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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기업 경영 동시 흔드는 '이중 변수'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24~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 한국 기업 경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노동권과 주주권이 동시에 강화됨에 따라 경영진은 내부 노조의 압박과 외부 주주의 견제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법 개정은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기업 권력 구조 재편을 예고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노란봉투법, 파업 리스크 구조 바꾼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제2조·제3조)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요건을 대폭 제한했다. 그동안 기업은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면 손배소송을 통해 압박하거나 재정적 손실을 만회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이제는 이 카드가 무력화되면서 협상 구도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최근 MZ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된 기업 노조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정보기술(IT)·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MZ 노조는 기존 대형 노조와는 다른 협상 방식을 택한다. 손배 부담이 줄어든 만큼 더 공격적으로 요구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현장 움직임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6월 임시대의원회에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안으로 확정하고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했다. 카카오 노조는 같은 달 11일 2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18일 4시간 파업, 25일 전면파업까지 예고하며 네이버 노조와 공동 대응에 나섰다. 네이버 손자회사 6곳(그린웹서비스·스튜디오리코·엔아이티서비스·엔테크서비스·인컴즈·컴파트너스)의 노조 조합원 500여 명도 지난 27일 본사 앞에서 연봉 차별 해소와 본사 책임 교섭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실제로 이번 개정은 단순히 노조 권한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협상 환경 자체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태평양 본사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이후 노사관계 전망과 대응' 세미나에서 이욱래 변호사는 "교섭 대상이 고용 유지, 직접 고용, 산업안전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현장의 혼란을 지적했다. 이어 김상민 변호사도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사용자 개념이 도입되면서 기업은 대응 매뉴얼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법 개정은 노사 관계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동시에 기업 현장에는 교섭 리스크를 일상화하게 만드는 변화로 받아 들여진다. 상법 개정안이 흔드는 기업 지배구조 균형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장치가 늘어나면서 기업은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더 크게 받게 됐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주권 강화 움직임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2023년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은 소액주주 표심이 승패를 갈랐다는 점에서 주주권 확대 흐름을 잘 보여준다. 같은 해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이후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압박을 받으며 경영진 교체 요구에 직면했다. 2022년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합병 비율과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 및 주총 표 대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번 상법 개정은 이러한 최근 사례들에 제도적 기반을 더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주주들의 소송 제기나 감사위원 독립성 요구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경영권 분쟁을 예외적 사건이 아닌 '상시 리스크'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준혁 서울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7월 법무법인 세종 세미나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됨에 따라 기존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판단도 배임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경영 판단의 신중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법적 리스크는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결정 과정 전반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며, 경영진은 모든 의사결정의 절차적·실체적 정당성을 꼼꼼히 증명할 준비가 필요해졌다. 노사·지배구조, 얽히는 압력의 고리 문제는 두 법이 각각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노조는 내부에서 협상력을 키우고 주주는 외부에서 견제 장치를 강화한다. 기업 경영진은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한 셈이다. 과거에는 '노조 파업 → 손배 청구', '주주 견제 → 지분 방어'라는 전형적인 해법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노동권 강화와 주주권 강화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기업 리스크 관리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노사 문제와 지배구조 이슈가 별개가 아니라 서로 맞물려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주요 의사결정 속도와 유연성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기 너머의 기회, 해법은 투명성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단순히 기업의 위기 요인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노동권과 주주권 강화는 결국 투명한 거버넌스를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노사관계에선 대립보다는 협력적 소통 모델을 강화하고, 주주관계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선제적으로 추진한다면 장기적으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다. 기업 경영 환경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이중 변수'다. 한국 기업은 이제 과거처럼 노조와 주주 중 한쪽만 상대하는 전략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안팎의 압박 속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2025-08-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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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보안 인재 키운다"… 프로젝트 플라즈마, 화이트햇 해커 성장 플랫폼 선언
