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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다양성·연결'…네이버 철학 담은 한국형 AI로 글로벌 공룡에 맞선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AI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기술력과 창의성으로 세계 무대에서 성장을 이어가는 혁신기업을 조명하고자 ‘대한민국 혁신기업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이코노믹데일리] "네이버에서는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는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UGC를 통해 검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구글과 차별점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이 네이버가 생존할 수 있었던 하나의 방식이었다." 지난 5월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남긴 이 말은 네이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핵심 전략을 담고 있다. 거대 빅테크 구글의 공세 속에서 네이버가 국내 시장의 맹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블로그, 카페, 지식iN 등 독보적인 '이용자 생산 콘텐츠(User-Generated Content, UGC)' 생태계에 있었다. 이제 네이버는 이 성공 방정식을 인공지능(AI) 시대에 다시 한번 적용하며 'AI 주권' 수호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수십 년간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와 독자적인 검색 인프라, 풍부한 콘텐츠를 무기로 한국형 AI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 검색을 넘어 '통합 AI 에이전트'로의 진화 AI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한 네이버의 전략적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검색, 쇼핑, 지도, 결제 등 자사의 모든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엮어 사용자에게 끊김 없는(Seamless) 경험을 제공하는 '통합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예약, 구매,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차세대 AI 서비스다. 네이버는 지난 6월 12일 이 같은 AI 방향성을 공개하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27년간 한국 사용자에 대해 쌓아온 깊이 있는 인사이트와 방대한 콘텐츠를 AI 모델에 녹여내 다변화되는 검색 요구에 정교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검색플랫폼을 총괄하는 김상범 리더는 이날 "질의 분석 및 요약, 문서 분석 등 각 태스크에 적합한 다양한 형태의 검색 LLM(거대언어모델) 라인업을 세분화하여 구축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AI 검색에 필요한 콘텐츠를 확보해 검색 품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히며 기술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전략의 첫 단추는 지난 3월 통합검색에 도입된 'AI 브리핑'이다. AI 브리핑은 사용자의 검색 의도에 맞춰 쇼핑, 장소(플레이스), 숏폼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이미지와 영상 중심으로 시각화하여 제공한다. 예를 들어 특정 장소를 검색하면 AI가 핵심 특징, 인기 메뉴, 주차 정보, 사용자 리뷰 등을 종합해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요약해준다. 특히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표기함으로써 콘텐츠 창작자의 기여를 존중하고 사용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점에서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된다. 네이버는 연내 AI 브리핑의 노출 비중을 약 20%까지 확대하고 금융·헬스케어 등 전문 분야로 서비스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 AI와 창작자가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 네이버의 청사진은 내년에 공개될 신규 검색 서비스 'AI 탭(가칭)'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AI 탭은 사용자의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추론을 통해 실제 행동까지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령 "5살 아이와 제주도 갈 만한 곳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AI는 블로그 후기를 종합해 장소를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아가 아이 동반 가능 여부, 주차 편의성 등을 고려해 네이버 지도 위에서 최적의 여행 코스를 짜주고 식당 예약까지 한 번에 진행하는 식이다. 이는 네이버가 보유한 쇼핑, 지도, 페이 등 강력한 '버티컬 서비스'들을 AI라는 구심점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의 결정체다. 그러나 AI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창작자 소외'라는 그림자를 동반한다. AI가 웹 문서를 요약해 정답만 제시할 경우 원본 콘텐츠를 생산한 창작자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AI 하이라이트 프로젝트(가칭)'를 준비 중이다. 이는 AI 시대에도 창작자와 상생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네이버의 약속이다. 구체적으로 AI 브리핑에 인용된 창작자 콘텐츠를 배지로 강조해 주목도를 높이고 AI 검색 결과에서 카페 가입이나 이웃 맺기, 유료 구독으로 바로 연결되는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AI가 자주 인용하는 양질의 콘텐츠에는 별도의 노출 지면을 마련하는 등 창작자에게 더 많은 보상과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김상범 리더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창작자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며 "네이버는 좋은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좋은 퀄리티의 UGC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네이버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UGC 생태계를 지키고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AI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네이버는 '다양성'과 '연결'이라는 자사의 오랜 철학을 AI에 이식함으로써 기술 종속을 넘어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AI 주권'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2025-07-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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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한중연합회 회장 "미중 패권 전쟁 대비해 우리 기업 기회 요인 활용해야"
