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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모여 지역경제 위기극복 주장
[이코노믹데일리]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개최한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선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의 위기 극복 방법으로 파격적인 제도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혁신의 해법으로 '메가샌드박스'가 제시됐다. 이날 회의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박윤경 대구상의 회장,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 배해동 안양과천상의 회장 등 56개 전국상의 회장들이 참석했다. 전국상의 회장들은 이날 지역별 경제 현안을 공유하고 복합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회장단은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며 저성장 고착화를 경고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변화, 투자 편중, 인력난 등으로 지역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파괴적 제도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상의 회장단이 파격적 제도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 논의한 해법이 바로 메가샌드박스다. 메가샌드박스는 대구경북, 강원권, 충청권 등 '광역 단위 지역'에 특화된 미래 전략 산업을 선정해 규제를 유예하는 데서 나아가 관련 교육·인력·연구개발(R&D) 등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장단은 "저출생·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접근에서 나아가 모든 문제를 동시에 풀어내기 위한 일석다조의 해법이 필요하다"며 규제완화와 교육, 인프라 등을 한데 묶어 지원하는 메가샌드박스 도입을 논의했다. 이어 메가샌드박스 모델의 개념과 사례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었다. 박형곤 딜로이트 파트너는 '메가 샌드박스 개념 및 유형 소개'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지역간 성장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메가샌드박스 구축 방안을 소개했다. 박 파트너는 "메가샌드박스는 단순히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 전반에 걸친 혁신을 도모하는 새로운 접근"이라며 "신기술·신산업 모델을 특정 영역 내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지역경제에 미래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동석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대구광역시 메가샌드박스 모델에 대한 가상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 교수는 "대구는 교통과 인프라, 지자체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최첨단 모빌리티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제반조건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며 "최첨단 모빌리티 도시로 전환하려면 관련 기업의 투자가 광범위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인력, 인프라, 제도 부문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 교수는 "민간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와 지자체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인프라 및 정주환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정책의 초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2024-12-0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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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간판은 옛말', 'AI쇼핑도우미'…대한상의, 유통포럼 개최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통업계의 내년도 생존 전략 키워드로 ‘백화점 명칭 변경’, 이커머스의 인공지능(AI)쇼핑 도우미 도입’ 등이 꼽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올해 유통업계를 결산하고 내년 유통시장의 변화와 판도를 미리 조망해보는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한상의는 "내년 미국의 우선주의, 관세 인상, 미‧중간 무역갈등 고조로 우리나라 수출 둔화와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은 '백화점 명칭 변경', 'AI쇼핑 도우미'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자로는 글로벌 매니지먼트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의 송지연 소비재 부문 파트너가 나섰다. 송 파트너는 "자기 탈피를 해내는 진화를 못하면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하루 빨리 벗어나 파괴적 혁신을 단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프라인 유통은 변혁의 시대를 맞아 과거의 유통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점포가 아닌 고객중심으로', '가격과 원가가 아닌 데이터와 고객 인사이트' 등에 기반한 사고와 변화 없이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업의 변화로 꼽은 건 '백화점 명칭 변경'과 '타운(Town)화'였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로 변경했고 신세계는 경기점 명칭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꿨다. 집객을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성하는 타운화도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마트업계를 대표해 발표에 나선 이경희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 소장은 대형마트가 올해 –0.5% 역성장에서 내년에는 0.8%로 플러스 성장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전망 이유로는 내식 수요 유지에 따른 식품 카테고리의 선방, 비식품의 개선 흐름, 신규출점 등을 들었다. 특히 대형마트 각사는 식품 경쟁력 끌어올리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반영하듯 대형마트의 식품 매출 비중은 2021년 65.7%에서 올해 9월 현재 69.9%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물가 및 금리완화 추세, 일부 가전, 가구 등을 중심으로 교체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비식품부분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고 신규출점도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편의점업계 전망에 나선 신종하 BGF 리테일 실장이 내년 편의점 시장을 내다봤다. 부정적인 영업환경 속에서도 선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신규점포 출점이 둔화되고 편의점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내년 최저임금이 1.7% 인상된 1만30원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한 점 등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기 상황이 부정적일수록 근거리에서 필요에 따라 소량구매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 때문에 국내외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타 전문 소매업과 서비스업의 매출을 편의점이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을 상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는 온라인쇼핑업계 시장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과 더불어 내수시장의 한계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올 7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쇼핑 도우미 루퍼스가 정식 출시되면서 AI쇼핑 도우미 시대가 개막됐다"고 전했다. 또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서 이들과의 경쟁을 피해갈 수 있는 특정 카테고리 중심의 온라인플랫폼(버티컬플랫폼)도 주목받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일본과 미국, 태국, 캐나다 등 13개국에 유통하고 있고 식품 플랫폼 컬리는 싱가포르, 홍콩,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진출에 힘입어 중국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급변으로 우리 경제와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은 미국 정책의 방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가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제조, 유통, 물류, 금융 등 업계에서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2024-12-02 14: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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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 상속세제 개선 요구 나서… "국회, 상속세 개선 시급" 공동성명 발표
