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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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내년 AI·반도체 투자 메가딜로 공급망 재편 가속화"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통상질서가 WTO 체제 출범 이후 30년 만에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진단 속에 한국 기업과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를 열고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의 통상환경을 진단하며 2026년 통상질서 변화에 대한 기업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계인 국제통상위원장(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이사, 양서진 SK하이닉스 부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엄재동 대한항공 부사장, 조영석 CJ 부사장, 두산 이상목 부사장, 고윤주 LG 전무, 김경일 한화 전무, HD현대 이덕희 상무 등 주요 기업 대표와 임원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지민정 산업통상부 다자통상협력과장이 참석했다. 이계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통상환경을 "불확실성이 컸던 한 해"로 평가하면서도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주요 리스크에 안정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한미 관세 합의 공식화로 통상환경의 예측 가능성은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관세 부담과 글로벌 보호주의 확산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성정민 맥킨지앤드컴퍼니 글로벌연구소장은 30년간 이어져 온 글로벌 무역·투자 질서가 "단순한 디커플링이 아니라 전면 재편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성 소장은 "AI·반도체·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한 초대형 투자 메가딜이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다시 구성하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대만의 반도체 투자를 대거 흡수하고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팬데믹 이후 크게 감소하는 등 공급망 이동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기업 경쟁력은 어디에서 가장 싸게 생산하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한 운영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2026년은 관세·비관세 장벽·환경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구조적 전환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미국의 고율 관세, 비관세장벽,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동시에 철강·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에 복합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관세 합의로 통상환경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환경규제와 현지 투자 부담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2026년은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현장 의견을 공유했다. 한 기업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 지연 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외교적 협의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조달 요건과 현지화 기준이 강화되면서 시장 진입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멕시코의 관세 인상 움직임 등 제3국 통상조치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현재의 통상환경 변화는 단기간의 변동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구조적 흐름"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공급망 전반에서 민관 협력이 강화돼야 하며 대한상의도 기업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12-17 1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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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더 뉴 스타리아' 출시…디자인·편의사양 전면 개선
[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가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 대표 다목적차량(MPV) ‘더 뉴 스타리아’를 출시했다. 17일 현대차에 따르면 더 뉴 스타리아는 약 4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부분변경 모델로, 디자인 완성도와 편의사양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 차량은 용도에 따라 △일반 모델 ‘더 뉴 스타리아’(투어러 LPI 11인승, 하이브리드 9·11인승/카고 LPI 3·5인승, 하이브리드 2·5인승)와 △승용 고급 모델 ‘더 뉴 스타리아 라운지’(LPI 7인승, 하이브리드 7·9인승)로 나뉜다. 외관은 ‘인사이드 아웃’ 디자인 테마를 기반으로 하이테크 이미지를 강화했다. 전면부는 주간주행등을 하나의 수평형 연속 램프로 연결해 일체감을 높였고, 에어 인테이크 그릴을 단순화해 미래지향적 인상을 강조했다. 라운지 모델에는 신규 크롬 그릴과 전·후면 범퍼 가니쉬를 적용해 고급감을 차별화했다. 실내는 수평형 레이아웃을 중심으로 재설계됐다. 기존 10.25인치였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12.3인치로 확대됐고, 일부 조작계는 물리 버튼으로 변경해 주행 중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가로형 센터 에어벤트와 대형 오픈 트레이를 적용해 공간 활용성도 개선했다. 라운지 모델은 전자식 변속 조작계를 칼럼형으로 변경해 실내 공간 효율을 강화했다. 주행 성능과 정숙성도 손질했다. 전·후륜 서스펜션 구조를 개선해 차체 거동 안정성을 높였고, 흡차음재를 보강해 엔진 소음과 노면 소음 유입을 줄였다. 카고 모델은 후륜 쇽업소버 세팅을 변경해 적재 상황에서도 승차감을 개선했고, 라운지는 후륜에 하이드로 부싱을 적용해 진동 저감 성능을 높였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1.6 터보 엔진 기반으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f·m를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최대 13.1km/ℓ다. LPG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3.5 LPG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2.0kgf·m를 갖췄다. 편의사양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ccNC)을 중심으로 강화됐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디지털 키 2, 빌트인 캠 2 Plus, 멀티존 음성인식 등이 적용됐으며, 전방·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 주요 운전자 보조 사양이 기본 탑재됐다. 판매 가격은 카고 모델이 3259만~3820만원, 투어러는 3502만~3999만원, 라운지는 4705만~4876만원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타리아의 공간 경쟁력과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인포테인먼트와 주행 품질을 대폭 개선했다”며 “다양한 용도의 MPV 수요를 폭넓게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17 10: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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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 NCC업계, 전기료 부담 가중… "실적 하락세로 '가시화'"
