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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삼성 이재용 회장 아들이 던지는 메시지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익숙하다. 그러나 이 표현이 힘을 갖는 순간은 대체로 특정 인물이 사회적 책임의 중심에 놓일 때다. 특히 대기업 오너 일가와 그 후계 세대가 공적 관심의 장으로 호출될 때 이 용어는 다시 전면으로 소환된다. 삼성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인 만큼, 그 미래를 이을 세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 오너 일가의 다음 세대는 단지 한 가문의 사적 구성원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경제·사회적 영향력의 세대적 계승자’라는 위치에 있다. 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기반으로 성장하느냐는 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 구조와 미래 지향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들은 후계자의 윤리성과 공공적 태도를 기업의 경쟁력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본다. 경영권을 승계받는 것이 곧 사회적 자원과 공적 책임을 함께 물려받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화된 결과다. ESG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되었고, 대기업은 더 이상 ‘사적 소유물’이라는 인식 하에 머물기 어렵다. 사회와 공존해야 하는 거대 기업일수록 그 후계자는 공공적 지위를 가진 인물로 평가되며 그만큼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 삼성처럼 다수의 임직원과 협력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은 전략적 결정 하나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의 후계자가 어떤 태도와 철학을 갖추는가는 자연스레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투명성과 윤리성, 공정성에 대한 의식이 기업 문화와 지배 구조에 어떤 방식으로 투영될지를 사회는 지켜보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 이지호 씨가 지난달 해군 통역장교로 정식 임관한 것이 주목되는 이유다. 나아가 임관식 당시 공개된 그의 좌우명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 당시 전광판 화면이 올라 왔는데 전광판에는 이 씨의 사진과 함께 "고통 없이 인간은 진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즐겨라"라는 좌우명이 소개됐다. 해당 전광판 사진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은 "왜 입대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좌우명이 심상치 않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핵심은 특권을 포기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특권의 기원을 성찰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능동적으로 감당하라는 요청이다. 재벌 3·4세에게 던져지는 사회의 질문은 단순하다. 과연 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자원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무게만큼의 책무를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개인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기업의 지배 구조, 사회적 제도, 내부 문화 역시 함께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한 사회의 신뢰는 언제나 상징적 인물의 태도에서 크게 흔들리고, 종종 그들의 선택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그렇기에 삼성 후계 세대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는 한국 기업문화의 성숙도와 직결된 문제로도 읽힌다. 이미 한국 사회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을 보내던 시대를 지나왔다. 사회적 권한이 클수록 그만큼 더 높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이는 위계적 부담이라기보다, 공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증명할 기회로 이해될 수도 있다. 상속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대적 요구가 존재하며, 그 요구를 충족하는 태도가 곧 새로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일 것이다. 재벌 후계 세대가 이 흐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때, 우리는 대기업과 사회가 한층 성숙한 형태로 공존하는 길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미 과거의 귀족적 의무를 넘어섰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영향력 있는 이들에게 기대하는 가장 현대적인 책임이자, 공동체의 품격을 결정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2025-12-10 09: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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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조 해양산업, 컨트롤타워 '전무'…"KRISO 재정비·통합 거버넌스 마련해야"
[이코노믹데일리] 해운·조선·항만 산업이 한 해에 만들어내는 경제 규모가 107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 전략을 조율할 '해양 패권 컨트롤타워'가 부처·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산업 비중에 비해 정책·기술·R&D(연구개발) 체계가 지나치게 분절돼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新) 해양패권 스마트해양기술 세미나'에서 김진 KRISO 부소장은 해운·조선·항만 산업을 "반도체·자동차에 버금가는 외화·부가가치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세 산업의 연간 총산출은 107조원, 수출액은 88조원으로 수출 비중만 82.9%"라며 "국가 경제의 생명선이지만 정책은 분절돼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조선·해양플랜트·항만을 아우르는 해양산업 혁신 클러스터가 재편되는 가운데 핵심 연구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역할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진 부소장은 "해양 패권 경쟁은 선박 건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친환경·디지털·안보·공급망 계획이 동시에 요구되는 종합전략"이라며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산업에 걸맞는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과 해양산업 혁신 클러스터 재편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위원도 "해운·조선·항만은 하나의 산업 생태계"라며 "조선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운·항만과 KRISO는 해양수산부, 기술·R&D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흩어져 있어 전략을 한 곳에서 묶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RISO의 여건도 열악하다고 밝혔다. "연 예산 1300억원, 연구 인력 330명 규모에 불과해 연구자 1인당 3억~4억원 규모의 과제를 떠안는 구조"라며 "해양공학 선도기관인 노르웨이 심테프(SINTEF)나 선박·해양기술 국가연구기관인 중국 CSSRC(중국선박연구센터) 등 글로벌 연구기관과 비교하면 인력·예산이 5분의 1~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디지털 전환·녹색 전환·북극항로·해양안보 등 국가가 요구하는 임무가 확대되는 만큼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양승우 위원은 국내 조선·해양 기술력이 주요국 대비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친환경 선박 기술은 EU(유럽연합)보다 2.2년, 자율운항·스마트십 기술은 1.6년, 해양 디지털 전환 기술은 미국보다 약 1.2년 늦다"며 "산업별로 흩어진 R&D 거버넌스를 하나로 묶지 않으면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조선업이 엔진(MAN·독일), 통신·계측(Siemens·독일), 항해장비(Kongsberg·노르웨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탱크 기술(GTT·프랑스) 등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언급됐다. 양 위원은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고 조선·해운·항만을 통합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리려면 R&D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적 불일치도 문제로 꼽혔다. 부울경에는 조선소(야드)·항만·MRO·배후단지가 결합된 클러스터가 자리 잡고 있지만, 국가 해양기술 연구 핵심 기관인 KRISO는 대전에 본부를 두고 있다. 양 위원은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으로 해양산업 클러스터가 부울경 중심으로 강화되는 만큼 KRISO의 입지·기능·법적 위상도 함께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부소장은 "북극항로용 선박을 직접 설계·상용화한 국가는 없다"며 "KRISO는 캐나다·핀란드·러시아 외에는 전 세계적으로 드문 빙해수조를 보유해 북극항로 기술 선점의 전략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 역시 "KRISO가 조선·해운·항만을 뒷받침하는 전략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원천기술, 국제표준(IMO·ISO) 대응, 스마트 해운·스마트 항만까지 역할 범위를 넓힌 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12-02 17: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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