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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의 도전과 배틀그라운드의 영광···크래프톤 15년 성장 서사
[이코노믹데일리] 어느 날,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심장부인 스팀(Steam) 차트 최상단에 낯선 이름 하나가 박혔다. 승리의 문구는 투박했지만 강렬했다.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Winner Winner Chicken Dinner!)” 그 한 문장이 전 세계 게이머들을 밤새도록 모니터 앞에 붙잡아 두었고 한국의 중견 개발사가 만든 게임 하나는 그렇게 글로벌 게임 생태계를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PUBG)’ — 지금은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 지식재산권(IP)이지만 그 출발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개발자들의 ‘낭만’과 무모할 만큼 과감한 실험 정신이었다. 크래프톤의 역사란 한국 게임 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 시장으로 비상한 가장 극적인 서사이자 도전의 기록이었다. ◆MMORPG 왕국에 반기를 들다···‘테라’라는 첫 비행 시간을 2000년대 후반으로 되돌려 보자. 대한민국 게임 시장은 ‘리니지’가 지배하던 정통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왕국이었다.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로 스킬을 사용하는 정적 전투가 룰처럼 자리 잡았던 그 시절, 서울 강남의 작은 사무실에 ‘블루홀 스튜디오(현 크래프톤)’라는 낯선 이름의 개발사가 조용히 등장했다. 그들의 모험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MMORPG에서도 콘솔 액션처럼 싸울 수 없을까”. 프로젝트명 S1, 훗날 ‘테라(TERA)’로 불리게 되는 도전의 시작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길은 ‘프리 타겟팅(Free-Targeting)’이었다. 수천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오픈 월드 환경에서 캐릭터간 거리·방향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회피와 타격을 정교하게 구현한다는 것은 당시 서버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개발진은 포기를 몰랐다. 4년의 인고, 400억원의 개발비, 수많은 밤을 지새운 엔지니어들의 투쟁이 쌓여 2011년 1월 11일 오전 6시, 마침내 ‘테라’의 서버가 열렸다. 그날의 열기는 기록으로 남았다. 오픈 5분 만에 동시 접속 1만명을 돌파했고 점심 무렵 10만명을 넘어섰으며 오후 9시 55분엔 최고 동시 접속자 16만5400명이라는 전무후무한 숫자가 찍혔다. 36개의 서버가 붉게 타오르던 장면은 단순한 흥행을 넘어 한국 게임 개발력이 세계적 기술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 승전보였다. 비록 11년 뒤인 2022년, 아르보레아 대륙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유저들의 배웅 속에 ‘디지털 장례식’으로 막을 내렸으나 테라가 남긴 서버 운용 기술과 논타겟팅 전투 노하우는 이후 크래프톤이라는 거목을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 ◆낯선 모더와의 도박···‘배틀그라운드’의 탄생 그리고 그 뿌리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배틀그라운드’다. 테라 이후 성장의 정체기에 놓였던 블루홀은 김창한 PD(현 크래프톤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모험을 택했다. 아일랜드의 브렌든 그린을 영입하며 ‘배틀로얄’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베팅한 것이다.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살아남는다.” 한 번 죽으면 끝이라는 잔혹한 룰은 게이머의 본능을 자극했고 전 세계는 곧 '에란겔'을 전장 삼아 밤새도록 낙하산을 펼쳤다. 2017년 3월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대규모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폭발했다. 6개월 만에 ‘도타 2’의 동접 기록을 넘어섰고 최고 동접 325만명이라는 스팀 역사상 불멸에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한국 게임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그 열풍은 PC에만 머물지 않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누적 매출 13조원을 돌파하며 모바일 게임 시장을 다시 썼다. 인도에서의 서비스 중단과 재개라는 변수 속에서도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고 2021년 기업가치 30조원을 목전에 두며 상장에 성공했을 때 크래프톤은 더 이상 한국에만 머무는 기업이 아니었다. 배틀그라운드는 ‘보는 게임’ 시대를 앞당겼고 e스포츠 시장의 저변을 넓히며 세계 청춘들에게 ‘에란겔’이라는 공통의 추억을 남겼다. 테라가 불가능해 보였던 기술에 도전하던 그 뜨거운 밤들과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를 ‘치킨 디너’ 열풍으로 데워냈던 순간을. 그것은 한국 게임 산업이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간이자 앞으로도 길을 밝힐 등대다. 기술과 열정이 만나 전설을 만든 블루홀의 도전정신은 지금의 크래프톤을 존재하게 한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그 DNA가 다시 한번 혁신을 향해 불꽃을 일으키길 기대하고 싶다.
