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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⓽화 허창수 GS그룹 회장 "형보다 먼저 나서는 법은 없지"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번 주인공은 조용한 리더십으로 '갈등 없는 계열 분리'라는, 한국 재계에서 보기 드문 선례를 남긴 인물 허창수 GS 명예회장입니다. 2004년 7월, 한국 재계에 조용하지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된 것입니다. 당시 LG그룹은 창업 2세대인 구인회 회장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이끌고 있었습니다. LG의 전통에는 분명한 원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장자(長子) 승계입니다. 허 회장은 LG그룹 내에서 LG상사, LG칼텍스 등을 책임지는 주요 경영인이었지만 장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룹 총수직은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로 넘어갔고, 그는 자연스럽게 '물러나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습니다. 그러나 물러나는 방식조차 그는 달랐습니다. 계열 분리는 흔히 '형제의 난'이라 불릴 만큼 갈등과 분쟁을 동반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허 회장은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서 반기를 들지 않았고 “형보다 먼저 나서는 법은 없다”며 LG그룹의 질서를 존중했고, 묵묵히 계열 분리를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LG그룹에서 LG칼텍스, LG홈쇼핑, LG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이 분리돼 새롭게 ‘GS그룹’이란 이름으로 출범했습니다. 이 조용한 분리는 한국 재계 사상 최초의 ‘무혈 분리’ 사례로 회자됩니다. “싸워서 얻는 것보다 질서 있게 나누는 것이 더 큰 결단”이란 허 회장의 판단은 결국 성공이란 결실을 거뒀습니다. GS 출범 이후 허 회장은 그룹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빠르게 정립해 나갔습니다. 정유, 에너지, 건설, 유통 분야를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재배치했고, 내부 안정과 장기 전략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GS칼텍스를 중심으로 에너지 중심 사업군을 강화하고, 유통과 건설을 안정적으로 병행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외형 확대보다 내실 있는 성장과 사업 재편에 집중한 그의 행보는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상징하게 됩니다. 이후 허 회장은 2011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경제단체 수장으로서의 역할도 병행합니다. 대기업 중심 경제계에서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힘을 보탰으며, 재계의 안팎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허창수 회장의 ‘별의 순간’은 단순한 계열 분리 성공 그 이상입니다. 말 대신 질서 있는 물러남, 갈등 대신 품격 있는 분리,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은 현재 위기에 처한 많은 기업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지금도 GS그룹 명예회장으로서 후계 경영진을 조용히 응원하며, 자주 대중 앞에 자주 나서지 않지만 그가 이끌었던 ‘조용한 결단’은 분명 한국 산업사에 길이 남을 별의 순간이었습니다.
2025-07-18 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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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누구도 가지 않을 길을 가라"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1980년대 초, 효성은 섬유와 화학 분야에 이름을 올린 국내 중견기업에 불과했습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나라들이 수두룩했던 시절이다 보니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1982년 8월 1일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효성물산 신임 사장단 취임식에서 회장직에 취임하며 “누구도 가지 않을 길을 가라”는 경영 철학을 강조하며 기술 중심 경영을 효성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조 회장은 ‘기술로 승부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갔습니다. 1980년대 후반, 효성이 세계 섬유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결단내린 순간이 있었습니다. 기술 개발과 혁신에 집중하며, 효성은 섬유업계에서 고강도 섬유, 나일론, 아라미드 등 특수 섬유 제품을 개발해 나갔습니다. 그때부터 효성은 단순한 생산기업에서 기술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구소 설립, 해외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품질 경쟁력도 강화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효성은 세계 최고의 아라미드 섬유 생산업체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며 방탄복, 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진출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1990년대 후반, 조 회장은 화학 사업에 집중하며 효성의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수익성이 큰 화학소재 산업에 진출해 스판덱스와 같은 섬유 소재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도전과 혁신을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 조 회장은 한국 섬유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섬유업계 거인’으로 평가받게 됐습니다. 섬유 소재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 등 4개 제품을 세계 1위로 키운 그에게 걸맞는 수식어였습니다. 조 회장이 평생 소신인 “효성은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점은 2016년 11월 3일, 효성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효성의 미래 비전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100년 기업’을 제시하며 다시 한번 기술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81세였습니다.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효성그룹을 이끌었으며 2007~2011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재계 구심점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조석래 회장의 별의 순간은 효성을 독자적 기술 혁신과 글로벌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시점이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효성은 이제 섬유, 화학, 에너지, 전자기기까지 아우르는 글로벌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길이 아닌 길을 걸으며 개척해내는 기술 기반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2025-06-10 17:3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