[이코노믹데일리] 박승찬 한중연합회 회장이 중국이 미중 패권 전쟁, 경기 침체의 대응 방안으로 기술 경쟁력 확보 및 내수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맞춤형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3회 이코노믹데일리 금융포럼'에서 박승찬 한중연합회 회장이 '중국의 경제 정책과 금융 시장 동향'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박 회장은 현재 중국 경제의 대내외 환경이 내수경기 침체·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영향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밀어내기 수출, 소비 진작을 통해 5.4%를 기록했다. 다만 관세 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박 회장은 2분기부터 성장률 축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소비 경제 성장 기여도는 44.5%로 전년(82.5%)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하기도 했다. 이는 △청년 실업률 증가 △부동산·주가 하락 △국가 내 불신·불안·불확실성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금융 시장의 경우 지난 4월 들어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위안·달러 환율이 7.35 위안까지 상승했다. 다만 양국 간 무역 협상 진전, 미국의 재정 적자 우려로 하락세로 전환한 상황이다. 박 회장은 중국 경제가 기존 성장 모델의 유지, 성장 모델의 전환 두 가지 측면에서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성장 모델을 유지할 시 노동력·투자 감소, 금융 리스크 등 저성장 문제에 직면하게 되며 성장 모델을 급전환할 시 △경제적 격차 확대 △혁신 억제 △정부 정책 등에서 경제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박 회장은 "중국 경제는 소비 진작, 미래 산업 육성과 기술 자립을 통한 미중 기술 패권 확보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중국 정부는 소비 진작, 첨단 산업 육성, 대외 무역 안정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한 10대 임무를 정하고 지방양회에서는 이에 맞춘 각 지방정부별 최우선 과제를 수립했다. 박 회장은 "올해 중국 경제 정책 방향은 트럼프발 대중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를 적극적인 소비 진작과 내수 부양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며 "교통·수리·전력에 지방 맞춤형 국비 투자를 확대해 경제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적극적인 소비 부양책, 대미 수출 의존도 축소를 통해 관세 전쟁에 대응 중이다. 중국 해관총서 및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전체 수출 내 대미 수출 비중은 12.8%로 전 분기보다 1.9% 하락했다. 중국 소매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3%에서 올해 3월 5.9%까지 늘었다. 박 회장은 중국이 '신형거국체제'를 주 전략으로 세웠다고 강조했다. 신형거국체제는 향후 10년간 미국과 다른 독자적 기술 체계 수립(디커플링)을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첨단 기술 자립 속도를 높이는 체제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지역 특성과 장점을 살린 실질 생산력을 키우고 공산당 주도 및 산·학·연의 연계를 통해 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등 핵심 기술 역량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중 경쟁 상황과 중국의 전략에 관해 박 회장은 우리나라의 위협·기회 요인을 판단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미·중 대립으로 전 세계 GDP가 7% 손실을 기록했고 글로벌 연간 비용 1조 달러를 소모했다"며 "우리나라의 위협·기회 요인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제시한 우리나라의 기회 요인은 △미·충돌로 얻는 반사 이익 △한국투자 유인 증대 △미국의 중국 기술 견제 △한국 전략 가치 증대로 미·중 간 레버리지 활용 등이다. 위협 요인으로는 △미·중 충돌로 인한 제3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 △한국 시장 잠식 △금융 불안·제조 공급망 교란 등을 꼽았다. 이에 박 회장은 "한중 관계 속에서 상호 보완을 통해 상호 경쟁·협력을 고도화해야 한다"며 "관세 전쟁은 이제 시작으로 중장기적인 대립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 글로벌 사업의 교두보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5-07-07 09: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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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7조원 승부수,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4차 퀀텀점프' 그룹의 미래를 걸다
[이코노믹데일리] SK그룹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제4의 퀀텀점프’를 향한 거대한 포문을 열었다. 글로벌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7조원 이상을 투입,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AI DC)를 구축한다. 이는 섬유에서 시작해 석유화학, 이동통신, 반도체로 이어진 그룹의 성장 역사를 잇는 중대한 변곡점이자, 그룹의 핵심 역량을 총결집해 AI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프로젝트다. SK그룹은 지난 20일 울산에서 AWS, 울산광역시와 ‘SK-AWS 울산 AI DC 건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SK가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의 투자 방향을 AI와 반도체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에 내놓은 첫 번째 대규모 성과물이다.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 내 SK케미칼 부지에 들어설 이 AI DC는 3만 6000㎡ 규모로 2029년까지 총 103㎿, 약 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춘 거대 인프라로 완공될 예정이다. 총 투자 규모는 7조원 이상. 2027년 1단계 가동을 시작으로 SK는 건설과 인프라 구축을, AWS는 15년간 사업 운영을 전담하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AI 서비스와 데이터 학습의 핵심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체결식에서 “AI DC를 AI 수요에 대응하는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며 “최고의 AI 고속도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SK의 모든 것, AI로 통한다…그룹 역량 총결집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SK그룹이 가진 독보적인 역량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이는 AWS가 수많은 파트너 후보 중 SK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AI 시대의 ‘쌀’이라 불리는 AI 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책임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이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구축 총괄과 운영은 25년간의 사업 역량을 축적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맡는다. 여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인프라 구축은 SK가스, SK멀티유틸리티 등 에너지 관련 계열사들이 힘을 보탠다. 