[이코노믹데일리]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전기요금 부담까지 가중되며 실적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업계는 전기요금 감면책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해 왔지만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석화 지원 특별법에는 빠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NCC 업체 7곳의 매출원가(제품 생산을 위해 사용한 비용) 대비 전기료 비중은 3.10%로 집계됐다. 이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본격화한 2022년 2분기(1.20%) 대비 약 2.6배 상승한 수준이다. NCC 업체 7곳은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한유화, 여천NCC, HD현대케미칼로 NCC 설비 통폐합 대상 기업이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3년 사이 70% 넘게 오르면서 석화업종의 원가 부담을 키웠다. 한국전력공사의 용도별 전기요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분기 1킬로와트시(kWh)당 105.5원에서 2024년 4분기에는 185.5원으로 75.8%가 올랐다. 동 기간 주택용은 31.4% 인상된 것에 비해 인상폭이 약 2배다. 이에 석화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NCC 통폐합이 진행 중에 국내 석화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며 전기요금 감면책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한국화학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NCC 업체 7곳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률은 4.64%다. 중국,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원가 경쟁력도 불리한 위치에 있어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올해 국가별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국과 미국이 각각 kWh 당 127원, 116원으로 해당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한국(192원)은 원가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계 불황은 물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도 얽혀 있는 부분이 있어 업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업계 측에서는 계속해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전기료 체계를 개편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은 대규모 설비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 장치산업이다. 지난해 석유화학업계의 전력 소비량은 4163만1203MWh(메가와트시)로 국가 전체 사용량(5억4982만665MWh)의 7.6%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전기요금 감면책은 빠져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다른 산업과 형평성,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의 피해 등을 언급하며 석화업체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석화업계에서는 산업위기지역에 한정해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료의 2.7%)을 활용해 전기료를 할인하거나 전기가 덜 사용되는 경부하 시간대(오후 10시~오전 8시)에 전기료를 감면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타 업계와의 형평성에 대해 "철강 등 전기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업계와 함께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며 "업계 간 대화를 이어가고 공동으로 정부에 전기료 인하 등을 요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2025-12-15 17: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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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현장에서 답을 찾다
[이코노믹데일리]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올해 ESG를 별도의 경영 과제나 홍보 수단이 아닌, 기업 운영 전반에 녹아든 실천 과제로 삼고 지속가능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적인 이미지 제고보다 가맹점과 지역사회, 내부 구성원이 함께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신뢰를 축적하겠다는 전략이 bhc ESG 행보의 출발점이다. bhc의 대표적인 ESG 활동으로는 전국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한 치킨 나눔 프로그램이 꼽힌다. 요양원과 보육원, 사회복지시설 등에 정기적으로 치킨을 기부하는 이 활동은 올해 누적 1만5000마리를 넘어섰다. 특히 임직원과 예비 가맹주, 신입 직원이 직접 조리와 전달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사회공헌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조직 문화의 일부로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부 구성원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ESG의 의미를 체감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평가다. 가맹점과의 상생 역시 bhc ESG 전략의 핵심 축이다. 본사는 가맹점을 관리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규정하고,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에서 원재료 가격 인상 부담을 본사가 일부 흡수하며 점주의 경영 안정성을 고려했고, 우수 가맹점과 사회공헌 실천 매장을 선정·시상하는 프랜차이즈 어워드를 통해 현장의 노력을 공식적으로 조명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중장기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경영 기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운영 과정 전반에서도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bhc는 치킨 박스와 트레이 등 주요 포장재를 친환경 종이 소재로 전환하고, 매장과 본사 차원에서 에너지 절감과 자원 사용 효율화를 추진해 왔다.