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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공화국'에 갇힌 배터리·철강·정유·화학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제조업이 기술 경쟁력보다 '규제 대응 능력'으로 평가받는 기형적 구조에 갇히고 있다. CBAM(탄소국경조정제도)·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글로벌 캠페인)·온실가스 규제 등 글로벌·국내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며 배터리·철강·정유·화학 업계 부담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규제의 양적 확대가 곧바로 기업 내부 행정·인증 부담으로 전환되면서, 현장에서 생산·투자보다 규제 대응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대응에 투입해야 할 시간과 비용이 늘자 신설 투자 여력은 줄고 보고·인증 절차를 전담할 인력 확보가 필수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산업은 IRA 세부 요건 강화와 중국산 배제(FEOC) 규정, 원자재·소재 공급망 '탈중국' 요구가 겹치며 부담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이 북미에 짓는 합작·단독 공장은 한 곳당 수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LG엔솔의 미국 애리조나 퀸크리크 공장은 32억 달러(약 4조1760억원)에서 환율 영향으로 최종 투자액이 5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가 인디애나주에서 스텔란티스·GM과 구축하는 두 개의 합작공장에도 74억 달러(약 10조3000억원)가 투입된다. 여기에 FEOC 규정까지 더해지며 중국 파트너 지분을 매입하거나 합작 구조를 재편하는 데도 수십억~수천억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 등 소재 기업들도 북미 양극재 공장 투자에 나서면서 밸류체인 전체의 재구축 비용과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당장 내년 CBAM이 본격 시행되면 국내 철강업계가 첫 해 부담해야 하는 탄소인증 비용은 약 851억원(약 8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탄소배출권의 무상할당을 줄이고 기업이 직접 구매해야 하는 '유상할당 비중 확대'가 진행되는 오는 2034년에는 연간 5500억원(약 5조5000억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분석도 나왔다. POSCO·현대제철 등 주요 수출기업들은 이미 분기 단위 배출량 측정·보고 체계를 구축해 대응 중이며, 유럽 고객사와 납품가격 조정·탄소비용 반영 방식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철강 수출업계를 중심으로 CBAM 대응에 따른 인증서 구매·탄소 비용이 향후 10년간 누적 3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단순 원가 상승을 넘어 전기로(EAF) 전환이나 수소환원제철(H₂-DRI) 같은 대체 설비 투자가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규제 본격화가 곧 구조 전환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유·화학업계는 EU REACH(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 제도)·미국 TSCA(유해화학물질 규제) 등 해외 수출 규제와 국내 온실가스·화학물질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며 복합적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IMO(국제해사기구) 환경 규제로 해운·조선 고객사가 저유황유·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 수요를 늘리면서 관련 연료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설비 개조·투자가 불가피해졌다.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지만 이를 위한 초기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아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SK지오센트릭·롯데케미칼은 EU·미국 등 주요 수출 시장 규제에 맞춰 품질·안전 인증 절차를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 공장에서는 화학물질관리법·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응까지 병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연간 탄소배출권 구매에 수천억원을 지출하고 있고 LG화학은 2030년까지 RE100과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총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유·화학업계는 수출 규제 기준과 국내 규제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 '이중 트랙'을 동시에 뛰는 셈이다. 기업 부담은 단순 환경 규제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 규제비용이 기술 개발 속도를 잠식하는 역설적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 제조업의 장기 체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정부도 ▲탄소중립 산업전환 특별법 ▲RE100·CBAM 대응 패키지 지원 ▲탄소감축설비 투자세액공제 등 다수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 대응 행정과 인증 의무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ESG 공시, 탄소배출 보고, 안전·화학물질·수입규제 대응 등 각종 인증·보고 의무가 과도하게 세분화되며 중소·중견 제조업은 본업보다 규제 대응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책 발표와 현장 체감 사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점이 업계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는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는 유지하되 규제 정합성과 속도 조절, 산업별 차등 적용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는 제조업 생태계 전환 속도를 오히려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유지하며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친환경 전환과 산업경쟁력이 충돌하는 현실을 조정하는 것은 결국 정책의 속도와 실행력이다. 규제 방향은 분명하지만 현장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025-11-27 16:55:05
머스크 "삼성, 테슬라 AI6 이어 AI5 칩도 공동 생산"
