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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가입자 이익·시장 효율성 관점서 결정해야"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적절성을 진단하고 국내 현실에 적합한 운용 방식을 모색하는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계약형은 기업이 금융회사와 직접 계약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이고 기금형은 노사가 조성한 기금을 수탁법인이 대신 운용하는 방식이다. 계약형에서는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을 지시하는 반면 기금형에서는 수탁법인이 정한 특정 포트폴리오에 적립금이 편입·운용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이제는 노후 대비 수단으로서 도약할 시점"이라며 "기금형을 도입한다면 가입자 이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도 시장 효율성 관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용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가 발제하고,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노사단체를 비롯해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기존 퇴직연금사업자를 대변하는 업종별 단체가 모두 패널로 참석했다. 성주호 교수는 국내 현실에 적합한 기금형 모델로 인적·물적 요건을 갖춘 금융기관이 수탁법인 업무를 대행하는 '금융기관 기금형'을 제시하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퇴직연금공단'(가칭) 설립을 통해 정부가 지속적·체계적으로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성 교수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업 자체가 '안전성' 위주로 돌아선 데다 가입자의 보수적 투자 성향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며 "기존 금융기관의 계약형과 신설 자산운용기관의 기금형 간 수익성 경쟁이 가입자 이익과 시장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평가했다. 패널토론에서는 기금형 도입 논의가 수익률 개선에 과도하게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익성은 지배구조의 문제라기보다 자산배분의 결과이며 기금형은 자산배분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민기 은행연합회 WM실장은 "기금형 제도 자체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인프라 구축·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수익률을 저하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계약형 제도에 투자일임·집합운용을 허용해 낮은 비용으로 기금형과 유사한 자산배분 효과를 구현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양희 생명보험협회 상품지원부장은 "기금형 제도는 퇴직급여가 갖는 후불임금 성격을 고려할 때 운용 손실 발생 시 이해관계자 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불가피하게 기금형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수익률이 오르더라도 근로자 편익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확정급여형(DB)에 대해서는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유성 금융투자협회 연금부장은 "수익률은 실적배당상품 중심의 자산배분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며 "적립금운용계획서(IPS) 활성화, 디폴트옵션 제도 개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 확대 및 실적배당형 연금상품 확산으로 자산배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기금형도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기금형에 대해서는 수익률에 매몰된 논의보다는 수급권 안정성, 중도해지나 일시금 등의 유동성 제약 여부, 가입자 대표성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확정기여형(DC)에 한해 기금형을 도입하는 경우 100%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노동자가 거버넌스의 주축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집합운용 방식을 취하면서도 기존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업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금형 모델인 민간 영리형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임 본부장은 "인·허가를 받은 전문자산운용기관이 기금을 운용하는 민간 영리형 독립성 확보, 금융당국의 상시 관리·감독 가능, 사회적 비용 최소화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2025-12-10 17: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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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사상 첫 파업…'역대급 실적'인데 한컴 직원들 뿔나게 한 '자회사 역차별' 논란
[이코노믹데일리]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창립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축포를 터뜨렸지만 정작 직원들에게 돌아온 보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분사한 자회사에 더 높은 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박탈감이 폭발, 결국 IT 업계의 연대 속에 첫 단체행동에 나섰다. 한컴 노조는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한컴타워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쟁의에 착수했다. 이날 집회에는 조합원 160여 명과 함께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판교 IT 기업 노조들이 연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번 파업이 단순히 한컴만의 문제가 아닌 IT 업계 전반의 보상 체계와 노동 환경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 ◆ 사상 첫 파업, 왜 결정했나 표면적인 이유는 임금 인상률에 대한 이견이다. 노사는 지난 1월부터 8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최초 7.68% 인상을, 회사는 2%를 제시하며 시작된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회사가 최종적으로 5.8%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을 거리로 나서게 한 진짜 기폭제는 '역차별' 논란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지난해 10월 한컴에서 분사한 자회사 '씽크프리'가 있다. 회사는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씽크프리 노조와 6.7%의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는 한컴 노조에 제시한 5.8%보다 약 1%p 높은 수치다. 정균하 한컴 노조 지회장은 "한컴과 씽크프리의 대표이사가 동일인인 상황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자회사에 더 높은 인상률을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오히려 소외감을 주는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회사는 "신설 기업의 공격적인 인재 확보가 필요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돌아선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지는 못했다. 결국 이번 파업은 단순히 1%p 안팎의 인상률 차이를 넘어 지난해 매출 3048억원, 영업이익 403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주역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근본적인 불만에서 비롯됐다. ◆ 사측 "미래 위한 성과주의, 양보 못 해" 반면 한컴 사측은 이번 갈등을 '미래 성장을 위한 보상 체계 개편'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최종 제안한 기본급 5.8% 인상에 별도 일시금을 더하면 실질 인상률은 6%대 중후반이며 올해 신설된 성과보상금까지 합하면 9%를 넘어 업계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의 핵심 주장은 '성과 중심 보상'으로의 전환이다. AI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획일적인 연봉 인상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만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한컴 관계자는 "기여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하는 문화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라며 "단기적인 갈등 해소를 위해 장기적인 성장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이 원칙을 기반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며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결국 한컴의 첫 파업은 '역대급 성과에 대한 균등한 분배'를 요구하는 노조와 '미래 성장을 위한 성과주의 보상'을 내세우는 사측의 철학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이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뚜렷해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갈등의 해법이 향후 국내 IT 업계의 노사 관계와 보상 문화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2025-07-24 22: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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