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접점에서 환경 부담을 줄이겠다는 접근으로, 친환경 경영을 브랜드 신뢰와 연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이와 함께 bhc는 ESG 활동과 성과를 공식 자료로 정리해 외부에 공개하며 경영 투명성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bhc 관계자는 "bhc는 사회공헌과 가맹점 상생, 운영 개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며 ESG를 경영 스토리로 구축하고 있다"면서 "향후에는 환경 성과에 대한 정량적 지표 제시와 제도적 기반 강화를 통해 bhc ESG 경영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15 15: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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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흔들리는 사이… K-중공업에 '전략적 틈새' 열렸다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중공업 질서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값싼 물량으로 세계 중공업 시장을 밀어붙이던 중국의 철강과 조선, 그 바깥에 있던 방산까지 규제와 정책 변화가 겹치며 글로벌 산업 판도가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 틈에서 포스코·현대제철·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중공업 기업들이 '버티는 주체'가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주체'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탄소 규제는 철강 질서를 바꾸고 공급 피로는 조선의 우위를 흔들며 정책 수요는 방산 방향을 바꾸고 있다. 철강→조선→방산으로 이어지는 중공업 핵심 축 전반에서 '중국 약세·한국 기회'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공업 환경 변화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 조정이 아니라 공급망 권력 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 중심의 저가·대량 공급 구조가 규제와 정책 변화에 부딪히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대응력이 높은 국가와 기업으로 판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 CBAM이 흔드는 중국 가격 경쟁력 가장 먼저 구조 변화가 감지되는 분야는 철강이다. EU(유럽연합)는 내년 1월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정식 도입할 예정이며 이행규정 초안에서는 중국 고로(BOF) 기반 철강 제품의 배출계수가 EU가 제시한 벤치마크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BAM 비용이 본격 부과될 경우 중국산 철강의 유럽 수출 가격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CBAM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순간 중국 철강은 '저가'라는 기존 무기를 잃고 고비용 구조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중국 철강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11월 48로 재차 하락하며 수요 둔화에 따른 생산 축소 가능성이 커지는 감산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요 둔화와 규제 비용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은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탄소 배출계수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별도의 공격적 전략 없이도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선, 중국 공급 피로가 만든 선택지 변화 조선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가 2026년을 전후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조선소들은 PMI 급락과 저가 수주 누적에 따른 수익성 저하, 슬롯 포화 등으로 공급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조선소들이 물량은 확보했지만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저가 수주를 줄이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감산성 공급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본다. 이 경우 글로벌 선사 입장에서는 고난도 LNG선과 같은 핵심 선종에서 선택 가능한 공급처가 제한되며 납기 안정성과 품질 검증이 이뤄진 한국 조선사로 발주가 이동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 등 LNG선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내 조선사들은 직접적인 선가 인상 없이도 상대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즉 중국발 공급 우위가 흔들릴 경우 국내 조선사들은 '선가 중립' 국면에서도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방산,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시장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방산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산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안보 동맹·정책 신뢰·장기 운용 체계 검증이 발주를 좌우하는 시장으로 이러한 특성상 중국 업체가 구조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군력 증강과 동맹국 간 방산 협력 강화 흐름이 더해지며 수요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SMX(차세대 수출형 잠수함)·해군 지원함 등 고부가 방산 선박 비중을 확대하며 방산 조선사로서의 정체성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함정·특수선·군수지원선 등 방산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상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선종은 단순 건조 역량보다 설계·체계 통합·장기간 유지보수(MRO)까지 포함한 종합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2026년을 전후해 논의되고 있는 MASGA(미·한 조선·방산 협력) 펀드는 한국 방산·조선의 시장 접근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변수로 평가된다. 동맹 기반의 방산 협력 구조가 제도화될 경우 한국 조선사는 단순 수주 경쟁을 넘어 미국·우방국 해군 전력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약세·한국 기회…동시 작동 최근 흐름은 단일 변수로 설명되는 특정 업종의 사이클 변화가 아니라 중국 중심으로 형성됐던 글로벌 중공업 질서가 재편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특정 업종의 호재나 일시적 반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 공급망이 흔들리고 규제·정책의 축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누가 밀리고 누가 올라서는지가 동시에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에서는 탄소가 가격이 되고 조선에서는 공급 피로가 경쟁력이 되며 방산에서는 정책이 시장을 만든다. 이 세 흐름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 한국 중공업은 더 이상 방어적인 경쟁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국이 흔들리는 사이 한국 중공업은 물량 경쟁의 바깥으로 조용히 이동했다. 규제와 정책, 기술과 신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은 이제 따라가는 생산자가 아니라 판의 좌표를 차지하는 쪽에 서 있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중공업은 이제 바다 위 공장이 아니라 질서를 설계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5-12-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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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열 확대한 현대글로비스…OEM 의존도 '양날의 검' 되나