반도체부터 통신, 에너지까지 AI DC 구축에 필요한 모든 밸류체인을 그룹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SK그룹은 울산 AI DC가 단순한 기업의 성장 동력을 넘어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십 년간 운영될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글로벌 빅테크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적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공인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SK가 대한민국 ‘AI 3대 강국’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SK는 울산의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전국에 AI 혁신 거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약 7만8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되며 제조업 중심 도시인 울산은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등을 통해 산업 체질을 혁신하는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AI 스타트업이 울산으로 모여들고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산학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AI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그룹은 향후 AI DC를 포함해 AI 에이전트, 로보틱스, 제조 AI, AI 기반 바이오 등 그룹의 모든 경영활동과 일상에 AI를 깊숙이 접목해 ‘제4의 퀀텀 점프’를 완성하고, AI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2025-06-22 1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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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국 도약의 갈림길, '두뇌 유출' 위기 넘어 '한국형 AI'로 활로 찾나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의 격랑 속에서 ‘AI 3대 강국’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핵심 인재의 해외 유출이라는 암초에 직면하며 국가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정작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경쟁력에서는 뒤처지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 속에 한국만의 강점을 살린 ‘한국형 AI’ 전략이 생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망을 모색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 ‘AI 3대 강국’ 청사진… 현실은 ‘두뇌 유출’ OECD 최하위권 새 정부는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AI 산업을 지목하고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3·3·5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공개한 ‘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를 통해 현재 세계 7위 수준인 AI 경쟁력을 3위까지 끌어올리고 2% 이하인 잠재성장률을 3%대로 6~12위 수준인 국력을 5위로 각각 제고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진짜성장은 저성장과 불평등의 늪에 빠져들어 가는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이라며 "저성장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술주도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등 3대 전략 아래 △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전략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 △중소벤처 및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확립 △지역 성장과 국토 공간 혁신 △공정과 상생의 시장 질서 구축 등 5대 과제를 추진, 경제·산업의 대도약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는 심각한 ‘두뇌 유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구 1만 명당 AI 인재 순유출입은 -0.36명으로 OECD 38개국 중 35위라는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AI 인재가 국내로 유입되기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의미다. 룩셈부르크(8.92명), 독일(2.13명), 미국(1.07명) 등이 AI 인재 순유입 상위 국가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과학 학술 연구자 유출입 분석에서도 한국은 인재 공급처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해외 과학자의 유입률(2.64%)은 국내 과학자의 유출률(2.85%)보다 낮았으며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2021년 순유출 규모는 -8만4000명으로, 2년 만에 ‘두뇌수지 적자’가 6000명이나 늘어났다. SGI 보고서는 “유능할수록 한국을 떠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는 결국 국가 연구·개발(R&D) 경쟁력과 기술주권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대졸자의 해외 경제활동 시 1인당 공교육비 손실 2억원 이상, 세수 손실 3억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이러한 위기감을 뒷받침한다. ◆ 반도체 ‘총알’은 있지만… AI ‘총’과 ‘사격술’은 부족 글로벌 AI 시장은 이미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재편되고 있다. 양국은 천문학적인 자본과 인재를 쏟아부으며 AI 기술 개발과 생태계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픈AI의 ChatGPT, 구글의 제미나이, 메타의 라마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바이두의 어니봇, 알리바바의 통이치엔원 등을 앞세워 맹추격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선전은 AI 시대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있어 한국의 핵심적 역할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AI의 진정한 경쟁력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특히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기초 모델 개발 능력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 혁신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AI 전문가는 "우리가 반도체라는 훌륭한 '총알'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그 총알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총'과 '사격술'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현재 상황을 빗대어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AI 모델은 아직 내수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특정 서비스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글로벌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인재 유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체계, 경쟁국 대비 낮은 보상,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 인사 문화, 부족한 연구 인프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성과와 연동된 급여체계를 만들고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강화하는 것은 국내 인력 유출을 막는 것과 동시에 해외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 위기 극복의 열쇠, ‘한국형 AI’ 전략과 과감한 혁신 미·중의 초거대 AI 경쟁 구도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막대한 자본과 방대한 데이터를 앞세운 스케일 경쟁으로 단기간에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이에 따라 ‘한국형 AI’ 전략이 유일한 해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와 특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것을 잘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하여 '작지만 강한 AI 강소국'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보유한 양질의 공공 데이터, 제조업·의료·교육 등 특정 산업 분야의 특화된 데이터 그리고 한국어라는 언어적 특수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높은 수준의 의료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학습시킨 AI는 정밀 진단 및 신약 개발 분야에서, 제조업의 공정 관리 