2025-11-27 06:00:00
개발 명가의 추락…'인조이'와 IP 리스크에 흔들리다
[이코노믹데일리] “우리의 비전은 강력한 IP를 확보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퍼블리싱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난 23년 1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회사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테라’와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개발 명가’의 자부심 위에 유망한 외부 게임을 발굴해 서비스하는 퍼블리싱 엔진까지 장착하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25년 11월 현재, 그 약속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자체 개발력의 정수를 담겠다던 신작은 기술적 한계에 막혀 출시가 밀렸고 외부에서 들여온 IP들은 줄줄이 법적 분쟁이라는 ‘소송 리스크’에 휘말렸다. 크래프톤은 지금 ‘개발 명가’의 정체성을 잃은 채 리스크만 뒤쫓는 ‘IP 사냥꾼’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 ‘인조이(inZOI)’…화려한 그래픽이 부른 ‘최적화 참사’ 크래프톤의 개발 역량이 얼마나 퇴보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가 바로 기대작 ‘인조이(inZOI)’다. ‘심즈’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이 게임은 당초 2024년 말 출시 예정이었으나 2025년 3월 28일로 출시를 연기했다. 회사는 “완성도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언리얼 엔진5 기반의 실사 그래픽을 고집하다 발생한 ‘최적화 실패’가 본질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는 수백 명의 NPC가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내는 변수를 처리해야 하기에 CPU 부하가 극심하다. 여기에 고사양을 요구하는 언리얼 엔진5을 결합하면서 일반적인 게이밍 PC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과체중 게임’이 되고 말았다. ‘심즈’ 시리즈가 10년 넘게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사양 노트북에서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범용성’이었다. 해당 장르의 주요 소비층은 고사양 장비를 갖춘 하드코어 유저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유저들이다. 그러나 ‘인조이’는 400만원대 PC가 아니면 구동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최근 얼리 액세스에서는 “슈퍼컴퓨터가 있어야 인생을 살 수 있느냐”는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콘텐츠의 깊이 역시 논란이다. “시각적 표현은 압도적이지만 정작 할 게 없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외형은 그럴듯하지만 그 안에서 사용자가 몰입할 만한 서사나 상호작용의 밀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 퍼블리싱 강화의 그늘…‘검증’ 대신 ‘한탕’을 좇았나 내부 개발작이 흔들리자 크래프톤은 외부 화제작의 IP 확보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 선택은 결국 최악의 자충수가 되어 돌아왔다.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판권을 확보한 ‘다크 앤 다커 모바일’과 ‘팰월드 모바일’ 모두 원작사가 각각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 소송 등 심각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소송 리스크를 안고 있는 IP를 굳이 거액을 들여 들여온 셈이다. 특히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은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 I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해당 IP는 아이언메이스와 넥슨 간 표절 공방이 이어지며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확대되자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와의 협력 관계를 급히 정리했고 게임명도 ‘어비스 오브 던전’으로 변경하며 분쟁에서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본질적 완성도나 기업 윤리 리스크를 검증하기보다 즉각적인 트래픽과 화제성에만 집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자체 IP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대신, 남이 만들어 놓은 화제성에 편승해 단기 성과를 노린 ‘조급증’이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다. 퍼블리싱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진행된 무분별한 확장은 결국 ‘소송 리스크 전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크래프톤에 되돌아왔다. ◆ ‘블루홀’의 초심 잃고, 숫자만 남은 거인 더 큰 문제는 크래프톤이 외부 IP 확보에 몰두하는 사이 회사의 핵심 기반인 내부 개발 파이프라인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차기 슈터 기대작 ‘프로젝트 블랙 버짓’이다. 이 작품은 태평양 표준시 기준 12월 12~14일과 19~21일, 북미·유럽·아시아 지역에서 스팀(Steam)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블랙 버짓’은 지난 22년 11월 지스타(G-STAR)에서 장태석 총괄 PD가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참여하는 샌드박스 기능을 갖춘 차세대 오픈월드”를 표방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야심 찬 비전이 현실적 제약 속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된다. 메타버스급 플랫폼을 지향하던 초기 기획은 축소되고 시장에 흔한 범용 슈팅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크래프톤이 R&D 투자에 대한 일관성과 뚝심을 잃었다는 신호다. 회사의 모태인 블루홀은 집요한 기술 도전으로 ‘테라’라는 걸작을 만든 회사였다. 그러나 지금의 크래프톤에서는 그러한 장인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역량을 응축해야 할 시기”라는 경영진의 화려한 수사와 마케팅 비용으로 버틴 재무 숫자만 남아 있다. 크래프톤은 지금 ‘속도’보다 ‘방향’을 점검해야 한다. ‘인조이’의 최적화 실패를 교훈 삼아 기본기를 재정비하고 외부 IP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무너진 내부 R&D 역량을 다시 세우고 법적 리스크가 없는 자체 IP를 창출하는 것만이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원툴’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게임사로서의 자격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5-11-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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