[이코노믹데일리] 현대글로비스가 완성차 해운 부문에서 유럽·미주·중국 OEM(완성차 제조사) 등 비계열 물량 비중을 3년 만에 50%대로 끌어올리며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성장의 엔진이 사실상 중국 OEM 물량에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구조적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비계열 고객 확대라는 성과는 분명하지만 통상·관세 변수에 민감한 중국 수출 흐름에 실적이 연동되는 체질적 한계가 회사의 해결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과 각국의 관세 재편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해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1~3분기 완성차 해운 매출 중 비계열 비중은 52%로 집계됐다. 2021년 61%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외부 물량 비중이 2022년 55%, 2023년 48%, 2024년 43%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다시 반등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OEM 수출 물량이 글로비스 보유 선박을 가장 빠르게 채우며 비계열 확대를 이끈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유럽·미주 OEM과의 신규 계약도 늘었지만 실제 물량 증가폭은 중국 업체들의 해외 출하 확대가 좌우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완성차 수출은 2023~2025년 연평균 600만~700만대 수준으로 급증해 글로벌 1위 규모를 기록했으며 이 중 상당량이 한국·동남아·중동 등 PCTC(자동차운반선)투입이 필요한 항로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중국-한국 간 항로는 운항 거리가 2~3일에 불과해 회전율이 높고 대기·정박 시간을 포함해도 선박 투입 효율이 가장 좋은 노선으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가 확보한 외부 물량 중 중국 OEM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 이유다. 실제로 글로비스는 94척의 PCTC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OEM이 상하이·닝보·톈진 등 주요 항만에서 한국·중동향 신규 노선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선박 배정이 단기간에 확대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중국발 성장'이 곧바로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완성차 수출은 미국과 유럽의 관세 인상, 보조금 회수 조사, 통상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4년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세부 규정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제한했고 2025~2026년 단계적으로 관세 인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멕시코 정부도 최근 중국산 전기차의 우회 수출(멕시코→미국)을 겨냥한 조사를 시작하며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있다. EU(유럽연합) 역시 2024년부터 진행 중인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ASMD) 결과를 토대로 2025년 말 또는 2026년부터 상계관세(정부 보조금만큼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언급한 상태다.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OEM의 유럽·북미향 수출이 위축되며 한국·동남아 항로로의 전환 물량도 줄어들 수 있다. 업계는 2026년 이후 중국 OEM의 글로벌 수출이 지금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글로비스 외부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높아진 만큼 물량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운 부문에서는 비계열 비중이 절반을 넘겼지만 회사 전체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국내 물류·내륙 운송, 항만 이동, 탁송 등 육상 운송 사업 대부분이 현대차·기아 물량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물류는 계열사 신차 출고·내수 판매와 직접 연결돼 있어 외부 고객을 키우기 어려운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해운·포워딩·유통 등 해외 중심 사업에서 비계열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전체 매출 구조를 바꾸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국 중국 외 글로벌 OEM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현대글로비스가 내건 '2030년 전체 매출 기준 비계열 40%' 목표 달성의 핵심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OEM 물량은 단기간 급증했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럽·미주·동남아 OEM을 대상으로 한 고객 다변화가 중장기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중국의 완성차 수출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운 부문의 외부 물량 확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OEM과는 선복(배 실을 공간) 문의 등 협업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글로벌 신규 OEM을 대상으로 물류·해운 전반에 걸친 토털 솔루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 중 비계열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 공급망 관리, 글로벌 E2E(End-to-End) 물류, 해운 경쟁력 강화, 스마트 물류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외부 고객 기반을 넓혀갈 것"이라며 "중국 OEM뿐 아니라 유럽·미주·동남아 등 다국적 고객사와의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2025-12-12 17: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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