노하우를 학습한 AI는 생산성 향상과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형 AI’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번째로 양질의 데이터 확보다. AI 모델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질과 양에 좌우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데이터 칸막이 현상과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으로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데이터 댐을 구축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물길이 닿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리고 AI 핵심 인재 양성 및 확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AI 인력 특히 글로벌 수준의 연구 개발을 이끌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 인재 유치와 함께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의 AI 교육 시스템 혁신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AI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신기술·신산업을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과 AI 윤리 가이드라인 정립을 통해 기술 발전과 사회적 수용성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2025-06-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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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업계, 새 정부 "AI 강국 도약, 범정부 지원과 규제 혁파에 달렸다"
[이코노믹데일리]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이재명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AI 디지털 정책 컨트롤타워 신설과 규제 완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산업·공공 전 영역의 AI 전환(AX)과 범정부 차원의 스타트업 육성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인사들은 개별 부처 중심 정책의 한계를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 구축과 투자 규모 확대, 기술 혁신을 이끌 전문인력 육성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영섭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장은 "대한민국에 가장 시급한 과제인 구조적 저성장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산업·공공·국민 전 영역에 인공지능(AI)을 과감히 도입·활용·확산하는 '한국형 AX 전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AI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산업 현장에 도입하고 민간과 공공 분야에 AI 융합 혁신 모델을 확산하는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AI 시범도시 운영, 유연한 규제 환경 조성 및 해외 전문가 영입 등 AI 혁신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인프라 마련과 AX확산에 적극 지원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AI 디지털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여러 협회에서 공통으로 제기됐다.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현재 유관 부처에 산재한 AI 디지털 산업 관련 기능을 아우를 수 있는 단일한 AI 디지털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공공과 산업 전반의 AX, 교육, 문화, 의료 등 분야에서 국민 친화형 AI 보급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컨트롤타워가 예산 편성과 부처 간 이견 조율에서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대통령실 AI 수석 신설, 국가인공지능위원회 확대 및 기능 강화를 제안했다. 또한 "글로벌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만큼 민관이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AI 디지털 분야 2차 추경 편성을 건의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새 정부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시작하게 되었다"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근거가 취약하고 광범위한 규제로 혁신의 싹을 틔우기 어려운 산업 환경에서 규제 개혁을 이루고 새로운 규제에는 신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AI 플랫폼 3대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글로벌 시각에서 국가 비전을 수립하고 산업계와 소통하며 정부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봉의 플랫폼법정책학회장 역시 "플랫폼 정책을 전담할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플랫폼 정책 자체가 부재했다"며 새 정부가 플랫폼 정책 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산업의 발전은 플랫폼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국가가 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접근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ICT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부처 중심의 정책을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를 요구했다. 그는 "낡은 규제에 가로막히지 않고 기술을 실험하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야말로 디지털 경제의 출발점"이라며 규제 완화, AI 공공사업 개방 확대, 사업 관련 인증 간소화를 주장했다. 게임 산업과 알뜰폰 업계도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한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국내 시장 성장 둔화와 해외 게임사 진출 가속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해외 매출에 대한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게임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자금 조달 어려움 해소를 위한 매칭펀드 조성과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신중 검토도 요청했다.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도매제공 대가의 사후규제 전환으로 중소사업자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며 사전규제 재도입과 전파사용료 조정을 요구하며 "이는 소비자 권익 보호와 통신시장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책적 선택이고 알뜰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ICT 업계는 새 정부가 AI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국가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립과 함께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미래 성장 동력인 ICT 스타트업 육성과 AI 기술의 전 산업 확산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정책 지원이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과 AI 강국 실현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2025-06-04 08: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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