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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겸직' 여전…경영 견제 실종 우려
[이코노믹데일리] 한국투자증권과 대신 등 국내 증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동시에 맡는 증권사들이 여전히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겉으로는 ‘밸류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영진 견제와 감시라는 이사회의 본질적 기능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독립성 확보와 투명경영이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잡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여전히 시대착오적 ‘겸직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 27곳 중 11개사(40.7%)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주요 증권사 지배구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다수가 '높은 이해도 및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근거로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지배구조법상 CEO와 이사회 의장직 겸직이 금지되지 않는다. 다만 겸직할 경우 이사회 경영진의 견제와 균형 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보통 대표이사가 주요 회사 경영사항을 이사회 보고하고, 이사회는 대표이사 총괄 관리의무 이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데 한 사람 겸직할 경우 해당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김남구 지주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이사회 의장 외에도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 그룹경영협의회, 내부통제위원회 의장직을 겸하고 있었다. 메리츠증권의 지주회사 메리츠금융지주도 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의장을 김용범 지주 부회장이 상임이사로서 맡고 있었다. 기업 오너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장남인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대신증권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대신증권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시작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이 회장이 의장을 맡았고 이듬해부터 양 부회장이 의장에 올랐다.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이 다수지만 주요 증권사에서는 분리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정용선 사외이사가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삼성증권은 장범식 사외 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키움증권도 이군희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특히 키움증권은 이사회 산하 5개 위원회(감사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보수위원회·리스크관리위원회·ESG위원회) 모두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뒀다. NH투자증권도 박해식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정했고 이사회 아래 5개 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리스크관리위원회·보수위원회·ESG위원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맡겼다. CEO와 이사회 의장 겸직 문제는 중소형 증권사에서 더 심각하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유창수 대표가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의장직을 맡으며 이사회 결정사항 모두를 담당하고 있다. 한양증권도 임재택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지난달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이 20년간 이어온 대표를 물러난다고 밝힌 가운데 원 전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원 회장은 대표이사에서는 퇴임하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면서 "겸직 유지 시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창협 한국ESG평가원 평가위원은 "한국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이사회 구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면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이사회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시·견제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경영진의 이해관계와 주주 이익이 충돌할 경우,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고, 투명성이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CEO-이사회 의장 분리를 제안하며 "영국, 싱가포르, 인도 등은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권고하거나 의무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글로벌 기준을 참고할 필요가 있고 겸직할 경우 이를 공시해 시장의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와 겸직하고 있는 경우 다른 이사가 이에 반하는 경영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새 정부에서 이사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하니 이사회도 이러한 흐름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5-06-13 0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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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의혹' 저작권 단체…음저협, 이해충돌·일감 몰아주기 백태
[이코노믹데일리] 음악 저작권 신탁관리단체들이 이해충돌과 부적정한 예산 집행 등 총체적인 운영 부실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무더기 개선명령을 받았다. 특히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임원의 사익 추구, 일감 몰아주기 등 다수의 부당행위가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일 음저협,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 한국음반산업협회(음산협) 등 3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에 대한 2024년 업무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결과 연간 징수액이 4365억원에 달하는 음저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들이 확인됐다. 음저협 임원 A씨와 B씨는 2022년부터 3년간 자신들의 전 소속사나 본인이 대표로 있던 회사 등을 음저협 행사 수행업체로 선정해 연출료 등으로 3900만원을 지급했다. 또 본인들과 현 소속사 예술인들에게 행사 출연료 또는 협찬금 명목으로 9600만원을 지급하거나 지급받아 총 1억3500만원이 음저협 회계에서 지출됐다. 심지어 B씨는 음저협 TV 광고 제작업체 선정 평가위원으로 참여했음에도 해당 광고 영상에 자신의 곡이 사용되는 것을 회피하지 않았고 음저협은 이 곡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로 두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지급했다. 문체부는 이러한 행위가 음저협 '임직원 윤리강령' 위배는 물론 '이해충돌방지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음저협은 2025년 1월 1일 '이해충돌방지법' 등의 적용을 받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으나 법상 의무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예산 집행의 난맥상도 드러났다. 