[이코노믹데일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셋 ‘AI5’ 생산에 삼성전자가 참여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최근 수주가 알려진 차세대 칩셋 ‘AI6’뿐 아니라 그 이전 세대인 AI5도 TSMC와 공동 생산한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열린 테슬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기회에 명확히 하고 싶다”며 “AI5 칩은 TSMC와 삼성전자 모두 제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테슬라의 5세대 자율주행 칩셋 AI5를 TSMC가 전량 생산하고 삼성은 이전 세대인 AI4와 차세대 AI6만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머스크가 이를 직접 부인하면서 삼성의 테슬라 칩 생산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AI5 칩의 과잉 공급 확보가 명확한 목표”라며 “차량과 로봇에 쓰이는 AI 칩이 남을 경우 데이터센터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를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테슬라는 자체 수요만 충족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5세대 오토파일럿 칩 AI5는 2026년 말 양산이 예상되며 최대 2500TOPS(초당 1조 회 연산) 성능을 목표로 한다. 차세대 AI6는 2027~2028년 출시가 목표로 최대 6000TOPS 성능을 구현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7월 자신의 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 공장이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가 AI4를 생산 중이며 AI5는 TSMC가 대만에서 첫 생산 후 애리조나 공장에서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해 AI5의 TSMC 단독 생산설이 확산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외에도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의 첨단 AI 반도체 생산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파운드리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2025-10-23 09:08:51
'메이드 인 USA' 엔비디아 블랙웰 탄생…美, AI 반도체 패권 굳히기
[이코노믹데일리]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이 처음으로 미국 본토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대만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첨단 칩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다변화한 것으로 이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AI 기술 패권 굳히기를 위한 상징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는 1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서 ‘블랙웰’의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접 공장을 방문해 미국에서 생산된 첫 블랙웰 웨이퍼에 서명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했다. 황 CEO는 기념식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칩이 미국 내 가장 첨단의 TSMC 팹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역대 처음"이라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 재편을 위한 비전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반도체 자립을 위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결실을 맺었음을 시사한다. 블랙웰은 이전 세대인 ‘호퍼’보다 연산 효율을 대폭 개선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주력 칩이다. 이 칩은 TSMC의 4나노급 최첨단 공정(N4P)으로 생산된다. 이번 미국 내 생산은 ‘반도체 칩과 과학법’을 통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지를 유치한 미국 정부의 전략적 성공으로 풀이된다. TSMC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받고 애리조나에 65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생산이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데이터를 지능으로 전환하는 AI 기술 스택을 본토화함으로써 AI 시대에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AI 기술의 심장인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2025-10-20 08:55:13
슈퍼사이클에 관세정책까지…美 '마이크론'에 힘 실리나
[이코노믹데일리]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구상까지 맞물리며 글로벌 경쟁에서 추가 동력을 얻고 있다. 업황 회복과 정책적 지원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마이크론의 입지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3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113억1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도 22% 증가한 수치며,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39억5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3배 뛰었고 주당순이익(EPS)도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D램과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D램 매출은 89억8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79%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HBM 매출도 20억달러에 달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이 ASP(평균판매가격) 상승을 견인했고 데이터센터향 매출 비중은 56%에 달했다. 이 같은 업황 호조에 더해 미국 정부의 정책 환경도 마이크론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 생산분만큼만 무관세 혜택을 주는 새 관세 제도를 검토 중이다. 사실상 ‘수입하는 만큼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의무를 부과하는 셈이다. 이 경우 이미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해온 마이크론과 글로벌파운드리, TSMC(애리조나 공장 보유) 등이 상대적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신규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생산이 본격화되지 않은 만큼 제도 시행 시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론은 이미 내년 HBM3E 공급 물량을 대부분 계약했고 HBM4에서도 고객사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AI 투자 가운데 상당 부분이 메모리에 투입될 것”이라며 “2026 회계연도에도 강력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정책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관세 관련해서는 확정된 내용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며 “품목 관세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2025-09-26 1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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