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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코노믹데일리]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아침 7시 35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며 "그는 삶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교황은 신앙, 용기, 보편적 사랑으로 복음의 가치를 살아가도록 우리를 가르쳤으며,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14일 호흡기 질환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폐렴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입원 중 고용량 산소 치료와 수혈을 받기도 했으나, 3월 23일 퇴원 후 활동을 재개하며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는 등 건강을 회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부활절 다음 날 갑작스럽게 선종 소식이 전해져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지도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1282년 만의 비유럽권 출신이자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이다. 그는 즉위 직후부터 허름한 구두와 철제 십자가, 소형차 이용, 교황 관저 대신 공동 숙소 생활 등 파격적이고 소탈한 행보로 '청빈한 교황'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는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하며 학업을 병행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 기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회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더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허용해 가톨릭 내 보수 진영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한 교황은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힘썼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에 기여했으며, 미얀마, 이라크 등을 직접 방문해 분쟁과 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평화적 해결과 민간인 보호를 촉구해왔다.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으며, 특정 교구 중심의 추기경 임명 관행을 깨고 변방 지역에서도 추기경을 발탁하는 인사 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 역시 이러한 개혁의 일환으로 임명됐다. 현재 교황 선거인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은 138명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중 110명을 직접 임명했다. 베네딕토 16세와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한 추기경은 각각 23명, 5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하는 등 한반도 평화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밝혔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교황은 최근 몇 년간 무릎 문제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복부 수술을 받는 등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건강 악화로 인한 사임설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교황 본인은 생전에 사임 의사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는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교황은 "품위 있으면서도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간소화된 예식을 원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갑작스러운 선종 소식에 전 세계 지도자들과 종교계 인사들의 애도 성명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국 가톨릭 교회는 추모 미사와 기도를 통해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2025-04-21 18: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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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도로가 '클래식카 전시장'이라던 쿠바, 알고 보니 전기차‧태양광 시대
[이코노믹데일리] 황혼이 지는 아바나 해변 카페에 앉아 쿠바의 전설적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음악을 들으며 모히토 한 잔을 마시고자 했던 나의 버킷리스트. 언제나 가볼까, 얼마면 될까 구상만 하던 중 드라마 ‘남자친구’(2018~2019년)의 송혜교와 박보검에게 ‘선빵’을 당했습니다. 황금빛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자유로운 영혼만큼이나 헝클어진 곱슬머리 청년 박보검과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송혜교의 가슴 설렌 첫 만남이 이뤄진 곳이 바로 쿠바 아바나였습니다. 한 때는 미국의 턱 밑에서 총구를 겨누던 서슬 퍼런 공산국가였지만 이제는 수많은 쿠바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그들 가족에게 보내는 수입과 함께 오랜 고립으로 과거에 박제된 거리 풍경이 지금은 이색 관광지가 돼 관광 수입이 주요 수입원인 나라이죠. 그런 쿠바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전기차와 태양광이 자리 잡고있는 친환경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었습니다. 저만 몰랐던 걸까요? 쿠바 정부가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전기차용 고속 충전소를 설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관영지 그란마(Granma) 보도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이를 다시 독립 뉴스매체 온쿠바뉴스(OnCuba News)가 인용 보도했고, 챗GPT 덕분에 저는 온쿠바뉴스 기사 내용을 빠삭하게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업은 태양광 발전 단지 설치 프로그램과 병행해 진행되며 오는 12월까지 1단계 계획을 통해 1200메가와트(MGW)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라네요. 쿠바의 씨멕스(Cimex) 그룹이 주도하는 이 트로젝트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국가 전력망에 가해지는 부담도 덜겠다는 일석이조 방안입니다. 