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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자율주행의 갈림길, 가장 위험한 적은 테슬라도 구글도 아닌 내부다
[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돈의 문제도 인재의 문제도 아니다. 정작 치명적인 건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내부 경영진의 집단적 자기기만이다. 지금 현대차가 마주한 경쟁자는 더 이상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테슬라, 구글(웨이모), 애플. 이들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업이자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자동차를 ‘기계’가 아니라 ‘움직이는 컴퓨터’로 정의하는 세력들이다. 이 싸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승부는 이미 끝난다. 문제는 현대차 내부에 여전히 “우리는 제조에서 강하다”, “안전과 품질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완성도 없는 자율주행은 브랜드를 훼손한다”는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간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면 모두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지금 이 국면에서는 치명적으로 빗나간 판단이다. 자율주행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현실에 던져졌는가다. 테슬라가 완벽해서 시장을 장악했는가. 구글의 자율주행은 처음부터 안전했는가. 애플이 언제부터 완성형 제품만 내놓았는가. 아니다. 그들은 불완전한 상태로 시장에 들어갔고, 데이터를 쌓으며 실패를 반복했고, 그 속도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반면 현대차를 둘러싼 부회장, 사장, 고위 임원들은 여전히 ‘리스크 관리’라는 이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 성공 공식에 매달리며, 자율주행을 늘 ‘미래의 과제’로 미루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게 가장 위험하다. 전국시대 법가 사상서인 『관자』는 이 상황을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때를 잃으면 만사가 늦는다(失時 則萬事遲). 한 번 흐름을 놓치면, 이후의 모든 선택은 만회가 아니라 추격에 그칠 뿐이다. 자율주행은 바로 그런 영역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존중”하는 순간, 현대차의 자율주행 미래는 사실상 접힌다. 역사는 늘 같은 방식으로 이를 증명해 왔다. 삼성 스마트폰의 성공은 임원들의 합의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일방적인 결단과 강제적인 속도전에서 시작됐다. 반대로 LG전자의 실패는 “좀 더 지켜보자”, “시장 반응을 본 뒤 판단하자”, “우리는 다르게 가자”는 임원들의 집단적 신중함에서 출발했다. 지금 현대차 내부 분위기는 성공 직전의 삼성보다 실패 직전의 LG에 훨씬 가깝다. 자율주행은 ‘완성형 기술’의 경쟁이 아니다. 데이터 축적량의 경쟁이고, 실전 주행 경험의 경쟁이며, 플랫폼을 먼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뒤늦게 뛰어든 주자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선두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런데도 현대차 경영진 다수는 자율주행을 여전히 ‘언젠가 해야 할 연구개발 과제’ 정도로 취급한다. 이건 무지라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실행이고, 위원회가 아니라 결정이며, 합의가 아니라 명령이다. 자율주행 조직을 기존 사업부에서 완전히 분리하라. 외부 기술을 사오는 데 주저하지 말라. 실패는 용인하되, 지연은 용납하지 말라. “안전”을 말하는 순간, 동시에 “속도”를 요구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정의선 회장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둘러싼 ‘편안한 조언자들’부터 경계해야 한다. 조직의 관성에 가장 깊이 젖어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회장님을 위해서”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낸다. 그러나 대기업의 몰락은 늘 그런 사람들 곁에서 시작됐다. 테슬라는 현대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구글은 한국 대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고려하지 않는다. 애플은 단 한 번도 기존 산업의 논리를 존중한 적이 없다. 이 싸움은 속도의 싸움이고, 결단의 싸움이며, 고독한 리더십의 싸움이다. 정의선 회장이 임원들의 눈치를 보는 순간, 현대차는 자율주행 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부품 공급사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은 점잖게 말할 시간이 아니다. 부회장과 사장들을 다독일 시점도 이미 지났다. 기존 관성을 깨고, 밀어붙이며, 강제로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역사는 늘 잔인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율주행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은 가장 준비된 기업이 아니라 가장 먼저 움직인 기업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결국 정의선 회장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2025-12-17 09: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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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폭탄 앞에서 또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가"
한국 경제가 거센 파고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 1500원을 위협하는 상황은 단순한 변동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지적했듯 지금의 고환율은 이미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대응이 늦어질수록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은 환율·금리·물가라는 삼중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정책 대응의 속도가 더뎠고, 정권 교체 이후 이재명 정부 역시 초기 대응에서 민첩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 정부 모두 ‘기본·원칙·상식’이라는 정책의 가장 기초적인 기준을 충분히 지키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고환율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 윤석열 정부,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론에 머문 대응 윤석열 정부는 환율 상승 조짐이 재차 나타나던 시점에도 “시장 기능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적극적 정책 신호를 제때 내놓지 못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장기화하고 외국인 투자 흐름이 흔들렸던 가운데, 정책 개입은 뒤늦었고 메시지는 모호했으며 시장이 필요로 한 명확한 로드맵도 부재했다. 그 결과 환율 방어선은 점차 약해졌고 시장의 불안 심리는 확대됐다. 정책 대응의 시차(時間差) 를 줄이지 못한 것이 시장의 신뢰 약화로 직결된 셈이다. 특히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해 경고권에 진입했을 때조차 대응은 구두 개입과 단기적 조치에 그쳤다. 외환 건전성 제도 보완, 대외 신뢰 확보 조치, 글로벌 금융당국과의 협력 강화 등 필요한 정책 수단이 선제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시장은 ‘결정의 부재’를 가장 큰 리스크로 본다. 윤석열 정부는 그 교훈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 이재명 정부,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속도와 체계가 부족 정권이 교체되며 새로운 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이재명 정부 역시 고환율 문제 대응에서 속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는 늦게나마 상황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지만, 초기 정책은 단기 요인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강했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논의나 금융안정 협조 같은 실질적 조치도 가시적 진전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 미·중 경쟁 구도 변화,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 외부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서도 종합적 전략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위기에서는 빠른 판단과 선제적 시그널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치적 고려와 관료적 절차가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원가 부담은 급증하고 수입 물가는 상승하며 서민 경제도 어려움에 직면한다. 지금은 분석보다 대응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다. ■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하고 명확한 ‘시장 시그널’ 김석동 전 위원장이 언급했듯 지금 한국 경제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명확한 방향성을 전달하는 강한 정책 시그널이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법·제도적 조치를 검토하고, 주요국과의 공조 채널을 즉각 가동하며, 기업의 환리스크 완화 조치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등이 그 예다. 고환율은 단순한 환율 문제가 아니라 지난 20년간 누적된 구조적 취약성의 총합이다. 산업 구조조정 지연, 중국의 추격 강화, 경기 변동에 취약한 산업 편중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지만, 두 정부 모두 이를 정면으로 다루는 데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했다. ■ 결론: 기본과 원칙, 상식으로 돌아갈 때 한국 경제는 지금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위기의식의 부족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응 패턴은 반복되고, 근본 처방은 뒤로 밀리며, 시장은 정부를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정책은 기본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대응 방식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책 판단은 상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기본을 놓쳤고, 이재명 정부는 속도를 놓쳤다. 이제라도 두 정부가 놓친 교훈을 되찾아야 한다. 한국 경제는 더 이상 허송세월을 버틸 체력이 없다.
2025-12-08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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