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6건
-
'정치' 없었던 윤석열의 정치
[이코노믹데일리] 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중대한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인용, 파면을 선고했다. 결정문 곳곳에서 드러나는 핵심은, 마땅히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군사력이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해 해결하려 한 위험천만한 시도에 대한 엄중한 질책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거대 야당의 국정 마비 시도와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을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담화를 통해 예산 삭감, 특검 남발 등으로 행정과 사법 기능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기에 국민에게 경고하고 호소하기 위한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헌재는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나 '사회질서 극도 교란으로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명확히 밝혔다. 헌재 결정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근거로 든 야당의 탄핵소추 추진, 법안 처리, 예산안 심의 등은 모두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부여받은 고유 권한 행사였다. 설령 이러한 과정에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초래됐다 하더라도, 이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여소야대 정국 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일 뿐, 군사력을 동원해야 할 국가비상사태는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헌재는 "정치적·제도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하며, 정치 영역의 갈등을 군사력으로 해결하려 한 발상 자체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또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며, 비상계엄은 선포 즉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고 행정·사법 권한에 특별 조치를 가능케 하는 실질적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벌어진 일련의 반헌법적 행위들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군경 병력을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를 사실상 무력화하려 시도했다. 이는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헌법 제77조 제5항)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유린한 행위다. 뿐만 아니라 계엄포고령 제1호는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과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며, 영장 없는 체포·구금·압수·수색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위헌적인 긴급조치나 계엄포고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착오적 폭거였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해 압수수색을 자행하고, 주요 정치인과 전직 대법원장·대법관 등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및 체포 시도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선관위의 독립성과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국군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동원함으로써, 헌법이 명시한 국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헌법 제5조 제2항)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윤 전 대통령의 행위들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과거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으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을 통해 "피청구인과 국회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이라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해소돼야할 정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외의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를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면서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는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대화와 타협,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수 차례 정치를 강조했다. 정치의 실종이 대립을 낳았고, 그로 말미암은 계엄은 대통령의 파면을 불렀다.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모습에 국민들은 답답하고 불안하다. 여야는 부디 이제부터라도 대립이 아닌 정치를 하기 바란다.
2025-04-04 22:03:35
-
-
-
헌재,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헌정사 두 번째 파면
[이코노믹데일리]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검사에서 검찰총장을 거쳐 곧바로 대통령에 오른 이례적 이력의 주인공이었으나, 임기 3년도 채우지 못한 채 파면돼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에 맞서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기소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검찰총장 재임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정면으로 수사하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와 충돌했고, 후임인 추미애 전 장관과는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했고,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며 정치 참여를 공식화했다. 같은 해 6월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가 됐다. 대선 과정에서 이준석 당시 대표와의 갈등, 김건희 여사 학력·경력 위조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여러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0.73%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후 노동·연금·교육·의료 등 4대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원전·방산 수출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의 정쟁이 지속되며 국정 동력이 약화됐다. 202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허용하며 국정 장악력은 더 약해졌고, 당정 갈등과 의료개혁 파열음 등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직후 50% 초중반에서 출발했으나, 같은 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는 10% 후반까지 하락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지속된 상황에서 명태균씨와의 통화 녹취, 공천 개입 논란까지 겹치며 여론 악화가 가속됐다. 결국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하고 김 여사의 공식 활동 중단 및 인적 쇄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은 심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는 범죄자의 소굴이 됐다”며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곧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표됐고,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군 병력이 배치됐다. 12월 14일 윤 전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안을 의결당했고 직무가 정지됐다. 그는 헌재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최후 진술을 통해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계엄이었으며 전시·사변 못지않은 국가 위기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개헌과 정치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헌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파면을 명령했고, 윤 전 대통령은 역대 두 번째로 탄핵에 의해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됐다.
2025-04-04 11:31:25
-
-
-
-
-
-
적자에 분쟁까지 '눈덩이'…탄핵 정국에 발목 잡힌 '실손보험 개혁'
[이코노믹데일리] 탄핵 정국 여파로 보험업계 숙원 사업인 '실손의료보험 개혁'에 제동이 걸렸다.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 문제해결이 시급한 가운데 보험사 손실과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연내 선보이려던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는 무기한 연기됐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와 함께 공청회를 열고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하려 했다. 개혁안 발표가 미뤄진 데는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 담긴 '의료인 처단' 표현에 반발한 의사 및 의료단체들이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하면서다. 이어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의료개혁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은 당초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99년 출시됐다. 하지만 과잉 진료와 의료 남용으로 인한 보험사기 등으로 얼룩지면서 매년 적자를 내고, 손해율마저 악화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여러 차례 개편에 나서면서 자기부담금과 보험료를 높이고, 과잉진료 우려가 큰 일부 비급여 항목 보장은 축소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4세대 실손보험은 이전 세대보다 자기부담금이 높고 보험료 할인·할증이 강화되면서 진료비 대비 비급여 비율은 낮았지만, 과잉진료 유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 등에서 연간 보장 금액과 통원 횟수 한도를 설정하고 있으나 1일당 한도가 없어 하루에 고가의 비급여 항목을 과잉 처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4세대 실손보험 환자들 가운데 진료받은 환자의 진료비와 비급여 진료비는 의원이나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환자들 대비 높다. 아울러 손해율도 지난 2021년 61.2%에서 지난해 115.9%로 크게 악화하면서 비급여 관리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비급여 항목 이용이 늘수록 보험사 손실은 증가하고,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돼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소득 수준에 따라 가입자 간 의료 서비스 격차도 더 벌어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잉진료나 비급여 보험금 청구로 실손보험 적자가 매년 늘고 있다"며 "특히 비급여 항목은 규제가 없어 의료기관별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이라 악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규제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제46회 국무회의에서 연말까지 실손보험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 따라 무기한 연기되면서 보험사가 과잉진료 대응 방안을 강화하게 되면 소비자는 보험금 지급 기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수 있어 상호 간 신뢰가 부서질 위험성이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접수된 실손보험 피해구제 신청은 총 1016건으로, 신청 사유는 대부분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로 인한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유형별로 보면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 무릎 줄기세포 치료 등 비급여 항목과 관련한 부지급 또는 일부 지급 사례가 많았다. 아울러 실손보험 손해율 심각성에 따라 내년 실손보험료는 평균 약 7.5% 오른다. 상품에 따라 1세대는 평균 2%, 2세대는 평균 6%, 3세대는 평균 20%, 4세대는 평균 13% 인상률이 반영될 예정이다. 다만 갱신주기·종류·연령·성별 및 보험사별 손해율 상황 등에 따라 개별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인상률은 달라진다.
2024-12-26 06:00:00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