지금 쿠바에서는 주요 화력발전소들의 노후화와 연료 부족으로 인한 전력난이 심하답니다. 관영지 그란마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총 네 단계로 추진돼 최종적으로 40개의 ‘라이트형’ 충전소가 구축될 예정이랍니다. 각 충전소에는 2000㎡ 규모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고, 하루 2만4000kWh의 전력을 생산하며 8000kWh를 저장할 수 있다는군요. 이를 통해 하루 평균 800대의 차량(중형 및 대형)을 충전할 수 있을 거랍니다. 이제 쿠바 도로에는 골동품 자동차만 달리는 게 아닙니다. 쿠바는 1962년 미국의 금수 조치 이후로 자동차 수입을 제한해왔으나 2013년 50여 년 만에 자동차 수입 제한을 철폐했고 승용차, 트럭, 오토바이 등의 수입도 점진적으로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쿠바 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전기 이동수단인 전기 오토바이를 충전 인프라 계획에서 제외해 논란이 예상된다네요. 쿠바에서는 연료 부족과 환경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3년 전기 오토바이 수입을 허가했고 이후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답니다. 하바나와 같은 도시에서는 전기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고 중국 투자자와 쿠바 국영업체 합작으로 ‘카리브해 전기 자동차(Vedca)’와 같은 기업이 설립돼 전기 스쿠터, 자전거, 미니 삼륜차 등을 생산하기도 한답니다. 쿠바 국가혁명경찰총국(DGPNR)에 따르면 현재 쿠바에는 30만대 이상의 전기 오토바이, 전기 스쿠터가 운행 중이라네요. 이는 쿠바 교통부에 공식 등록된 전기 자동차 약 5만대의 6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전기 오토바이 전용 충전소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시멕스 측은 “전기 오토바이의 안전성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는데 전기 오토바이는 현재 쿠바 내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네요. 그렇지만 전기 오토바이가 실질적으로 쿠바 국민의 일상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 같은 배제는 향후 국민의 비판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태양광 활용 등 쿠바 정부 정책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보다 많은 국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전기 오토바이류에 대한 관심도 절실해 보이네요.
2025-04-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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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드론 기술 규제 본격 검토…"국가 안보 위협" 판단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정부가 중국이 장악한 드론(무인기) 기술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부품과 기술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산 드론이 미국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핵심 기반 시설 감시 및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드론에 필수적인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 거래에서 발생하는 국가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규정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규제는 적대국 정부의 소유, 통제, 관할, 또는 지시를 받는 개인 및 기업이 설계, 개발, 제조, 공급하는 드론 ICTS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연방 규정상 적대국은 중국, 쿠바, 이란,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6개 국가로 명시되어 있지만 산업안보국은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산업안보국은 “적대국,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드론에 필수적인 ICTS의 설계, 개발, 제조, 또는 공급에 관여함으로써 미국의 ICTS 공급망, 핵심 기반 시설 그리고 미국 국민의 보안과 안전을 포함한 국가 안보에 과도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제기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이 전 세계 드론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지위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산업안보국이 인용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개발한 드론 제품은 미국 민간 드론 시장의 최소 75%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보국은 데이터 유출과 원격 조종 가능성을 주요 위험 요소로 지목했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드론을 해킹하거나 원격으로 조종하여 미국의 민감한 시설을 감시하거나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미국 하원은 지난 9월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중국 DJI의 신규 제품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뉴저지주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다수 목격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안보국은 드론의 정보 수집 및 연결성(connectivity) 역량에 필수적이며 동시에 적대국의 활동에 가장 취약한 ICTS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드론에 탑재되어 정보 처리와 비행 통제를 수행하는 컴퓨터, 조종기, 송수신 장비, 위성항법시스템(GNSS) 센서, 각종 소프트웨어, 정보 저장 장치 등을 제시했다. 산업안보국은 이러한 부품과 기술을 미국 내에서 금지하거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히며 관련 의견을 오는 3월 4일까지 접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새로운 규제 절차는 통상 규제 고려 사실 공지 및 의견 수렴(ANPRM), 규정안 공개, 최종 규정 확정 순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이번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 여부는 향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25-01-03 09: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