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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로 간 청년들
[이코노믹데일리] 슬프고 서러운 귀국이다. 오늘 오전 7시,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고문 당해 숨진 한국인 대학생 박모(22)씨 유해가 숨진 지 74일 만에 경찰 손에 들려 귀국했다. 그래도 우려했던 ‘최악’은 피했다. 한국 경찰이 캄보디아 현지 경찰과 함께 현지에서 박 씨 유해를 부검했으나 천만 다행히 장기매매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익 높은 일이 있다는 선배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떠났던 그는, 꿈에서도 생각 못했을 악몽 같은 일을 겪은 뒤 끔찍한 폭행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전국에서 캄보디아로 떠나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실종 신고가 이어졌고, 한국인 대상 범죄 우려가 고조되는 캄보디아 현지에 ‘코리안 데스크’ 운영이 모색 되고 있다. 그릇된 길인 줄 알면서도 일확천금을 노리고 자발적으로 캄보디아로 향한 이들도 있지만, 낯선 땅에서 고통 받는 우리 청년들을 더 많이 보았다. 대학생 박 씨가 취업 사기에 연루돼 목숨을 잃은 일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비극이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청년 실업과 일자리 부족이란 냉혹한 현실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청년층 고용률은 OECD 평균을 밑돈다. 특히 반복적·규칙적 업무가 줄어들면서 25~29세 취업자가 올해 1분기만 해도 약 9만8000명 감소했다. 이번에 사망한 박 씨보다 4살 많은 아들이 내게도 있다. 내년 봄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에게선 매년 취업 시즌마다 열리는 대학 내 취업 박람회에 참가하는 기업 수가 올해 유난히 줄었다는 우울한 소식까지 들린다. 글로벌 기업의 인공지능(AI) 도입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가속화했다. 영국 표준협회(BS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41%가 이미 AI를 활용해 일부 직무를 대체했으며, 31%는 신규 채용 시 AI 활용 능력을 우선 고려한다고 밝혔다. 국내 청년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고수익 해외 취업’이란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그러나 현실은 달콤한 약속과 달리, 사기와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간 노출된 사건들을 보면 피해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약속에 현혹됐다. 캄보디아 현지 기업의 신뢰도 확인은 어려웠고, 안전망은 거의 없었다. 청년들은 국내에서의 취업 기회 부족과 AI에 따른 업무 구조 변화란 사회적 환경에 노출되며, 위험에 취약한 상태로 해외로 나서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적 문제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비극을 예방할 수 있을까. 우선 국내에서 청년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AI 도입으로 반복적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청년들은 창의적·분석적 업무에 집중하도록 재교육과 직무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해외 취업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 기업이 협력해 해외 취업 사기 사례, 기업 검증, 긴급 연락망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한 멘토링과 커뮤니티를 통해 경험자와 연결하고, 사건 발생 시 외교부·경찰 등 우리 공권력이 신속 대응할 수 있는 구조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박 씨 사건을 계기로 현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우리 국민에게 캄보디아 외교관 측에서 “혼자서 귀국하라”라고 했다거나 이들이 ‘범죄 피해자’이고 ‘국가가 보고해야 할 우리 국민’이란 사실을 망각한 처사였음이 드러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캄보디아에서 돌아오지 못한 청년들을 떠올리며, 취준생을 둔 부모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내 자식과 같은 청년들이 안전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들의 미래가 위협 받지 않도록, 또다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 바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범죄자들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먼저 구조돼 귀국할 수 있도록,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주변국으로 벼룩 튀듯 달아나는 현실을 감안해 우리 정부가 더 신속하게, 더 많은 손을 써야 한다.
