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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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연체율·부실여신 급증…국민 '악화', 하나 '현상 유지'
[이코노믹데일리] 경기침체로 지난달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규모가 모두 폭증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수익은 역대급을 찍었지만, 건전성 지표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 16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8000억원 늘어난 1150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1338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4조4000억원 불었다. 역시나 2020년 4월 이후 5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건전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은행의 올해 1분기 연체율 평균은 0.35%로 지난해 말(0.29%)보다 0.06%p 상승했다.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0.37%)이었고, 이어 국민은행(0.35%), 신한은행(0.34%), 하나은행(0.32%) 순으로 집계됐다. 연체율이 증가함에 따라 부실채권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 규모는 총 4조8223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9486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전년 동기(3조6120억원)와 비교하면 34% 급증한 수치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부실채권을 말한다.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 5단계(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중 하위 3단계를 하나로 묶은 것으로, 대표적인 건전성 평가 지표다. NPL이 급증하자 NPL비율 또한 확대됐다.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NPL비율 평균은 0.33%로, 지난해 말(0.27%)보다 0.06p 증가했다. 그중 국민은행이 0.40%로 전년 말(0.32%) 대비 0.08%p 오르면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0.24%→0.31%)과 우리은행(0.23%→0.32%)도 각각 0.07%p, 0.09%p 증가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0.29%로 지난해 말과 같았다. 이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악화로 인해 기업(차주)들의 채무 상환 여력이 크게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차주 상황에 따른 개인별 채무 조정과 여신심사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리스크에 대응할 방침이다. NPL비율이 가장 큰 국민은행은 여러 건전성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발 상호관세 여파에 주목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과 재무 대응 능력 관련 모니터링에 나선 것도 그중 하나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른 관세 부과 영향도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차별화해 관리하고, 올해 상반기 말 정기 산업등급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중 608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현재 2580억원을 정리했고, 다음 달까지 남은 채권(3500억원)을 처분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실채권) 규모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중 유일하게 NPL 방어에 성공한 하나은행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주효했단 설명이다. 상시적 신용위험 점검 체계 가동과 조기경보 시스템을 활용해 부실 예상 차주를 관리·지원하는 식이다. 현재 하나은행은 은행 건전성과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자산 건전성 관리를 총괄하는 'Credit Cost 협의회'를 매달 열고 있다. 하위 조직인 '연체대출관리TFT'에서 현장 리스크 관리 우수사례를 바탕으로 공동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별도 상임 조직인 '리스크관리TFT'에선 부실위험자산 감축을 위한 영업점 지원과 신속금융프로그램으로 중소기업을 돕는다. 또 본점 부서와 현장 영업본부 간 신속한 소통을 위해 '리스크마스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신용위험 점증에 따라 연체 발생이 우려되는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사전선정해 집중관리체계를 도입 및 강화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축계획 이행으로 부실자산을 감축하는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며 "부실 발생을 대하는 임직원의 인식 전환을 위해 전면적인 리스크 관리 문화 개선에 노력해 온 게 연체율을 비롯한 건전성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2025-05-16 0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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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농협 부실채권 '폭탄'…추정손실 6500억원 돌파, 사실상 손실 방치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3대 상호금융기관 중 하나인 농협의 부실채권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특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추정손실' 여신이 1년 새 46% 넘게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와 농협 내부 통제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지역농협은 이미 '부실 조합'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1118개 지역농협의 추정손실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51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4452억원)보다 2064억원, 46.4%나 불어났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회수 가능성이 전무한 사실상 '전액 손실' 여신이다. 추정손실은 부실채권 분류 중 최하단 단계로, 회수 불능으로 간주돼 전액 충당금 적립 대상이다. 이는 단순한 경영 악화를 넘어 조합원 자산의 잠재적 증발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축산농협(117억원), 새고성농협(110억원), 강서농협(85억원), 익산농협(78억원) 등 다수 조합이 수십억원대 손실을 떠안은 상태다. 의성축산농협은 단 1년 만에 추정손실이 6700만원에서 58억원으로 치솟아 약 80배 증가했다. 이는 경영·여신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부실의 핵심 원인은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와 부실한 내부통제로 지목되고 있다. 농협을 포함한 상호금융권은 2021~2023년 경기 고점에서 공격적으로 PF 대출을 늘렸고, 이후 금리 급등과 건설경기 급랭 속에 분양 실패·공사 중단 등이 잇따르면서 회수불능 사태로 번졌다. 특히 PF 공동대출이라는 '악성 구조'는 부실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복수 조합이 동일 차주에 중복 담보 설정 후 자금을 쏟아붓는 관행은 위험 분산이 아닌 손실 확산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신심사는 형식적이었고, 사후 관리는 사실상 방기됐다. 문제는 이 피해가 조합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농협은 농민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대규모 손실은 배당 축소·조합 운영 악화로 직결되며, 일부 농협은 신용사업 유지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9월 NH자산관리회사(NH AMC)와 캠코에 총 1조4561억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며 불을 끄려 했지만, 이는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엔 외부 부실채권 투자기관을 상대로 추가 매각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구조개혁 없이는 '부실의 내화(內火)'를 끄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상호금융권에 대한 규제 공백이 이번 사태의 단초"라며 "농협을 포함한 상호금융기관에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을 확대하고,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소법은 현재 신협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농협·수협·산림조합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구조적 규제 공백과 무책임한 대출 관행, 소극적인 감독당국이 '상호금융판 부실 도미노'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05-02 05: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