[이코노믹데일리] 경제계가 21일 상속세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기국회에서 합리적인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6단체는 이날 25년간 과세표준과 세율을 유지하며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 상속세를 조속히 개선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경제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가 참여했다. 공동성명을 보면 상속세 부담이 빠르게 늘어 총결정세액이 같은 기간 1조8000억원에서 19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상속세 제도 개선이 늦어지는 동안 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60세 이상 경영자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80%, 중견기업은 45%, 중소기업은 3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개선과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최고세율을 인하(50% → 40%)하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며 가업상속·승계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날 경제계는 4가지 이유를 들어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촉구했다. 글로벌 추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 등이다. 먼저 상속세 최고세율을 글로벌 추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두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최대 60%로 가장 높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지난 1997년 45%, 2000년 50%로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25년간 변화한 적 없다. 이에 반해 주요국들은 지속적으로 최고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속세를 폐지해 와 글로벌 추세에 맞는 제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할증과세 제도를 두고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라 지적했다. 기업인은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과세(20%)를 적용받아 기업 승계시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담하고 있기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세력에 의한 경영권 탈취에 취약해지거나 기업을 포기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기회발전특구는 각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선정한 지역별 비교우위 산업에 속하는 기업을 유치·지원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국토의 균형된 발전을 도모하는 경제특구를 말한다. 경제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제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청년층의 유출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이전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의 승계를 원활하게 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세제 지원이다. 경제계는 이를 통해 경영자는 상속세 부담을 덜고 기업의 혁신과 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상속세를 바라보는 글로벌 추세와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는 제도 설계 필요성, 국민들의 가치관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제 상속세는 과거의 기준에 맞춰서는 제도로서 존속하기 어렵다"며 "상속세가 개선된다면 지난 50년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끈 기업보국 정신이 최빈국을 경제대국으로 도약시킨 것처럼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앞으로의 100년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4-11-21 19: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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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내년 APEC CEO 서밋 의장 자격 인수
[이코노믹데일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2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의장 자격을 넘겨 받았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민간의 기술과 지혜가 서로 다른 사회를 연결하는 가교(Bridge)가 되고 기업(Business)이 혁신을 주도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Beyond)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내년도 서밋의 주제 '3B'를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15일(현지시간) 최 회장이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2024 APEC CEO 서밋에서 페르난도 자발라 페루 CEO 서밋 의장으로부터 내년 서밋 의장 자격을 인수받았다고 17일 밝혔다.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주석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 글로벌CEO 10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인으로는 최 회장을 비롯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회장단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가 참여했다. 최 회장은 의사봉을 받은 후 인사말에서 "내년 APEC CEO서밋의 주제는 Bridge, Business, Beyond인데 이를 소문자로 쓰면 'bbb'다. 세 개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모양처럼 보인다"며 "트리플 엄지척은 우리의 주제지만, ‘엄지척’으로만 귀결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로 이어지는 비즈니스의 힘을 구체화하려면, 21개국이 혁신과제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 역할을 강조한 뒤 "서밋의 틀 안에서 21개국 경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동 과제와 기술 어젠다, 혁신 목표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20년 넘게 이어온 페루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페루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04년 ‘카미세아’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에너지 사업을 시작했다"며 "가스가 신흥 지역에 위치해 있어 프로젝트는 매우 도전적인 사업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는 천연가스를 채취해야 했고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이 가스를 안데스 산맥, 해발 4000m를 넘어 운송하는 것이었다"며 "정말 어려운 프로젝트였지만, 지금 우리의 가스는 페루 에너지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의 도전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지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2025 APEC CEO 서밋은 내년 10월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APEC 한국사무국으로서 APEC CEO 서밋 추진단을 지난 10월 발족했다. 대한상의는 “행사에서 글로벌 CEO 1000명은 내년도 주제의 영문 이니셜인 'b' 글씨 모양인 엄지척 제스쳐를 취하며 내년 경주에서의 재회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2024-11-17 17: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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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2.0' 시대, 한국기업은 득일까 실일까
