 1992년 임원들과 간담회에서는 "연구개발(R&D)를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유럽 한 국가의 왕세자 면담을 위해 준비한 보고서에는 앞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국제문제가 된다며 법정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이 담겨있다. SK의 성장 과정도 최 선대회장의 목소리를 통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세계경제 위기를 몰고 온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당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최 선대회장이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석유 공급에 대한 담판을 짓는 내용, 1992년 정당하게 획득한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할 때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음성 녹취에 담겨있다. 이 밖에도 타 그룹 총수들과 산업 시찰에서 나눈 대화, 외국담배회사가 한국 내 유통 협업을 제안하자 ‘비즈니스는 결국 신용’이라며 거절한 일화, 김장김치 보관법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오디오 테이프에 남아있다. SK 관계자는 "최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자료"라고 말했다.
2025-04-02 11: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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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캠페인 확산에…"기업들 방어 수단 마련해야"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등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때면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참전해 새로운 형태의 'K-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국회의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진화하는 K-행동주의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대한민국에 예전에 보지 못한 경제 용어가 등장했다. 소버린, 칼 아이컨, 엘리엇 등의 이름을 건 행동주의 펀드였다. 이들은 한국의 기업을 상대로 경영진 교체, 자회사 매각, 합병 반대 등을 요구했다. 소버린은 2003년 SK 최태원 회장 등 분식회계에 연루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는 한국의 대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행동주의를 전개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2015년에는 삼성물산의 2대주주로 등장한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국내 기업들이 통째로 해외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됐고 '흡혈귀 해외자본', '기업 사냥꾼' 등의 오명을 썼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9일 "(기업)지배권이나 경영권을 가져가는 펀드의 개념과 꼬이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오해를 사게 됐다"며 "국내 기업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역할은 가려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오해에도 국내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 숫자는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17년 3곳에 불과하던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 기업은 2021년 27곳, 2022년 49곳으로 늘더니 지난해 77곳으로 급증했다. 성장을 이끈 건 달라진 제도였다. 2016년 개정된 상법을 통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를 도입했고 2020년에도 주주대표소송제도 개선,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의 내용을 담아 상법 개정이 이뤄졌다. 2019년 한진칼을 공격한 KCGI, 2022년 SM을 타깃으로 한 얼라인파트너스, 올해 KT&G를 겨냥한 FCP 등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은 활발히 전개됐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두산 합병에 문제를 제기한 얼라인의 캠페인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이코노믹데일리 12월 5일자 B1면 참고) 재계가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다. 지난달 21일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은 한경협과 함께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 기업 사장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많은 기업들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상장폐지를 택하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든 건 한국보다 앞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을 펼친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2015년 ‘기업 지배구조 코드’로 불리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 주주의 권리 행사를 보호하고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며 공시 투명성을 높이는 등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맞춰 일본 기업들도 움직였다. 지난 1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2022년 1170억 달러(약 165조57884억원)에서 지난해 2520억 달러로 2배 이상 커졌다. 그러자 행동주의 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개입이 늘었다. 일본 경제연구소 다이와소켄 자료를 보면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한 일본 기업의 수는 2021년 23곳에서 지난해 61곳으로 약 3배 급증했다. 한국도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을 진행할 경우 일본처럼 행동주의 캠페인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상법과 밸류업은 주주 행동주의를 돕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건 부작용이다. 일본에선 투자자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비상장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한경협이 지난 10월 발간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행동주의 펀드 개입이 단기적으론 주가를 부양해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행동주의 펀드를 포함한 기관투자자와의 관계 재정립이다. 긴밀한 소통으로 기관투자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공격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가는 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기업들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영자들이 기관투자자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기업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정부도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하고 가치를 제고하도록 제도를 균형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4-12-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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