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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안전 제일' 무너졌다… 오세철 리더십 시험대
[이코노믹데일리] 2년 연속 무재해 기록을 이어오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올해 들어 잇단 인명사고와 실적 부진으로 ‘안전·경영’ 두 축 모두에서 흔들리고 있다. 판교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안전 제일’ 기조가 무너진 데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급감하면서 오세철 대표의 리더십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6일 고용노동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오전 7시5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641 PSM타워 신축 공사 현장에서 철골 운반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 A씨가 후진하던 굴착기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철골구조물 제작·시공업체 소속 근로자로, 당시 현장은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성남시, 엔씨소프트가 함께 추진 중인 ‘판교641 프로젝트’ 내 오피스빌딩 건립 구역이었다. 노동부는 즉시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을 현장에 투입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삼성물산은 사고 직후 전국 모든 현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긴급 안전 점검과 특별 안전교육에 착수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근로자 안전이라는 본질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오세철 대표도 “이번 사고의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올해 삼성물산에서 발생한 두 번째 사망사고다. 지난 6월 경기 평택 고덕산업단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에서도 하청 근로자가 8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평택경찰서는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관계자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오랫동안 건설업계에서 안전관리 선진화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최고안전책임자(CSO) 제도 도입, 건설안전연구소 설립, 협력사 안전담당자 비용 지원 등으로 안전 전담 조직을 강화했고, 근로자가 위험을 인지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며 안전문화 확산에 힘써왔다. 그러나 올해 연이은 사망 사고로 ‘제도는 완벽하지만 현장은 불안하다’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안전사고 여파 속에 삼성물산의 실적도 급격히 악화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 11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360억원) 대비 53% 감소한 수치다. 매출도 4조4820억원에서 32.1% 줄어든 3조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 측은 “하이테크를 비롯한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마무리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메트로, UAE 푸자이라 복합발전 등 주요 해외 현장이 종료 단계에 접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전체 기준으로는 3분기 매출 10조1510억원, 영업이익 99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5% 증가했다. 그러나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건설부문이 흔들리면서 향후 성장 전략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급증한 수주잔고가 현장 관리 공백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물산의 3분기 누적 수주잔고는 29조6850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5870억원)보다 26%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확대가 곧 관리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안전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오세철 대표가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삼성물산의 리더십 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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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먼저'로 바뀐 현장…건설사, 온열질환 선제 대응
[이코노믹데일리]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 폭염 속에 건설업계가 현장 근로자 보호를 위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건설사들은 체계적인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의 온열질환 예방 정책 변화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발맞춰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여름 들어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지속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사업주는 체감온도 31도 이상 시 음료수 비치, 근로자 대상 예방 교육, 작업장 온·습도 기록 관리, 적절한 휴식시간 제공 등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위반 시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사망사고 발생 시에는 최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도 발주기관에 무리한 공정 진행을 지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공공계약 업무처리 지침’을 통해 공사 기간 중 폭염에 따른 작업 중지 시 계약 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증액을 허용하도록 했다. 준공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도 면제된다. 이는 무더위 속 무리한 작업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건설사들은 법적 기준을 넘어선 실질적 대응으로 근로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폭염 대응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편하고 체감온도 31도 이상 시 작업을 탄력 조정하며, 요청 즉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 어디서든 도보 2분 이내에 접근 가능한 간이 휴게시설을 추가 설치하고, 냉방장치와 제빙기, 음용수, 포도당 등을 구비해 운영하고 있다. 고온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에게는 아이스조끼, 냉풍조끼, 넥쿨러 등 개인 보냉장구를 지급하며, 근로자 참여형 안전 캠페인을 통해 예방 행동도 생활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고용노동부 권장 수칙을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의 사칙연산 개념으로 재해석한 자체 캠페인을 통해 혹서기 안전관리를 체계화했다. 체감온도 38도 이상 시 옥외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33도 이상에서는 최소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했다. 본사와 현장은 CCTV를 통해 지침 이행 여부를 실시간 점검하며, 위반 시 즉시 작업을 중단시키고 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 이력을 가진 취약근로자에게는 매일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주간 면담도 병행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고드름 캠페인’을 통해 현장 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표이사가 직접 청주 가경 아이파크6단지를 방문해 주요 작업 현황과 온열질환 예방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현장에는 제빙기, 음용수, 아이스박스, 몽골텐트 등 냉방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며, ‘아이스맨’을 통해 보건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위험 등급이 높은 작업은 시간대 조정과 더불어 근로자 밀착 관리로 대응하고 있다. 금호건설은 전국 현장에서 ‘온열질환 ZERO 캠페인’을 오는 9월까지 시행하며, 쿨조끼, 냉찜질팩, 아이스팩 등 예방 물품을 전면 지급하고 있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옥외작업을 최대한 줄이며, 폭염경보 알림 시스템을 통해 기상 상황에 따라 네 단계로 구분된 대응 지침을 신속히 전달하고 있다. 금호건설은 단순한 권고를 넘어 각 현장의 실질적 이행을 강조하며 안전보건 활동을 정례화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모든 건설현장에 이동식 에어컨과 산업용 선풍기를 설치하고, 폭염경보 시 45분 근무 후 15분 휴식, 주의보 시 50분 근무 후 10분 휴식을 정례화했다. 근로자가 건강 문제로 작업 중지를 요청하면 즉각 조치하며, 모든 현장에 안전보건 매뉴얼을 적용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올해 안전보건경영 방침을 ‘근로자 중심의 안전문화 정착’으로 설정하고, 무재해 사업장 조성을 위한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그늘막, 냉방장치 외에도 사물인터넷(IoT) 기반 체온센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업환경 예측 시스템 등 스마트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착용하는 체온 감지기기를 통해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 경고가 울리고 관리자에게 즉시 알림이 전송되는 실시간 대응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건설사들의 혹서기 대응은 단순한 안전 캠페인을 넘어 법령 준수와 기술 도입, 조직 차원의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람 중심의 현장’이라는 키워드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닌 필수 경영 전략이 되고 있다.
2025-07-3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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