[이코노믹데일리]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당선을 확정하면서 '트럼프노믹스 2.0'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계획을 추진해 온 한국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트럼프행정부 1기 때 보여준 트럼프노믹스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재편될 경우 우리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거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꾸준히 강조해온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우리 기업의 기여도가 높은 만큼 중국 견제 정책 강화 등을 통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노믹스 2.0으로 따져보는 득실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곧바로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미국 대선 이후 예상되는 통상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고율 관세 부과와 상호관세 부분을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모든 국가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국을 포함한 수출국들이 미국에 수출할 경우 추가 관세 부담이 발생할 거라는 얘기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때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함께 한국을 주요 무역적자국으로 꼽아 온 전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 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 품목을 상대로 무역적자 축소를 요구하는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의 재편 가능성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 협정인 USMCA는 중국산 제품이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트럼프 1기 때 인 2018년 체결됐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USMCA를 강화하게 될 경우 멕시코에 생산 기반을 둔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강화된 규정 준수를 위해 공급망을 조정하거나 생산비용 증가를 감수할 수도 있다. 무역협회는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조치를 위해 한국 기업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자동차, 배터리 등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특히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 바이든행정부의 업적 축소를 도모할 수도 있다. 무역협회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함께 관세와 규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게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인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녹색 사기'로 전락할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바이든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꾸준히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선 지난 8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세액 공제와 세제 혜택은 일반적으로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부각된 건 IRA 폐기 가능성이다. IRA는 친환경적 투자나 전기차 등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법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녹색 사기'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IRA 폐지 가능성은 높다. 법안 폐지를 위해선 연방의회 상·하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선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와 함께 상·하원까지 싹쓸이하며 2016년 이후 8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일단 전기차 시장과 연관성이 높은 배터리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IRA를 염두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3사의 올해 시설 투자금 합계는 25조원에 이르는데, 이중 상당수가 미국 내 투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냥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다소 축소될 순 있지만, 중국 전기차나 배터리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선 역으로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IRA 수혜를 받고 있는 태양광 업계 역시 트럼프 당선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동안 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의 대책점에 있는 화석연료를 지원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 왔다. 지난 22일 펜실베니아주 유세에서도 "취임 첫날 (석유를) 시추할 것"이라며 에너지 산업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가 재생에너지에 호의적이진 않기 때문에 미국 내 태양광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라며 "화두가 된 IRA의 경우에도 당장 없애긴 어렵겠지만, 재생에너지에 인센티브를 주는 투자세액공제(ITC)가 줄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다소 줄어들 순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에 우호적일 것 같은 정유업계에서도 장단점을 따져보고 있다. 단기적으론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론 정제마진이 낮아져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도입 가격을 뺀 차익을 말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석유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유가 하락 요인이 생길 것 같다"며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들 입장에선 설비 운전 비용을 낮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조 실장은 이어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트럼프 후보가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할 걸로 보이고 이에 따라 세계 무역량이 줄기 때문에, 결국 세계 경기나 석유 수요 측면에선 악영향이 될 수 있다"며 "석유 수요와 정제마진이 함께 개선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면 정유업계 입장에선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을 확장하는 자동차 업계도 계산이 복잡해 졌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일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9' 생산을 시작했다. 