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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급성장, 韓 부품사에 기회…"품질과 기술이 승부처"
[이코노믹데일리] 중국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전장 부품의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모터, 제어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하거나 계열사에서 조달하는 구조를 갖추며 자체 공급망 확보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전장 부품의 내재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량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전력반도체(SiC)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부품은 여전히 기술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전장 기업들에게 새로운 진입 기회가 열리고 있다. 28일 한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내재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고부가 전장 부품에서는 기술력 있는 글로벌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MLCC나 전력반도체처럼 신뢰성과 내열성이 중요한 부품은 단기간 내에 로컬화가 어려운 구조로 한국 기업들이 이 틈새를 전략적으로 공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매우 유리한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는 이번달부터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에 차량용 MLCC를 공식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해당 계약은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선전의 BYD 본사를 직접 방문해 왕촨푸 회장과 회동한 직후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차량용 MLCC 대량 공급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아 최근 납품을 개시했다. 차량용 MLCC는 차량 내 전자제어 장치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기 신호를 정제하는 핵심 수동소자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장 부품이 훨씬 많아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수만 1만개 이상에 달한다. 삼성전기는 자동차용 MLCC 시장에서 일본 무라타, TDK 등과 함께 글로벌 톱 티어로 분류된다. 일본 TDK는 중국 내 완성차 업체의 전장 고도화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자사 기술력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BYD가 삼성전기를 선택한 배경에는 품질과 신뢰성, 공급 안정성이 있다. 차량용 MLCC는 고온·고습·고전압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제조 공정에서의 정밀도와 품질 관리 수준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중국 로컬 MLCC 제조사들도 기술력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사양 차량용 MLCC에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뚜렷하다. 특히 BYD 입장에서는 유럽 수출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현지 인증과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글로벌 공급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MLCC 외에 SiC는 한국 기업들이 틈새를 노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 부품이다. SiC는 전력 손실이 적고 발열이 낮아, 고출력 EV 파워트레인이나 고속충전 시스템에 적합하다. 중국은 SiC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소재 정제, 웨이퍼 가공, 패키징 등 고도화된 공정에서 품질 불량률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DB하이텍, SK실트론 등 고성능 SiC 기반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국 업체들은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온시스템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톱3 안에 드는 한온시스템은 중국 지리자동차 등 다수 완성차 업체에 히트펌프, 배터리 쿨링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혹한기 성능이 EV 확산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식 정밀 열관리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완성차업체 니오, 샤오미, 지리 등이 유럽 수출을 확대하려 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품질 기준에 맞춘 부품 조달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영향으로 삼성전기, LG이노텍, LX세미콘 등 국제 인증을 갖춘 한국 전장 기업들은 이들의 수출용 프리미엄 차량에 공급할 부품군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유럽 수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부품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신뢰성과 국제 인증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전장 부품사는 일본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특정 기술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중국 전기차 산업 성장의 핵심 공급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로컬 우선주의와 기술자립 정책은 외자기업에게 리스크로 작용하지만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전략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모비스는 중국 창안자동차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차체 모듈과 전장 시스템을 공급 중이다. LG전자 VS사업본부도 상하이에 현지 전장 R&D 센터를 두고 니오 등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에 맞춤형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반도체, 센서 등 하위 생태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한국 전장 기업들이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면 중국발 전기차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5-04-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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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실리콘 시대 성큼… 삼성·SK, 신소재 반도체 개발 박차
[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실리콘(Si) 기반 반도체에서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등 신소재 반도체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 '포스트 실리콘 시대'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SiC·GaN 기반 전력반도체 개발, 웨이퍼 내재화, 해외 합작 투자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EV), 자율주행, 5G·6G 통신,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전력·고속 처리에 유리한 신소재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비 전력 효율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SiC와 GaN은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은 글로벌 SiC 전력반도체 시장이 2023년 약 24억 달러에서 오는 2028년 108억 달러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GaN 반도체 시장도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7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SiC·GaN 반도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발표하며 신소재 기반 반도체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SiC·GaN 웨이퍼 공급망 안정화 및 전력반도체 제품군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웨이퍼 내재화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SiC·GaN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온세미, 울프스피드, 일본 로옴 등이 선점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3~5년 정도의 뒤쳐졌기 때문이다. 또 현재 SiC 웨이퍼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울프스피드, 일본 쇼와덴코 등이 독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자체 웨이퍼 생산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외 합작 투자와 웨이퍼 내재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력반도체 전문 기업과 협력해 GaN 반도체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자동차·AI 반도체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SiC 웨이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포스트 실리콘’ 시대로의 전환점에 있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신소재 반도체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미래 반도체 산업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2-11 15: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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