2025-10-21 15: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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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백기사'된 3인의 총수 "나라가 살아야 기업도 산다"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찰나의 선택이 불확실한 미래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별의 순간'에서는 2025년 8월 1일 시행 예정이던 미국의 25% 상호관세를 피하고 한국이 주요 기여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세 명의 기업 리더를 조명합니다.<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AI 반도체 ‘칩 한 방’으로 수출 파도 막다 미국의 25% 관세란 초유의 압박 앞에서 반도체는 치명적 타격이 예상됐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한국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대응 행보는 중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이 회장은 신속히 전면에 나섰습니다. 지난 7월 28일,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약 165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전격 체결하며 ‘투자 기반의 신뢰 메시지’를 미국에 명확히 전달했습니다. 이 계약은 실질적 ‘게임 체인저’로 평가됐습니다. 이어 이 회장은 예정됐던 글로벌 정상급 리더십 포럼인 '구글 캠프' 참석을 전격 취소하고 7월 29일 워싱턴행 전용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가 포기한 구글 캠프는 구글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주최하는 비공개 포럼으로, 세계 주요 정·재계 리더들이 비공개로 모여 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이 회장은 그 행사 대신 미 행정부와의 접촉을 택해 정부 대표단과 긴밀히 조율하며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을 협상 문서에 녹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AI 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 팹리스, 파운드리까지 연결되는 고도화된 공급망 제안은 협상에서 중요한 논리 기반으로 작용했습니다.이는 ‘협상 테이블 밖에서 벌어진 최고위급 실무 외교’이자 한국 기업 수장이 관세 이슈에 직접 몸으로 나선 상징적 행보였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동차 本領 미국 속도에 맞춰 재배치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강경한 관세 정책을 선포하며 전 세계 무역 질서에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한국산 자동차가 25%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르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한발 앞선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3월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과의 협의 끝에 총 21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 실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선제 대응에 나선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별 최종 관세 발표가 예정된 8월 1일이 다가오자 정 회장은 다시 한번 위기 대응에 나서 유럽 출장을 취소하고 7월 30일 워싱턴으로 향해지요. 정 회장은 정부 대표단과의 협력은 물론 전직 미 하원의원이자 현대차 워싱턴 사무소 대표인 드류 퍼거슨, 현직 하원의장이자 루이지애나 현지 정치 네트워크의 핵심인 마이크 존슨 등 자신의 정치 인맥을 통해 전략적 소통망을 가동했습니다. 특히 현대차가 이미 완료한 미국 내 실물 투자—조지아 전기차 공장 및 루이지애나 철강 생산 기반은 협상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됐습니다. 이는 협상단이 미국 측에 내세운 핵심 자료이자 ‘미국에 실질 기여하는 우방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냈습니다. 그의 실천 중심 리더십은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 제고는 물론 한미 간 협상에서도 ‘모범적 파트너십’의 표본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선업 팩키지로 '대한민국 조율' 싣다 대미 관세 협상의 핵심 전초전인 ‘조선업 패키지’ 전개를 위해 3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이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한화 계열사들의 일정을 잠정 중단한 가운데 그는 7월 28일 아침 워싱턴에 도착해 한국 정부의 핵심 제안인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패키지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렸습니다. MASGA는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의 생산 능력 확대와 미 해군 정비 수요를 맞춘 장기 파트너십을 핵심으로 하는 전략적 제안으로, 이번 협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실물 기반 투자’로 주목받았습니다. 김 부회장은 도착 직후부터 협상단과 함께 미국 측 관계자들과 24시간 핫라인 체계를 운영, MASGA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기술 이전 방안, 미국 현지 인력 재교육 및 배치, 해군 유지보수 참여 계획 등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그는 한국형 조선업 노하우의 '미국 내 내재화'를 강조했고 이는 “투자 이상의 진정성”이란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김 부회장의 전략적 행보는 MASGA를 단순 제안이 아닌 '협상 카드'로 격상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분야의 상호보완적 제안 중 ‘조선업’이 처음으로 미국 측 실무단에 강한 인상을 남긴 계기가 됐고, 김 부회장은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으로 응답한 전령사’란 상징적 위치를 확고히 하며 향후 한미 산업 협력의 새로운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 세 총수는 각자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을 대표해 국가 생존을 위한 협상 무대를 ‘미래산업의 투자무대’로 전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특히 1500억 달러 규모의 MASGA 프로젝트는 이들의 행동이 뒷받침했기에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이들은 리더십도, 비전도, 정치권에 버금가는 가치를 실물로 보여주며 “나라가 살아야 기업도 산다”라는 메시지를 현장에서 행동으로 구현했습니다. 이제 한국산 반도체·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15%로 낮춰졌고, 한국은 일본·유럽연합(EU)과 동등한 대우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위기의 순간, 그들의 결연한 선택은 한국의 기업과 국가 운명을 연결시키는 진정한 ‘별의 순간’이었습니다.
2025-08-05 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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