[이코노믹데일리]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활동하는 화이트햇 해커들의 역량 강화와 건강한 커뮤니티 조성을 목표로 하는 사단법인 ‘프로젝트 플라즈마(Project Plasma)’가 공식 출범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화이트햇 해커들의 연구와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된 것이다. 최근 대규모 해킹 사고로 보안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프로젝트 플라즈마는 화이트햇 해커의 역량을 개발하고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프로젝트 플라즈마는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운영, 사이버 보안 컨퍼런스 개최, 교육 및 연구 지원 등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 운영은 보안 분야 학계, 산업계, 법조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사회에는 강정민 고려대 교수, 김용대 KAIST 교수, 곽경주 구름 수석부사장, 박세준 티오리한국 대표, 박천성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 이승진 전 라인플러스 이사, 이유진 법무법인(유)화우 변호사, 이태희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정수환 숭실대 교수, 조선영 광운학원 이사장, 허규 네이버 리더,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등이 참여한다.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아이온(ION)’은 해커들이 자유롭게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온라인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활동 실적이 우수한 회원에게는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오프라인 공간 ‘플라즈마 스페이스(Plasma Space)’도 무료로 제공해 학습과 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매년 사이버 보안 컨퍼런스 ‘닷핵(.HACK)’을 개최하여 화이트햇 해커 커뮤니티와 보안 실무자들이 실제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도 마련한다. 이태희 프로젝트 플라즈마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사이버 보안 환경을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인재와 커뮤니티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화이트햇 해커들이 사회적 신뢰를 얻고, 건강한 생태계 안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플라즈마는 향후 민간, 공공, 교육기관 등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국내 사이버 보안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2025-05-23 18: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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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대신 분할 소유'… 정부, 지분형 모기지·뉴리츠 속속 추진
[이코노믹데일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주택 지분을 나눠 매입하는 제도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 투자자가 집값 일부를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실수요자의 대출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세 차익 배분, 손실 책임, 낮은 시장 흡인력 등 복잡한 과제가 여전해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 ‘지분형 모기지’ 제도의 구체적인 도입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이 주택을 매입할 때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주택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주택을 매수할 경우, 현행 제도에선 매수자가 7억원을 대출로 조달하고 3억원을 자기자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지분형 모기지가 도입되면 HF가 5억원을 직접 투자해 주택 지분을 확보하고, 매수자는 나머지 5억원만 마련하면 된다. 대출을 병행하면 1억5000만원 수준의 자기자금으로도 주택 구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공공이 투자한 지분만큼 매수자는 매달 임대료 성격의 사용료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추후 해당 주택을 매각할 경우 시세차익은 보유 지분에 따라 주금공과 매수자가 나눠 갖는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할 경우다. 이때는 후순위 투자자인 주금공이 손실을 우선적으로 부담하게 돼, 공공 부담 전가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는 분양가의 10~25%만 초기 납부하고, 2030년에 걸쳐 지분을 적립해나가는 ‘지분적립형 주택’도 있다. 다만 이 제도는 공공분양에 한정돼 있어 민간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제안한 ‘한국형 뉴리츠’ 구상도 주택을 쪼개서 거래한다는 점에서 맥이 닿는다. 다만 이는 주택을 분양이 아닌 임대로 공급하는 구조다. 세입자가 해당 주택을 보유한 부동산투자회사(REITs)의 지분을 매입해 임대료를 내는 동시에 배당을 받으며, 지분 매각으로 시세차익도 얻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제도를 제도화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정부가 이처럼 다양한 지분 거래형 주택 모델을 준비하는 배경에는 가계부채 완화라는 공통 목표가 있다. 고금리·고분양가 시기에 과도한 대출 의존 없이 주택에 접근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를 도입해 부채 위험을 분산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회의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지분형 모기지는 실질적으로 매수자 부담을 줄이는 대신 손실은 공공이 떠안게 돼 공공부담만 확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유사한 형태로 도입됐던 공유형 모기지가 집값 상승기에는 인기를 끌었지만, 금리 인하와 함께 사실상 폐기된 전례도 있다. 김중한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지분형 모기지나 적립형 주택 모두 시세차익 기대가 낮고, 소유권에 대한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실제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형 뉴리츠도 재고 주택 확보와 임대 관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도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05-0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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