음저협은 지난해 총회나 이사회 승인 없이 7억원 규모의 '자기계발비' 항목을 신설해 임원은 1000만원, 직원은 400만원 한도로 사용토록 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2억9000여만원이 지출됐으며 A씨는 헬스장, 피부과 등에서 약 1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비 신설 전인 2023년에도 임직원들은 골프연습장, 주류판매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3800만원을 사용했고 신설 이후에는 자기계발비를 포함해 헬스클럽, 안마시술소 등에서 7700만원을 지출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음저협은 2022년 3월 '회관 내외부 디자인 및 인테리어 리뉴얼, 냉・난방기 교체 공사' 재입찰 공고 시 준공 실적을 요구하지 않아 준공 경력이 전무한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특정 심사위원은 만점을 초과하는 점수를 부여하기도 했다. 음저협은 이 계약을 시작으로 2024년 6월까지 해당 업체와 총 22억원 상당의 공사계약 11건을 체결했으며 이 과정에서 '건설사업기본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하고 무면허 업체와 계약하거나 내부 규정과 달리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을 통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계약 행태를 보였다. 이외에도 음저협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8년간 교체하지 않고 운영하거나 협력 단체 행사 등에 '홍보협찬비'로 집행한 3억5800만원 중 일부를 정회원 친목 모임 회식비 등으로 지급한 의심 사례도 확인됐다. 문체부가 2018년부터 지속 요구해 온 '정회원 확대' 개선명령 역시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정회원 비율은 2014년 4.2%에서 2024년 1.7%로 급감했다. 함저협의 경우 총회와 이사회 의결 사항을 정관상 정해진 기한 내에 공고하지 않거나 잘못 공고하는 사례가 발견됐고 직원 채용 규정 미비로 채용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음산협은 전 임원의 해외 출장 증빙서류 부실 및 규정 위반 출장비 지급, 직원 채용 시 경력 미검증 및 심사위원 구성 문제, 정관 위반 등이 지적됐다. 문체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해당 단체들에 업무 개선명령을 부과하고 이행 결과를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저작권 신탁관리단체 임원이 지급받는 보수와 수당 등의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안돼 심사 중”이라며 “음저협과 음실련에 이어 함저협과 음산협의 공직유관단체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음저협은 이번 점검 결과에 대해 정보 시스템 개편과 조직 구조 혁신, 운영 투명성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장기 개혁안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행부에 집중된 권한을 외부 전문가 참여로 분산시키고 경영정보 공시 항목 확대, 이해 관계인과의 거래 제한, 외부 용역사업 심의 강화, '투명성 보고서' 정기 발간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계약 관련 제도 보완, 홍보비 사전 심의 절차 도입, 일부 구성원의 부정 행위 방지를 위한 인사 규정 및 윤리강령 개정 등을 통해 공정하고 신뢰받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문체부의 대대적인 점검과 개선명령은 K팝 등 음악 산업의 성장 이면에 가려졌던 저작권 신탁단체의 오랜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창작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단체들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물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5-06-03 1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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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사외이사 교체바람…여전한 유리천장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사외이사에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며 이사회 개편에 나섰다. 다만 여성 사외이사 수는 대다수 1명에 머무르면서 이사회 다양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한국·미래에셋·삼성·키움·NH·메리츠·KB·신한·하나·대신)의 사외이사 수는 43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증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달 22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로 미국인 유진 오(Eugene Ohr)씨를 임명했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캐피털 그룹에서 25년 근무했고 지난 2019년부터 현대자동차에서 사외이사직을 역임했다. 또 KB증권은 임기 만료로 퇴임한 김건식·김창록 사외이사 후임으로 남혜정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두 사람은 각각 유일한 미국인 사외이사, 여성 사외이사라는 타이틀로 이달 30일부터 역할을 수행한다. KB증권 측은 "유진 오 후보는 국내 출신 사외이사들이 갖추기 어려운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전략적 소통 능력, 그리고 폭넓은 네트워크는 향후 KB증권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증권사로 도약하는 데 있어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가 높다"며 "이번 선임을 통해 여성 사외이사를 보강하게 되었으며, 향후 이사회의 역할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3월에는 백영재 넷플릭스 디렉터(임원)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사외이사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사직과 겸임한다. 증권가에서는 사외이사를 교체에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여성 사외이사 수는 여전히 평균 1명에 그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대 증권사의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의 비율은 25.58%에 불과했다. 증권사 중 여성 사외이사를 가장 많이 선임한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서은숙 한국재무관리학회 부회장을 신규 선임했다. 전체 사외이사 5명 중 서 사외이사와 강주영 사외이사를 포함해 여성 수는 2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사외이사 5명 중 여성 사외이사로 최수미 사외이사만을 뒀다. 대신·미래·삼성·신한·키움·KB증권은 총 4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은 1명에 불과했다. 메리츠증권은 3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이 1명을 차지했다. 하나증권의 사외이사 수는 6명이지만 여성 사외이사는 지현미 사외이사 1명뿐이었다.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여성 사외이사가 전무하다. 유진투자증권과 한양증권, iM증권, IBK투자증권, LS증권은 남성 사외이사로만 구성됐다. 다올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은 각 1명씩 여성 사외이사를 두고 있었다. 앞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지난 2022년 개정되면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특정 성별로 이사회 전원을 구성할 수 없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여성 사외이사 1인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증권사 모두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최소한의 여성 인원만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허창엽 한국ESG평가원 평가위원은 "자본시장법 규정상 여성 사외이사 조건을 위반할 경우 처벌 조항이 없다"며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06-02 0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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