또 미국 남부지역 앨리배마 공장에서도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HMGMA를 통해 전기차 모델을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만드는 EV9은 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혜택 여부는 불확실해졌다. 이미 현대차는 대안 마련에도 나선 상황이다. 기존 전기차 생산 공장이던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 계획을 밝힌 점이 대표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 이에 맞춰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는 전략은 아주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번에 모든 정책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면서 조금씩 혜택을 줄여나갈 수 있지만 지지층·노동자의 반발을 생각하면 정책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한국 완성차 기업들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진다면 오히려 동등하게 해외 기업들과 겨룰 수 있는 위치를 얻게 된다"며 "현재 현대차 등 기업들이 현지에 짓고 있는 공장도 트럼프가 관세 장벽을 세울 경우 현지 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정책전략실 윤자영 책임연구원도 "실질적으로 IRA 수혜를 입는 지역들이 트럼프 지지세가 우세한 지역들이 많다"며 "법률인 IRA를 폐지하려면 상하의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획기적으로 바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IRA의 세부적인 조항들은 대통령 권한으로 바꿀 수 있어 미국에 이미 투자를 결정한 기업에겐 전기차 보조금 축소 같은 간접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철강 산업 견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기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산업 보호를 하겠다며 철강 232조로 불리는 무역확장법을 통해 일부 국가의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철강이 타깃이었지만, 한국도 관세 부과 대신 물량할당제도(절대쿼터제) 적용을 받게 됐다.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수혜를 볼 기업도 있다. 정책 공약집 '어젠다47'에서 미국 전역에 10개 자유 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윤자영 책임연구원은 "공약의 하나로 신규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전력망 프로젝트가 있는데 여기에 더해 미국에 있는 전선·발전 분야들의 제품 교체 주기가 돌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설·기계 분야에서는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라질 수 없는 칩스 반도체업계는 고관세와 '칩스법' 개정 가능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479억 달러(약 66조원)를 미국에 투자했다.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은 69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팟캐스트(온라인 방송)에서 칩스법을 두고 "수십,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줄 필요 없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외국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안기형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고관세에 대해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상황에서 관세를 올리면 미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겠지만, 지금은 미국이 우리나라 반도체를 사야만 하는 입장이라 관세를 올려서 얻게 되는 이익은 사실상 없다"며 "관세를 올려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 결국 자국 기업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그런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사장을 역임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이 기존 제조기반이 구축돼 있어도, 속도적인 측면에서 반도체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강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변화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고 확대하는 것이 미국에 고용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이 국내 기업들에 제공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크게 삭감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당장 반도체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파악해 향후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고대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축하와 환영 그리고 우려 경제 단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제히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미국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세계 경제의 지속 번영을 위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길 기대한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굳건한 안보 동맹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긴밀한 통상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금까지 굳건하게 유지돼 온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되길 기대한다"면서 "아울러 한미 양국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고 활발한 투자로 경제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미국의 고용창출과 산업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노력은 앞으로도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협력 관계가 지속 발전돼 양국 간 더 큰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토대 아래 경제협력도 확대⋅발전 시키길 바란다"면서 "양국 경제 관계의 핵심 축인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와 교역이 지속될 수 있도록 우호적인 투자 및 통상환경을 조성해주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경협은 미 상의와 함께 한미 양국 간 민간 경제협력 채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한경협은 "한국의 대표 대미 경제 창구로서 양국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5차 한미재계회의'를 시작으로 우리 경제계의 목소리를 미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무역협회는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는 통상환경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력한 관세조치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은 대중국 견제와 자국중심주의 강화에 대해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달라진 의회 정치 지형을 고려해 통상입법 동향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분야별‧조치별 우리 무역과 투자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분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 한국기업의 미국 투자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국의 산업경쟁력과 한미 협력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향후 한국과 한국 기업의 전략적 가치를 미국에 알리는데 협회가 적극적으로 앞장서 나가겠다”고 전했다.
2024-11-07 07: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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